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소통의 향연을 찾아서 - ⓛ 의사소통의 자세와 전략
의사소통의 향연을 찾아서 - ⓛ 의사소통의 자세와 전략
  • 박상준 / 인문사회학부 교수
  • 승인 2006.09.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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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구사(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능력 높이기 위해
‘타인에 대한 배려’와 ‘수행 과정에 대한 의식’ 필요







<글싣는 순서>
ⓛ 의사소통의 자세와 전략
② 읽기와 해석 : 세계 이해의 부단한 도정
③ 쓰기와 전달 : 타인과 하나 되기
④ 실용적 의사소통 : 목표와 수단의 일치
⑤ 과학 커뮤니케이션 : 전문가와 일반인의 이중주
⑥ 의사소통의 즐거움

1. 쉽고도 어려운 일

우리 모두가 일상적으로 행하되 잘하기는 쉽지 않은 일들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말하고 쓰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대여섯 살만 되어도 말을 불편 없이 하고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이면 웬만큼 한글을 깨치게 되지만, 말과 글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잘한다’와 ‘자유롭게’를 결합시키면 그 어려움이 한층 커진다. 듣고 읽기에 좋은 말과 글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능력을 갖추기는 대단히 어렵다. 유감스럽게도 이 어려움은 말하기와 글쓰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남의 말을 잘 듣는 것도 생각보다는 어렵고, 글자가 아니라 글을 읽는 것 또한 오랜 훈련이 필요하다.

따라서 다양한 언어 구사 능력을 제대로 갖추는 일 모두 일상적으로 행하되 잘하기는 쉽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을 정의할 때 ‘언어의 사용’을 종차요소로 쓸 만큼 언어란 누구나 사용하는 것이지만, 입 안의 혀 같은 모국어라 할지라도 제대로 구사하기는 어렵다. 사정이 이러하기에 초중등과정 12년에 더하여 대학에서까지 한국어 구사 능력을 가르치고 배운다. <글쓰기>나 <국어작문> 등과 같은 교과가 그런 이유로 개설되어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생들의 언어 구사 능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대학 또한 예외가 아니다. 왜 이런 문제가 개선되지 않을까. 이 문제의 원인 두 가지와 우리가 갖춰야 할 자세를 살피는 것으로 연재를 시작하고자 한다.



2. 한국어 교육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두 가지 이유

모국어 구사 능력의 교육이 실효를 거두기 어려운 이유는 교과 구성 및 대학의 문제와 학생들 각각의 의식의 문제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대학의 경우뿐 아니라 일반적으로도 그러하다. 하나씩 살펴보자.

흔히들 국어 교육 하면 <글쓰기> 등과 같은 특정 교과를 통해서 배우는 것이라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언어 교육은 작문에 국한될 수 없다. 언어 구사 능력이란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의 네 영역을 포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말하고 듣는 일이나 읽고 쓰는 것은 말 그대로 밀접하게 상관되어 있는 활동이다. 따라서 듣기의 메커니즘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효과적으로 말할 수 없으며, 그 역도 마찬가지이다. ‘읽기-쓰기’의 쌍에서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더 나아가서는 말하기와 쓰기, 듣기와 읽기 또한 연관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용하는 언어가 말(음성언어)인가 글자(문자언어)인가의 차이만 있을 뿐 화용론적인 상황은 근본적으로 동일한 까닭이다. 발화자는 필자와, 청자는 독자와 기능에서뿐 아니라 수행과정에서도 매우 많은 요소를 공유한다. 언어활동의 네 국면이 이렇게 상호적으로 관련되어 있기에, 말하기든 글쓰기든 어느 하나를 잘하기 위해서는 다른 세 가지 또한 배우고 익혀야 한다.

따라서 대학에서의 한국어 교육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원인의 하나로 우리는 작문 교육 위주의 교과 체제 및 운영 방식을 들어야 한다. 글쓰기를 가르치는 데 더하여 말하고 듣고 읽는 능력까지 함께 훈련시켜야 하는 것인데, 대부분의 대학들이 그렇게 못 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강좌의 증설과 담당 교원의 확충 등에 필요한 예산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재정이 넉넉지 못한 대부분의 사립대학들은 이러한 외적인 문제에서부터 가로막히게 마련이다. 보다 근본적인 둘째 이유는 한국어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대학의 의식이 아직도 미흡하다는 점에 있다. 영어 교육에 비해 한국어 교육에 투입하는 바가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적은 경우들이 이에 해당된다. 몇몇 사립대학들을 제외하면 이러한 사정은 우리나라 대학 일반에 적용된다.

한국어 교육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둘째 이유는 학생들의 의식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한 가지 예를 들고 넘어가자. 첨삭지도 과정에서 띄어쓰기를 교정해주다 보면 ‘~입니다’를 띄어 쓰는 학생들이 없지 않다. 광고 문구 등에서 그렇게 잘못 쓰기도 하니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입니다’는 조사 ‘~이다’의 활용형이니까 앞말에 붙여 써야 한다고, 이것은 기본적인 사항이니 반드시 고치라고 몇 차례 강조해도 학기가 끝날 때까지 틀린 경우가 나오곤 한다. 이런 경우엔 사실 할 말을 잃게 된다.

