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기획] 도난 사고 ‘원천 봉쇄’할 묘안 없나
[학원기획] 도난 사고 ‘원천 봉쇄’할 묘안 없나
  • 이재훈 기자
  • 승인 2000.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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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기승 부려… 구성원들 보안의식 강화해야

학교 내의 도난 사고가 심각한 상태에 이르고 있다.

지난 7월 말부터 현재까지 학교 건물에서만 벌어진 도난 사고가 10건이 넘어서고 있다. 여기에 기숙사에서 일어난 도난 사고까지 합하면 20여건 가까이 된다.

최근의 도난 사고는 예전의 기숙사내 개인 물품을 훔쳐가거나 도서관 빈 자리를 노리는 등의 ‘좀도둑’ 수준을 뛰어넘어 대낮에 컴퓨터 본체나 노트북을 주로 타깃으로 하는 치밀함과 대담성을 수반하고 있어 도난 사고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의 도난 사고의 주범은 우리 학교를 잘 아는 외부인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학교 내의 컴퓨터와 교수들의 컴퓨터, 직원들의 컴퓨터의 수리 또는 업그레이드를 위해 부르는 컴퓨터 업체는 총 30~40개에 달하고, 학교를 출입하는 아르바이트생은 이보다 훨씬 많아 통제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뿐더러, 이들이 아르바이트를 그만 둔 후, 우리 학교에 와서 마치 우리 학교의 학생인 듯 행동하며 도둑질을 한다면 알아차릴 방법이 없다. 실제로 지난 97년에도 20대의 컴퓨터가 도난되는 일이 생겼었다. 그 당시의 범인은 우리 학교 티를 입고 있었고 컴퓨터 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그만 둔 20대의 학생이었다.

하지만 학교 구성원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구성원이라면 당연히 학교의 구조를 훤히 꿰뚫고 있을 것이고 언제나 의심받지 않고 컴퓨터를 가지고 나올 수 있다. 지난 5월에 일어났던 물리학과 전산실 도난사고를 생각하면 학교 구성원일 가능성은 매우 높아진다. 당시 범인은 범행 날짜에 학교 전체가 정전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물리학과 전산실에 있던 컴퓨터 대부분의 하드를 훔쳤었다. 이 정도로 학내 상황에 정통할려면 외부인이라고 보기에는 무리이기 때문이다.

도난사고의 피해는 심각하다. 대체적인 도난 물품이 컴퓨터인 상황에서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무형의 소중한 자산들이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에는 김강태 교수(수학)가 노트북을 도난당하여 그동안 논문에 쓰거나 책을 출판하기 위하여 준비하였던 자료들을 노트북과 함께 잃어버렸다. 또한 지난달 27일에는 포항공대인의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고까지 말할 수 있던 Posb의 하드가 도난당하여 학우들의 큰 불편을 초래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대다수의 학생들이 도난 사고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단지 학교의 물품이 조금 사라진 정도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예전에는 가끔씩 기숙사나 학교 내에서 도난 사고가 발생했었지만 이제는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또한, 횟수를 거듭함에 따라 대담하게도 낮에 도둑질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학생들간의 불신이 초래되어 가고 있고 도둑을 잡기 위한 인력의 소모 또한 커가고 있다.

사실 도난 사고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현재 학교측에서는 도둑을 잡기 위해 여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지하 공동구의 출입을 제한하고 근무자를 추가 배치하고 있으며, 각 건물의 점검을 보다 자주 하고 있다. 또한 학교 정문의 외부인 출입을 제한하고 매복근무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더하여 도난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멀티미디어 강의실의 문을 자동 잠금문으로 교체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방법들은 어디까지나 제한적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에 대해 총무인사팀의 손임락 팀장은 “RIST와 같이 카드키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실제로 모든 문을 카드키로 교체하는데 돈이 그렇게 많이 들지도 않으나 카드키를 사용하면 학생들의 원활한 출입이 이루어질 수 없고, 학업 분위기에 나쁜 영향을 끼칠 것으로 판단되어 유보하고 있다.”며 “지금으로써는 구성원들 각자가 조심을 하는 방법이 최선이다.”라고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학교라고 하여 안전 지대는 아니다. 결국 구성원 각자가 조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각자가 화장실을 가는 잠깐 사이에도 도난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물론, 학교 측의 더욱 적극적인 대책 마련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 각자의 주인의식이다. 구성원 각자가 학교의 물건이 곧 자신의 물건이라는 생각으로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일지라도 더 이상의 피해는 생기지 않도록 구성원 모두가 ‘틈’을 보여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