협업과 가상기업(Virtual Enterprise)
협업과 가상기업(Virtual Enterprise)
  • 문정태 / 산경 박사과정
  • 승인 2008.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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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사업 위해 자원·정보 등을 공유하는 일시적인 기업 네트워크
인터넷과 정보통신기술(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의 발전으로 세계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현재의 웹 2.0 환경에서 우리는 이미 이메일, 인스턴트 메시지, 위키(wikis), 포탈(portal), 디지털 컨버젼스(digital convergence) 등과 같은 용어에 익숙해져 있다. 웹 3.0 환경(시멘틱 웹, the semantic web : 컴퓨터가 웹상의 자원들의 의미를 이해하고 추론할 수 있는 차세대 지능형 웹, 2005~2020년 예상)으로 넘어가면서 우리는 지능형 에이전트(intelligent agent), 온톨로지(ontology), 지식베이스(knowledge base), 시멘틱 블로그(semantic blog)와 같은 용어들에 익숙해지게 될 것이며, 관련 기술들로 인해 우리의 삶은 다시 한 번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웹 4.0 환경(유비쿼터스 웹, the ubiquitous web : 2015~2030년 예상)에서는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세상이 변하게 될 것이다.

뉴스 기사를 하나 살펴보자. “10년 뒤 ‘재택근무 가상기업’ 뜬다”(연합뉴스 2008년 3월 14일자)라는 제목의 기사이다. 이에 따르면 영국 차터드 경영연구소는 13일 런던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2018년 직업의 속성’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10년 뒤에는 재택 근무하는 직원들이 회사가 제시하는 프로젝트에 따라 ‘헤쳐모여’를 반복하는 형태의 ‘가상기업’이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회사업무가 일상과제 대신 프로젝트 중심으로 재편되고, 직원들은 복수의 기업에 소속되어 각자의 공간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가상업무 팀이 표준이 될 것이라는 설문 조사결과가 실렸다.

많은 전문가들은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다양한 형태의 가상기업을 통해 사업기회에 따라 ‘헤쳐모여’를 반복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상기업이란 무엇이고, 왜 중요한가? 향후 기업 협업 환경은 어떻게 변화하게 될 것이며, 이를 위해 필요한 기술들은 무엇일까? 가상기업과 관련된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미래 환경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인터넷의 발전은 기업환경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과거의 기업환경은 소품종 대량생산으로 요약할 수 있다. 기업들은 대량생산을 위한 집중화된 대형 조직을 통해 비용곀걍?생산시간 등과 같은 유형의 자산들을 최적화하는데 초점을 두었다. 하지만 점점 기술개발의 속도가 빨라지며, 다양한 이머징 테크놀로지(emerging technology)들의 등장으로 인해 시장이 재구성되면서 기업들도 변화하는 환경에 빠르게 대응할 필요가 대두되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기업조직이 거대하고 복잡해질수록 환경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어렵고, 반대로 기업조직이 소규모인 경우는 자원과 역량의 부족으로 인해 효율적인 사업추진이 어려운 점이 있다. 웹 기술들의 발전에 힘입어 이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1980년대 후반 가상기업(virtual enterprise)의 개념이 제시되었다.

가상기업은 기업들이 특정 사업기회를 달성하기 위해 기업 간에 자원·정보·역량 등을 공유하는 일시적인 기업 네트워크라 할 수 있다. 가상기업에는 독립적인 다양한 기업들이 참여하여 핵심 역량을 제공함으로써 개별기업이 달성하기 힘든 최상의 조직을 창출하게 된다. 가상기업을 통해 일반기업들은 기업외부의 핵심역량을 쉽게 활용할 수 있으며, 네트워크를 통해 복잡하고 고부가가치를 지닌 사업기회를 달성하고 병목을 효율적으로 처리함과 동시에 프로젝트 진행 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요소를 참여 기업들에 분산할 수 있다(출처 : VOSTER consortium, 2004). 기업들은 가상기업 환경에 참여함으로써 유연함, 상호보완성, 규모 확대, 자원최적화, 혁신 등의 이점을 취할 수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미래에는 기업 간의 경쟁이 아닌 가상기업 네트워크 간의 경쟁이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현재에도 자동차차·휴대폰 산업 등 몇 분야에서의 경쟁은 전체 기업네트워크 간의 경쟁구도를 갖추고 있다.