영어 단어의 철자를 틀리거나 관사를 잘못 붙이면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하면서도, 한글 맞춤법을 틀리면 그럴 수도 있다는 듯이 슬쩍 넘어가고 띄어쓰기의 경우는 너무 복잡하다며 아예 주의를 돌리지도 않는 경우가 없지 않은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모국어를 제대로 사용해야 한다는 의식이 이렇게 얕은 상황에서는 교과 제도를 확충하고 정비해도 교육의 실효를 기대하기 어렵다.

무언가를 개선하고자 할 때의 주요 과제 두 가지는 대체로 제도, 시스템의 개선과 구성원의 의식 개혁이게 마련이다. 모두 중요하고 둘이 긴밀히 관련되어 있는 점은 분명하지만, 구성원의 의식이 개혁되지 않고서는 어떠한 제도를 마련한다고 해도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어 교육의 실효를 높이기 위해서든 우리 모두의 한국어 구사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든, 정작 중요한 것은 모국어로 말하고 듣고 읽고 쓰는 데 대한 의식을 바로 잡는 일이라고 하겠다.


3. 타인에 대한 배려와 수행 과정에 대한 의식

말하기와 듣기, 읽기, 쓰기에 대한 우리의 의식, 그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는 어떠해야 할까. 그 기초는, 언어활동의 네 가지 국면에 해당하는 이들 활동이 바로 의사소통 행위의 구체적인 양상이라는 점을 잊지 않는 데서 마련된다. 여기서 초점은 ‘의사소통’에 놓여진다. 요컨대 남의 말을 듣는 경우뿐 아니라 말하거나 쓸 때, 심지어는 글을 읽을 때도 타인과 소통하고 있다는 점을 잊지 않을 때, 언어 구사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우리가 갖추어야 할 자세와 의식이 자연스럽게 명확해지는 것이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수행 과정에 대한 의식’이 그것이다. 말을 할 때에는 청자를 배려하고, 글을 쓸 때에는 독자를 고려하며, 듣고 읽을 때는 발화자 및 필자의 의도를 헤아리는 것, 이것이야말로 언어 구사 능력을 높이기 위해 우리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자세이다.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잊지 않는 것이 언어활동에 요청되는 의식이다. 이 두 가지를 몸에 익히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언어 구사 능력은 한층 향상된다. 이런 저런 참고서적들을 열심히 학습한다 해도 이러한 자세와 의식을 갖추지 못하면 발전을 기약하기 어렵다. 그만큼 타인에 대한 배려와 수행 과정에 대한 의식이 매우 중요하다.

청자나 독자를 의식하고 화자나 저자의 의도를 궁구하는 자세란, 의사소통 행위에 있어서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라고 일반화할 수 있다.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친절한 말하기, 글쓰기'와 '사려 깊은 드기, 읽기'라 할 터인데, 이 모두의 바탕에는 ‘서비스 정신’이 깔려 있다.

예를 들어, 말하는 나를 중심에 놓기보다는 듣는 상대방을 존중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사회적 실천으로서의 언어활동의 근본적인 목적이 소통에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상대방에게 이해되지 않는 발화나 작문이 아무런 의미도 가질 수 없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는 사실이다. 바로 이러한 의미에서 ‘듣기에 좋은 말, 읽기에 좋은 글이 좋은 말과 글’이라고 할 수 있다. 오해의 여지가 없이 핵심이 잘 전달되는 말, 오독의 가능성이 없이 주제가 잘 포착되는 글이야말로 진정으로 훌륭한 말이요 글인 것이다.

언어활동에 있어서 수행 과정을 의식하라는 말은 의사소통 행위에 전략적으로 임하라는 뜻으로 풀어 말할 수 있다. 게임 이론에서 말하는 전략적인 태도 즉 절대적인 기준이 없이 저마다의 룰에 따라 움직이는 상황에서 상대방을 의식하는 것이 의사소통 행위에서도 요청된다. 자신이 놓여 있는 상황과 상대방의 정체 및 의도를 고려할 때 우리의 의사소통 행위가 목적을 달성할 가능성이 커진다. 예컨대 어떤 학생이 말을 하거나 글을 쓴다 할 때, 상대방이 교수인가 동료 학생인가 등에 맞게, 그리고 음성, 종이, 이메일, 보고서 등 매체나 형식의 종류에 적합하게 그 양상을 갖춰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된다.

재차 강조하지만, 이상과 같은 자세와 전략을 갖추는 것이, 화술이나 작문 등에 관한 책 서너 권을 공부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다른 모든 일에서와 마찬가지로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올바른 자세요 의식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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