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사건에 대한 심리학적 분석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사건에 대한 심리학적 분석
  • 이수정 / 경기대 대학원 범죄심리학과 교수
  • 승인 2007.05.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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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희는 사이코패스였나?
※ 사이코패스 : 반사회적 인격 장애자로, 자신의 행위에 대한 죄의식이 없다.


최근 총기사고는 국내와 국외를 가리지 않고 일시적으로 급증하는 추세이다. 이렇게 총기사고가 빈번해진 세태는 버지니아공대 학생이었던 조승희의 총기난사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 백주 대낮에 캠퍼스에서 발생했던 총기사건의 범행동기는 무엇이었을까. 조군의 자살로 결국 살인의 이유는 미궁으로 빠지게 되었다. 그러나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버지니아 경찰 당국은 조군의 사건이 어린 시절부터 오랫동안 고립되어 온 사회적 부적응자의 소행이라 결론지었다. 조승희의 사건은 이런 마무리로 일단락된 느낌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한 궁금증은, 조군이 과연 유영철과 같은 냉혈한 ‘사이코패스’였나 아니면 오랜 시간 왕따를 당해온 외톨이 피해자였는가 하는 점이다. 이와 같은 의문에 조금이라도 답변을 하자면 살인행위에 대한 범죄학적 분석을 잠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범죄학자들은 피해자가 많은 살인사건에도 하위유형이 존재한다고 설명하였다. 이들 하위유형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하자면 하나는 연쇄살인이고, 다른 하나는 다중살인이다. 연쇄살인(Serial Murder)과 다중살인(Mass Murder)은 여러 명의 희생자가 목숨을 잃었다는 차원에서 보자면 강력한 공통점을 지닌다. 하지만 다시 살펴보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범행의 특성을 기준으로 보자면 다중살인은 말 그대로 가해자에 의해 순식간에 여러 명의 목숨이 날아간다. 하지만 연쇄살인의 경우에는 살인사건이 그야말로 연쇄적으로 발생한다. 대부분의 연쇄살인은 살인행위 사이사이에 휴지기를 지닌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거의 동일 방식으로 살해되는 다중살인에 비해 연쇄살인의 범행수법들은 꼭 동일한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연쇄살인에서는 반복을 통해 수법이 진화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인수법 사이에는 일종의 공통점이 있는데, 이를 Modus Operandi라고 부른다. 또한 연쇄살인범에 따라서는 자신의 존재감을 Signature라고 부르는 표식으로서 남기기도 한다. 즉 사체의 일부를 절단하거나 현장에 자신이 범인이라는 표식을 남겨놓고 사라진다.

연쇄살인범은 일반적으로 자신이 선호하는 범행의 대상이 명확하다. 이들의 피해자는 강력한 유기적 공통점을 지닌다. 연쇄살인범들은 자신의 살인대상 선정에 매우 까다로우며, 적절한 대상자를 선정하지 못하면 비교적 오랜 동안 휴지기를 지니기도 한다. 하지만 다중살인을 저지르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특별히 선호하는 피해자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자신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던 사람들을 향해 분노를 폭발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피해자는 사실 누가 되어도 상관이 없다. 우연히도 다중살인이 발생한 현장에 있었던 운 나쁜 사람들이 생명을 잃게 되는 것이다.
범행의 동기적 측면에서 보자면, 연쇄살인범은 대부분 성적으로 도착적 동기를 지니고 있다. 특히 서구사회에서의 연쇄살인범은 많은 경우 살인의 전후에 성적추행겙?즯고문 등을 반복한다. 반면 다중살인의 주된 범행동기는 분노이다. 오랫동안 자신을 무시해 왔거나, 혹은 무시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한 피해의식이 억누를 수 없는 분노를 야기하고, 따라서 다중살인은 일종의 복수극으로서 일어나게 된다. 따라서 범행의 동기적 차원에서 보자면 비교적 이해가 가능한 다중살인에 비해 연쇄살인의 동기는 일반인들이 결코 이해하기 힘들다.
살인범의 정신상태를 기준으로 보자면 다중살인은 적응상 심각한 문제를 지닌, 경우에 따라서는 정신과적 문제를 안고 있는 자에 의해 발생한다. 미국에서 레이건대통령에게 총기를 난사했던 존 힝클리도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었고, 대구 지하철 참사를 야기했던 국내의 다중살인범도 정신적으로 문제가 많았던 사람이다. 반면 연쇄살인은 매우 반사회적인 사이코패스에 의해 저질러진다.

