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질개선 그 이후] 오락가락 혼선 크나 개선노력 기대해 볼만
[식질개선 그 이후] 오락가락 혼선 크나 개선노력 기대해 볼만
  • 백정현 기자
  • 승인 2000.04.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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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우들의 개선의지가 필요한 때
지난 3일부터 학생식당의 식질개선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양질의 식사를 제공한다는 복지회 본래의 의도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의 결정과정을 비롯해서 시행 이후에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학생들이 가질 수밖에 없는 불만과 복지회의 항변을 정리하여 향후 보다 나은 학생식당의 모습을 조명해 보고자 한다.

▲ 식질개선 정책의 의도는 무엇인가?

결정에서 시행까지 단 보름이라는 짧은 기간에 준비된 이번 식질개선 정책은, 시행 이후의 파장을 짐작하지 못한 채 졸속으로 결정되고, 준비되었다는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실제로 식권발매기가 시행 3일전에야 설치되고, 시행당일에야 가동되었다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또한 식질의 기준에 있어서도 시행당시에는 ‘교직원 식당과 동일한 수준’이라는 기준을 제시하였으나, 시행 일주일만에 학생들의 반발을 수용하여 ‘동일한 식단’으로 그 기준을 수정한 점, 석식을 학생식당에서 통합운영하려고 하다가 다시 분리운영으로 선회한 점 등 혼선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사실 우리 학교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복지회의 수익금 중 상당액이 학생식당에 투입되고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99년 기준 4억 5천만원 적자) 학생식당은 팔면 팔수록 ‘밑지는 장사’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회가 식대를 인상하는데 따르는 학생들의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식질 개선의 의지를 보이게 된 것에서 어떤 불건전한 의도를 찾기는 힘들다. 일부에서 불거지는 이른바 ‘음모론’은 복지회 과장이 이번 식질개선 시행 직전에 전임되었다는 것을 굳이 고려하지 않더라도 사안을 너무 부정적으로만 본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이 타당하다. 실제로 이번에 김치 공급처를 새로 정하게 되었는데, 이는 기존에 학생식당에서 담근 김치가 가격 면에서 저렴함에도 불구하고(100g 기준 120원), 가격이 비싸더라도(100g 기준 180원) 보다 양질의 부식을 제공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결정과정에서의 독단은 비난받아 마땅한 사안이었지만, 그것이 정책 시행 자체의 의미를 왜곡시켜도 좋다는 면죄부는 될 수 없으며, 당사자인 학생들의 잘못 또한 분명히 있다는 것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다.

▲ 단순한 식대인상인가, 진정한 식질개선인가.
식대를 인상하면서 복지회가 우선적으로 약속한 것은 ‘인상된 식대는 전액 식질개선을 위해 투입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최근에 공개된 학생식당 게시판의 ‘식대 산출안’에 의하면 이 약속은 충분히 지켜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한끼 식사에 드는 재료비가 1300원에도 못 미치는 경우도 있지만, 지난 4일 석식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식사에 들어간 재료비만 1580원이었다. 복지회의 약속대로 평균적인 식사재료비는 500원 정도가 늘어난 것이다.

또한 이러한 재료의 양적인 면 외에도 질적인 면에 대해서도 복지회측은 나름대로 대안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미 식당에 5명의 인원이 추가로 배치되었으며, 현재 영양사와 조리사의 충원을 위해 각 대학에 공문을 보낸 상태이다. 또한 수시로 식질개선을 위한 다양한 교육을 실시한다고 하니, 우선은 그 진행을 눈여겨 보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한편 이번 학생식당의 재료를 둘러싼 두 가지 정도의 문제가 있었다. 하나는 최근 수입쌀과 섞인 일반미를 속아서 구입하여 이것을 가지고 조리를 하였다는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서 밝혀졌다. 이에 복지회측은 농협을 통한 직거래를 통한 양질의 식질 공급을 약속하고 있다. 또한 학생식당을 이용하는 학생들의 대다수가 지적했던 김치의 ‘질’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배식해 왔던 김치는 학생식당에서 직접 담근 것으로 이것이 질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되자, 복지회측은 향후 김치를 모 김치회사에서 구입하는 것으로 일단락 지었다. 위 두 가지 문제로 인하여 예산 초과가 예상되지만, 식단의 질 하락은 결코 있을 수 없다고 복지회측은 밝혔다.

▲ 식질개선의 기준은 명확한가, 과연 교직원식당과 같아지는 길만이 바람직한 대안인가.

학생들이 이번에 크게 지적한 문제 중의 하나가 ‘학생식당의 식단이 왜 교직원 식당과 다른가’하는 점이었다. 그간 혼선이 있었지만 초기에 복지회측에서는 학생식당의 식단을 교직원 식당과 동일하게 할 것으로 결정했다가, 현재의 조리여건상으로 식단을 동일하게 하는 것은 힘들다 하여 식단의 ‘수준’을 동일하게 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학생들이 ‘식질개선의 결과가 없다’, ‘식질개선이 아닌 식기개선이다’라는 식의 반발을 보이자, 복지회측은 뒤늦게 식단을 동일하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실 교직원식당과 학생식당의 질의 차이는 그 수용인원의 차이에서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것이다. 같은 반찬을 만들더라도 600명에게 공급하는 것과 1,500명에게 공급하는 것에는 현실적으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이번에 학생들의 반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동일 식단’이라는 무리수를 두기는 했지만, 이것이 결과적으로 두 식당 모두의 질적 하락을 가져오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생긴다. 동일 식단 제공이 식질을 하락시킬 가능성이 높음에도 이렇게 정책이 번복된 것은 그만큼 학생들의 불신이 엄청났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 하겠다.

▲ 학생들에게

이번 식질개선에 발맞춰 학생들 사이에서도 이에 상응하는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식당에 슬리퍼를 끌고 와서 같이 식사하는 사람들이 먼지를 먹게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기본적인 예의에 속하는 문제이다. 또한 자율배식이 확대됨에 따라 늘어나는 잔반의 양이 엄청나다는 것은 학생들이 반성해야 한다. 잔반을 줄이는 것은 직접적으로 학생식당의 적자감소에 도움이 되며, 이것이 곧 식질의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이다.

식질개선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문제점이 제기되었고, 열띤 학우들의 토론의 결과가 그 힘을 얻어 정책에 반영된 것도 적지 않다. 그러나 개선된 정책이 겨우 열흘 남짓 시행되었으므로 조바심에 섣부른 판단은 말아야 할 것이며, 아직은 개선될 점이 보다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감시의 눈을 뜨고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것들을 위해서는 포스비 같은 가상공간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 여론을 이끌어 갈 수 있는 학생단체의 활동이 시급하다. 새로 조직된 기숙사 자치회의 활발한 활동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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