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소통의 향연을 찾아서5 과학 커뮤니케이션 : 전문가와 일반인의 이중주
의사소통의 향연을 찾아서5 과학 커뮤니케이션 : 전문가와 일반인의 이중주
  • 박상준 / 인문사회학부 교수
  • 승인 2006.11.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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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가 의사소통능력을 갖추어야 할 여섯 가지 이유
1. 과학자의 업무와 의사소통행위

‘과학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게 된 상황에서, 과학자도 글을 잘 쓰고 말을 잘해야 한다는 점을 따로 강조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이공계 학생들이나 대학들이 이를 명심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글쓰기 등의 의사소통능력에 대한 학생들의 무관심과, 그것을 교정하려는 적극적인 의지를 찾기 어려운 대학교육 과정의 현실을 볼 때 이러한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한국어 의사소통 교육의 필요성을 의심하거나 영어 강의의 전면화에 중점을 두는 경향이 이공계 대학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현실을 대하면 사태가 한층 명확해진다.
사정이 이러하므로, 과학도 및 과학자, 과학기술자 들 또한 의사소통능력을 제대로 갖추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 몇 마디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연구만 잘한다고 해서 훌륭한 과학자가 될 수 없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연구논문을 제대로 쓰지 않고서는 연구 성과를 발표할 수조차 없는 까닭이다. 연구자로서의 경력이 쌓여 직급이 높아질수록 의사소통 관련 업무의 비중이 늘어난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연구팀을 관장하는 자리에서는, 여러 가지 연구계획서와 보고서 등을 작성하거나 팀원들의 의견을 조율하는 일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된다. 일반 직장의 과학기술자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그들의 업무 중 1/3은 작문이나 프레젠테이션 등에 관련된 일이며, 중간관리자에서 매니저로 올라갈수록 그 비중이 40%, 50%로 증대된다(정재승, <이공계 글쓰기 교육의 실제>).
이러한 까닭에, 효과적인 의사소통능력은 이공계 과학자가 갖춰야 할 필수적인 자질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인들이 읽을 만한 글을 쓰는 데 열정과 능력이 있어서 유명해진 경우가 아니라 해도, 다른 모든 직업인들과 마찬가지로 과학 관련 전문가들 또한 작문을 포함한 의사소통능력을 잘 갖추고자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언급한 과학자의 의사소통행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과학자 집단 내의 그것이 하나이고, 과학자 집단 밖에 있는 사람들과의 소통이 다른 하나이다.


2. 의사소통행위로서의 과학 연구

과학자 집단 내의 커뮤니케이션 활동은 과학자들 사이의 업무 및 연구 관련 소통행위 일체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학술적 담화공동체 내의 의사소통에 해당한다. 이는 연구 활동과 긴밀히 관련되어 있으며, 논문 작성을 전후로 하여 다시 두 가지로 나뉜다. 각종 연구논문의 작성, 발표, 유통이 하나요, 공동연구의 수행에 있어 팀원들 상호간의 소통이 다른 하나이다.
과학 글쓰기(science writing)의 핵심에 해당하는 연구논문의 집필은 세부 전공이나 각 학회 혹은 저널에서 제시하는 규정에 맞게 써야 한다. 논문의 체재를 갖추는 데서부터, 논증을 구성하고 진행해 나가는 원리, 주석과 참고문헌을 다는 방식, 용어의 사용법 등까지 정해진 대로 쓸 수 있어야 한다. 해당 분야의 전문지식을 갖춘 학자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전문용어를 사용하여, 남의 생각과 자신의 주장을 명확히 나누어 간단명료하게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요건을 갖출 때에야 비로소 하나의 논문으로 받아들여져 읽힐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정해진 체재를 따라야 한다는 점은 과학 글쓰기의 사회적 성격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한 요건을 갖추어야 전문가 집단 곧 담화 공동체 내에서의 유통이라는 사회 현상이 가능해지는 까닭이다. 과학 글쓰기의 사회적 성격은 이중적인데, 여기에 더하여, 그러한 논문 자체가 동료들 사이의 협력과 경영의 결과라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The MIT Guide to Science and Engineering Communication).
과학자 집단 내 커뮤니케이션의 둘째 영역은, 사회적 성격의 둘째 측면 즉 연구 수행 과정에서의 팀원들 상호간의 의사소통이다. 거의 모든 연구와 업무가 팀 단위로 수행되는 이공계의 특성상, 이러한 의사소통행위는 그 자체가 연구의 일부라 할 만큼 중요한 의미를 띤다. 연구를 효율적으로 진행하여 바라는 성과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연구원들이 서로 부단히 소통하여 팀워크를 높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DNA의 구조를 밝히는 경쟁에 있어서 왓슨과 크릭 팀이 이길 수 있었던 요인이 자유롭고도 빈번한 상호토론이었다는 사실이 좋은 예가 된다(장대익, <생명과 과학 - 경쟁과 협동의 이중주>).