기업 간의 협업은 분야·환경·지역·문화·목표 등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참여기업간의 위상에 따라 ▲가치사슬(supply chain) 상에서 동등한 위치에 있는 기업들이 협동을 하는 수평적 협업(horizontal collaboration) ▲가치사슬 상에서 위아래 위치한 기업들이 협동을 하는 수직적 협업(vertical collaboration) ▲서로 다른 분야의 기업들이 협동을 하는 이종 간 협업(diagonal collaboration)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기업협업 방식 및 통합정도에 따라 ▲확장기업(extended enterprise) ▲네트워크기업(networked enterprise) ▲동시기업(concurrent enterprise) 등의 혁신 협업 모델이 존재한다. 미래에는 다양한 종류의 협업들이 가상기업을 통해 이뤄지게 될 것이다. 얼마나 빠르게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기업들을 찾아 가상기업을 구축하고 운영하여 사업기회를 달성하는 지가 향후 시장에서의 기업 생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가상기업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 개념적으로 보다 큰 장점들을 제공한다(물론 궁극적으로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는 대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다). 현재 국내에 존재하는 많은 중소기업들은 기술력에서는 선진국에 뒤처지고, 가격경쟁에서는 개발도상국들에 뒤처지는 다난한 상황에 처해있다. 또한 연구개발에 투자할 자금과 인력도 부족하다. 이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가상기업 환경을 활성화함으로써 중소기업들이 쉽게 가상기업을 구성하여 생산·투자·연구개발 등을 공동으로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중소기업들이 클러스터·컨소시엄·연합·확장기업·공통투자 등 다양한 방식의 협업 형태를 취함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곧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길이 될 것이다. 어떻게 기업들을 위환 가상기업 환경을 조성할 것이며, 무엇이 필요할까?

가상기업 개념의 적용과 관련된 연구들은 2000년 초반 EU 소속 국가들을 중심으로 활발히 이뤄지기 시작했다. 초기의 연구들은 각 분야별 프로젝트를 통해 몇 개의 기업들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통합하는 방법에 초점을 두고 진행되었다. 기업 간의 협업기간(단기·중장기) 및 참여기업들의 네트워크 위상에 따라 연관 분야의 필요기술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아직 통합모델이 존재하지 않는 시점에서는 단발적으로 분야별 가상기업 연구가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현재 국내에서도 i-mfg사업같은 국가주도의 중소기업 협업 허브 구축 프로젝트를 통해 부문별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보통 선정된 협업 파트너들과 협업범위 설정 및 의사소통을 위한 표준 등에 대한 협약이 이뤄진 후는 현재의 가치사슬 관리와 유사하다. 따라서 현재 가상기업과 관련된 연구는 가상기업의 생성부분에 초점을 두고 진행되고 있다. 가상기업의 생성과 관련된 이슈로는 참조 모델, 가치 네트워크 관리, 파트너 검색과 선택, e-계약, 보안, 통신 프로토콜, 분산 작업 할당, 서비스 지향 아키텍처, 비즈니스 프로세스 관리 및 통합, 온톨로지 등이 있다.

가상기업은 거의 대부분의 기업경영 분야와 관련되어 있다. 다만 전통적인 기업들이 오프라인에서의 활동에 중점을 두었다면, 가상기업은 온라인상에서 대부분의 일들이 처리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하지만 이 차이는 의외로 크다). 온라인상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과 적용 기술들에 따라 실제로 운영되는 모습은 큰 차이가 나게 될 것이다. 또한 미래에는 기업들이 자신들의 분야 외에 전혀 새로운 분야의 기업들과 협업을 하게 될 기회가 많을 것이다. 현재는 이런 협업을 위한 제반기술들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고, 대부분 초기단계라 할 수 있다. 처음에서 언급하였듯이 현재의 인터넷과 정보통신기술들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미래의 변화에 대한 예측을 바탕으로 가상기업을 위한 다양한 기술 및 이들의 통합에 대한 연구에 지속적인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