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진단] 자치단체 평가 - 총학생회
[학원진단] 자치단체 평가 - 총학생회
  • 유정우 기자
  • 승인 2003.11.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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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의견 이끄는 대표체되어야
다음달 말일을 끝으로 17대 총학생회(이하 총학)의 임기도 모두 끝나고 그 자리를 제18대 총학이 이어가게 된다. 역대 총학에서 부족하다고 지적되던 대표성 문제, 학생들의 의사반영 문제에 대해 17대 총학의 활동에 대한 논의와 18대 총학의 역할과 정체성 학생들의 총학활동에 대한 참여를 생각해볼 시점이다.

17대 총학은 학생들의 의견 신장과 학생 환경, 복지 개선을 우선 과제로 보고 1년을 뛰어왔다. 공약에도 제시된 포항공대 학생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모임(포스테키안 오프라인 모임)을 학생 생활과 밀접한 학내 사안에 대하여 주최하고 대자보를 통한 총학 활동을 알리기 등 그동안 지적되었던 총학과 학생간의 소극적인 소통을 극복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힘써왔다. 하지만 아쉽게도 초기에는 관심을 이끌어내고 학생들의 참여가 있었던 행사들이 후반기 들어서는 추진력을 잃고 유야무야되었다. 이번호 설문조사의 학생자치단체 활동에 대한 평가에도 구성원들의 대부분이 총학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보다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활동을 요구한다 라는 응답이 많았다.

물론 그렇다고 총학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한 것은 아니다. 강의정보 시스템, 학사제도 변경, 어학센터 마련 등 학업 제도와 국토대장정, 귀성차량 운행, 포카전 준비, 건강검진 제도 마련 등 학생 복지와 관련 많은 활동을 벌였다. 이처럼 다양한 총학활동에도 불구하고 구성원들의 평가가 그리 좋지 않은 이유는 실무적 사안, 제도적 장치 마련에는 어느정도 성공적이지만 학생들의 여론을 이끌어내고 사안적 정책에 대한 구성원들의 합의, 이를 바탕으로 한 지속적인 추진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학생의 민원을 들어주고 그것을 학교에 건의하는 것도 총학의 역할이지만 이것이 본질적인 학생대표체로서의 총학의 역할은 아니다.

3월 초 ‘이라크전 파병안 국회통과 반대 시위 및 반전 성명서 발표’에서도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치밀한 사전 계획, 학생과의 의논없이 일방적으로 정해진 행사로 구성원들의 참여는 적을 수 밖에 없었다. 청암학술정보관 이용과 관련된 구성원들의 이용 규칙에 대한 토론회(제2회 포스테키안 오프모임) 역시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감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논의가 청암학술정보관 측과의 긴밀한 연계와 그 후 이에 대한 공지, 캠페인 등이 없어 청암학술정보관 이용 논란은 시험기간마다 되풀이되었다.

특히 총장 선임지연 과정에 대해서는 학생대표로서 문제를 제기하고 비판을 가했어야 할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총학은 오랜 기간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5월에 이르러서야 신임 총장선임에 대한 진행상황을 총학생회 게시판을 통해 알리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관련 정보들을 공지하겠다고 할 뿐,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대학 구성원으로서의 학생의 목소리를 내는 데에는 미흡했으며 명예제도 역시 초기에는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지속적인 추진력 부족으로 그야말로 이름뿐인 제도로 남아있다.

학생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데 실패한 총학의 행보에 그 어떤 ‘힘’도 실릴 리가 만무하다. 무엇보다도 학생들의 의견수렴이 중요시되어야한다. 학생들의 관심이 적다고 주저앉기 이전에 정기적인 설문조사, 총학 활동에 대한 투명성 및 적극적인 홍보활동으로 학생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이끌어내야 한다. 관심이 없다고 이를 보고만 있다면 총학과 학생 모두 발전하지 못하며 총학은 마땅히 학생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이러한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바탕으로 공신력있고 중립적인 의견수렴만이 ‘민원 서비스 센터’에서 명실상부한 학생의 대표체로 자리잡는 방법일 것이다. 학생들이 총학과 함께 한다는 인식이 있을 때 총학은 그 정체성을 회복하고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과도한 학업량과 학생들의 관심 부족 등의 한계점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총학이 할 일은 사실 너무 많다. 미진하고 아쉬운 부분만을 끄집어내어 요구하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지만 총학은 스스로의 정체성과 어떠한 자세를 취해야하는지에 대한 문제제기가 바로 학생 전체의 위상과 직결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