3. ‘두 문화’의 지양과 과학 대중화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둘째 영역은, 과학 이외 분야의 전문가나 일반인들과의 소통을 가리킨다. 이러한 소통의 필요성은, 일찍이 찰스 스노우 경이 과학과 인문학 ‘두 문화’의 단절이 정상적인 사회 발전에 장애가 된다고 주장한 데서부터 널리 받아들여져 왔다(<두 문화와 과학혁명>, 1959). 이 맥락의 소통은 다시 셋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첫째는 과학자의 연구 활동과 긴밀히 관련된 것으로서, 연구 과제의 신청 및 수행, 결과 보고 등과 관련하여 행정 관료 등의 비과학자들과 행하는 의사소통이다. 이러한 의사소통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연구의 수행 과정상 자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진 현재 상황에서는, 이러한 소통에 능숙하지 못하면 경제적인 이유로 연구의 수행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는 까닭이다.

둘째는 과학 이외 분야 전문가들과의 의사소통이다. ‘과학 전쟁’으로까지 번진 1996년의 ‘소칼 사태’ 등을 통해 과학자와 인문사회학자 상호간의 이해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고려되면서(이상욱 외, <새로운 인문주의자는 경계를 넘어라>), 국내외적으로 이 분야의 의사소통이 중시되고 있다. 생명공학의 발전에 따르는 문제 등을 포괄한 과학자와 인문학자 사이의 대화가 출간되고(도정일겷聆盈? <대담>), ‘황우석 사태’ 이후 연구윤리의 문제를 두고 분과학문의 경계를 넘는 사유가 진전된 것 등이 이에 해당된다. 앞서 언급한 ‘두 문화’를 지양하는 중요한 통로라는 점에서, 이러한 의사소통의 영역은 계속 확장되어야 한다.

끝으로 셋째는, ‘대중적 글쓰기’로 대표되는 바 일반대중과의 의사소통이다. 물론 이는 과학 대중화의 일환이어서 모든 과학자들이 맡아야 하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과학 대중화야말로 미래의 과학 발전과 과학자의 입지, 과학 문화의 활성화에 있어서 무시할 수 없는 영역이므로, 누군가 알아서 하겠지 하는 식으로 멀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과학 전문기자, 전문 번역가 등 전문적인 필자가 절실히 요청되는 것이 현실인 만큼, 이러한 전문가가 나올 수 있는 토양이 두터워져야 한다. 대중적인 글쓰기와 말하기 능력을 과학도들에게 가르치는 교육 프로그램과 과정이 개발겱쳬碩?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럴 때, 과학 지식을 재미있게 알려주는 대중서뿐 아니라(최상일, <소매치기도 뉴턴은 안다> 등), 본격적인 과학 학술서이면서 일반인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예를 적절히 사용하여 설명하는 역작도 나올 수 있게 될 것이다(이의 좋은 예로, 자크 모노의 <우연과 필연>을 들고 싶다).


4. 지식인 과학자의 의사소통실천

이상 살펴본 과학 커뮤니케이션은 사회 전체, 더 나아가서는 현실과 역사를 대상으로 하는 데까지 확장될 수 있다. 첫째 영역에서는 전문가로서 둘째 영역에서는 일반인으로서 과학자가 의사소통에 임했다면, 이렇게 확장된 자리에서 과학자는 인류와 세계의 문제를 전체적으로 고민하는 지식인이 된다(사르트르, <지식인을 위한 변명>).
원자폭탄의 개발에 따른 세계 평화의 문제와 관련한 아인슈타인의 의사소통실천이 역사상 대표적인 예가 되며, 호주제 존폐 문제와 관련한 법원의 요청에 응한 생물학자의 소견 발표 등이 가까운 예가 된다. 우리들 삶의 문제에 대한 과학자의 이러한 의사소통적 실천은 매우 값진 것이다. 과학자에게 요청되는 이런 소중한 역할을 좀 더 잘 끌어안을 수 있도록, 과학자이기 이전에 지식인으로서 갖춰야 할 철학, 인문학적 소양이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주요 소스에서 빠지지 않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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