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교양교육 진단] 4. 계절학기 제도
[인문교양교육 진단] 4. 계절학기 제도
  • 이재훈 기자
  • 승인 2001.11.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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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있으면 계절학기 수강신청 기간이 돌아온다. 많은 학생들이 방학 동안에도 공부를 하기 위해서, 또는 단순히 학교에 남고 싶은 마음에 계절학기를 신청하곤 한다. 하지만 이러한 계절학기에 대해 불만이 있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계절학기란 방학 중 관심있는 분야의 교과목 수강, 연구참여를 통한 연구기법 및 능력의 개발, 학점의 조기취득을 통한 조기졸업 또는 부전공 및 복수전공의 이수 등을 위해 단기간동안 개설되는 학기를 말한다. 우리 학교에서는 통상 6주간 개설되며 주로 교양과목, 연구참여, 어학관련 과목 등의 과목들이 주로 개설된다.

하지만 이런 운영형태에 대해 불만인 학생들이 적지 않다. 주로 어학관련 과목들이 개설되다 보니 학기 중에는 수강할 수 없었거나 관심있는 분야의 과목들을 수강할 수 있는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계절학기에 참여한 적이 있는 우리 학교 학생 7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계절학기에 대한 불만이 있다면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 개설과목이 다양치 못하다고 대답한 학생들이 67%로 매우 높은 비율을 나타내었다.

그러나 소수정예 교육을 통해 질 높은 교육을 추구하는 우리 학교로서는 방학이라는 단기간동안의 교육을 통해 학교가 추구하는 정도의 교육을 제공하기에는 무리일 수 밖에 없다. 이에 학교 측에서는 방학동안 학교에 남기보다는 ‘바깥세상’을 경험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공부를 하고자 하는 학생들을 위한 대안으로 우리 학교가 선택한 것이 학술교류를 통해 타 종합대학의 계절학기 과목들을 우리 학교 학생들이 수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에 지난 96년, 우리 학교는 이화여대와 학술교류협정을 체결하고 계절학기를 이화여대에서 수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매번 상당수의 학생들이 이를 통해 우리 학교에서는 수강할 수 없는 교양과목들을 수강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학생들이 원하는 정도의 개설 과목의 다양성을 제공하기에는 무리인 것이 사실이다. 이는 계속 지적되어 온 문제로 이를 위해 교양과목 이외에도 전공과 관련된 과목들을 늘려가고 타 종합대학과의 학술교류 확대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누차 제기되어 왔었다. 실제로 계절학기에서 우선적으로 개선되었으면 하는 것에 대한 질문에서 전공 과목의 개설과 함께 수강이 가능한 대학이 이화여대 뿐만 아닌 타 종합대학으로의 확대를 원하는 학생들이 각각 21%와 18%로 나타났다.

이러한 요구 중 수강이 가능한 대학의 확대는 이미 추진되고 있다. 이르면 이번 겨울부터 KAIST에서 계절학기를 들을 수 있게 되고 KAIST 뿐만 아닌 다른 대학으로의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학점 산정에 대한 호환성 문제도 해결되어질 전망이다. 지금까지 모든 학점이 상대평가원칙에 의해 산정되는 이화여대와 상대평가와 절대평가를 적절히 혼합한 제도를 택한 우리 학교의 학점제도간의 차이에서 오는 학점간 호환성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던 문제이었으나 수강 가능한 대학이 이화여대에서 보다 많은 대학들로 확대되어 감에 따라 평점계산에는 포함시키지 않고 학점만을 인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와는 다르게 전공과목 개설의 경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단기간에 취득하기 어려운 전공과목의 특성상, 계절학기 동안 개설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공과목은 학과 교과과정에 따라 연속성있는 학습과 실습이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계절학기에서의 전공과목 개설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우리 학교 교수들이 학기 중에 비해 방학 때 더 바쁘다는 것도 전공과목 개설이 어려워지는 한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을 생각하기에 앞서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은 학생들의 계절학기에 대한 태도이다. 사실 계절학기가 아니면 방학 중 기숙사에 남을 수 없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학교에 남기 위해서 계절학기를 수강하곤 한다. 계절학기 과목들의 수강을 통해 지식을 얻기 보다는 쉽게 공부해서 좋은 학점을 얻으려 하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계절학기가 학생들의 바램대로 다양화된다 해도 단순히 수강신청을 할 수 있는 개설 과목 수가 늘어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계절학기에 참여하는 동기에 대한 질문에 31%나 되는 많은 학생들이 방학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서라고 대답할 만큼 우리 학교의 계절학기에 대한 학생들의 기대는 크다. 그러나 그에 비해 계절학기에 대한 만족도에서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보통이라고 답해 학생들의 기대만큼 만족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앞으로 수강 가능한 대학수가 늘어나고 계절학기의 평점은 인정되지 않고 학점만 인정되어 진다면 앞서 이야기한 전공과목 개설의 한계를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계절학기를 단순히 방학 중 학교에 남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밖에 바라보지 않는 학생들의 인식의 전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