사이코패스란 북미지역의 형사사법 현장에서는 매우 익숙한 용어로서, 범죄자들 중 가장 재범율이 높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고 다른 사람을 조종하는 것을 좋아한다. 피해자의 고통은 전혀 이해할 수 없으며, ‘가사는 알되 음악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쉽게 생각하자면 반사회적 인격장애군 중에서 정서적으로 심한 손상을 안고 있는 사람이라 생각할 수 있다. 감정이 결여되어 있고, 따라서 자신의 행위에 대한 죄의식이 없다. 최근의 신경학적 연구들은 사이코패스들은 자율신경계 반응이 매우 둔감하다고 보고하기도 하며, 전두엽 기능장애를 지닌다고도 보고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어린 시절 환경결핍이 이와 같은 소양의 발현을 촉진한다.

이런 기준을 적용하고 보면 미국에서 발생한 대부분의 학교 총기사건들은 학교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했던 외톨이에 의해 저질러진 다중살인이었다. 즉 정신적으로 부적응적 징후를 지닌 구성원에 의한 우발적 범죄라 간주된다. 조승희의 경우에도 오랜 동안의 따돌림으로 인해 주변인들에 대해 피해의식이 심각했고, 그와 같은 피해의식은 참을 수 없는 분노를 일으켰고, 결국에 가서는 일종의 복수극으로서 총기난사를 선택했던 것 같다.
국내의 경우에도 총기난사 사건은 주로 부적응자들에 의해 저질러졌다. 비교적 근래에 발생한 사건은 전방부대에 근무했던 김일병 사건이다. 그는 자신을 괴롭히던 내무반 장병들을 대상으로 총격을 가했다. 오래 전 영남지역에서 발생했던 우순경 사건도 또한 다중살인의 좋은 예인데, 파출소에 근무하던 그는 평상시 자신을 무시했던 동료와 동네 사람들을 대상으로 총기를 난사했다. 두 건 모두 군대나 직장에서 따돌림을 당했던 구성원에 의해 저질러진 사건이었다.

반면 2004년에 검거된 유영철이나 2005년에 검거된 정남규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이다. 이들은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연쇄적으로 살인을 저질렀으며, 본인들이 선호하던 살인의 대상을 탐색해내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유영철의 경우 피해자들과 대화를 시도하여 자신이 원하는 이상적인 피해자인지 여러 번 확인했다. 두 사건 모두에서 성추행의 흔적들이 발견되었으며, 두 사람 모두 강간 전과를 지니고 있었다. 이들은 사전에 치밀하게 살인을 계획했고, 오랜 시간을 들여 증거를 인멸하거나 아예 증거 포착이 어렵도록 현장을 훼손했다. 이들은 완전범죄를 꿈꾸기에 범행 후 자살 등을 시도하지는 않는다. 그들의 범행동기는 일반적으로 도착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으며, 피해자에 대한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없다.

양분법은 언제나 모든 사례를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다. 조승희 사건이 양분법에 숙련된 범죄학자들의 주의를 끈 이유는 바로 살인을 벌이는 중간에 잠시 휴지기가 있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는 잠시 살인을 멈추고 자신의 메시지가 담긴 비디오를 편집해 NBC에 우송하는 여유를 보였다. 대부분의 다중살인범들은 극도의 흥분상태에서 살인을 저지르기에, 살인의 중간에 잠시 행동을 멈춘 채 이 같은 이성적 행위를 벌이기는 힘들다. 따라서 일부 연구자들은 조승희가 사이코패스에 더 가까운 것이 아니었나 의심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행적은 현실감각이 결여된 정신장애로서 이해되어야 한다는 설이 더 지배적이다. 그의 폭력성은 사실상 피해망상에서 출발한 것일 가능성이 더 강력하다. 그가 수업시간에 숙제로 작성했던 시나리오나 NBC에 보냈던 비디오에 비친 그의 모습은 이미 현실감각을 완전히 상실하고 있었으며, 일부 지리멸렬한 표현이나 정신착란의 모습은 그의 정신상태가 이미 분열의 상태에 도달해 있음을 추정하게 한다. 기숙사에서의 살인과 공대건물에서의 살인 중간에 발생한 휴지기는 연쇄살인범들이 살인을 저지른 후 잠시 동안 극도의 만족감을 느끼며 완벽한 휴식을 취하는 행동 패턴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조승희에게 있어 비디오를 우송하기 위해 잠시 기숙사에 들렸던 휴지기의 의미는 그의 망상적 편집증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되는 것이 더 올바를 것 같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조승희를 사이코패스라 정의하기 더욱 어렵게 만드는 보다 명백한 근거는, 정신장애가 뚜렷한 범죄자를 사이코패스라 명명하지는 않기로 한, 사이코패스에 대한 개념 정의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 이 같은 논쟁은 부질없는 짓이 되었다. 다만 안타까운 점은 극단적 결말을 낼 수밖에 없었던 조승희의 정신적 고통과 영문도 모르면서 무고하게 죽어간 귀중한 생명에의 손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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