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남극에 가는가?
우리는 왜 남극에 가는가?
  • 정호성 / 한국해양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
  • 승인 2006.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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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7일은 저 먼 남극땅에 상주기지인 남극세종과학기지가 세워진 지 18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지금도 세종기지에는 17명의 월동대원들이 문명세계와는 고립된 가혹한 환경에서 연구활동을 수행하며 묵묵히 세종기지를 지키고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은 왜 남극에 상주 과학기지를 설치하고 대원들을 파견하는 것일까? 이는 곧 13개월 동안 가족과 떨어져 기지에 머물고 있는 월동대원들의 삶의 목적이나 존재가치이기도 하다.

- 남극의 주인은?

남극대륙을 발견하고 미지의 대자연을 문명세계에 소개하던 19세기 초의 탐험시대 이후, 세계 각국은 남극권의 영토와 이곳에 존재하는 자원을 차지할 명분을 구축하기 위해 각축을 벌여왔다. 남반구의 국가들은 경도와 인접을 근거로 영유권을 주장하였으며, 북반구의 영국, 노르웨이, 프랑스 등은 식민지령과 탐사 기여도를 주장하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었다. 한편 미국, 러시아 등 영유권 주장을 유보한 세계 열강들은 남극에서의 활동을 보장받기 위해 남극을 관리할 국제기구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1957-1958년에 수행된 대규모의 국제공동연구 사업인 국제지구물리관측년도(IGY: International Geophysical Year) 기간 중 남극에 관한 많은 과학적 사실이 밝혀지게 됨에 따라, 1958년 남극연구과학위원회(SCAR: Scientific Committee on Antarctic Research)가 설립되어 국제협력과 정보교환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였다. 1959년 12월 미국의 주도로 좌충우돌하는 남극에서의 모든 문제를 공동 해결하기 위해 남극 진출국들 간에 남극조약(Antarctic Treaty)을 맺기에 이르렀으며, 이에 따라 그간 각국에서 주장하던 영유권 문제는 유보되고 개발 또한 추후 논의키로 합의하였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남극조약은 가입국들만이 협의를 하고 기득권을 주장할 수 있는 배타적 정부간 협의체라는 것이다. 이 가운데에서도 표결권은 남극조약협의당사국(ATCP: Antarctic Treaty Consultative Party)들만이 갖고 있으며, 모든 사항이 만장일치로 가결토록 되어 있다.

- 우리 나라의 남극진출

1978년 남빙양 크릴 시험 조업을 기점으로 시발된 우리 나라의 남극에 대한 관심은 1985년 한국해양소년단연맹의 남극관측탐험대 파견 이후 국민적 관심을 불러 일으켰으며, 1986년 11월 세계 33번째로 남극조약에 가입하였다. 마침내 1988년 2월 남극 킹조지섬에 첫 상주 연구기지인 세종기지를 준공하며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 우리나라는 실질적인 연구결과를 국제사회에 제시함으로서 1989년 10월 배타적 심의결정권을 갖는 남극조약협의당사국(ATCP)으로 선임되는 쾌거를 이룩하였다. 이와 더불어, 1990년 7월에는 남극연구과학위원회(SCAR)의 정회원국 자격을 획득하여, 남극 과학연구 및 자원문제 등에 대한 국제적인 발언권을 인정받는 동시에 명실상부한 남극 진출국으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게 되었다.

- 지구환경변화와 남극

한편, 최근 들어 전지구적 환경변화와 그 여파가 인류의 생존이 걸린 최대의 관심사로 대두되었다. 화석연료 사용 급증에 따라 형성된 온실효과(Greenhouse effect)로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 현상이 빚어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극지방의 얼음이 녹아 해수면 상승(Sea-level rise)이 우려되고 있다. 염화불화탄소(CFCs, 일명 프레온가스)의 과다사용에 따른 극지방 오존구멍(Ozone hole)의 형성으로 지표에 도달하는 자외선이 급증하여 지구 생태계가 파괴되는 등 갖가지 폐해를 발생시키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전지구적 환경변화는 인류의 현대화에 따른 자승자박이며, 이에 따라 빚어지는 제반 현상들이 극지방을 중심으로 시발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전 인류가 공동 해결해야 할 지구 환경변화의 감시와 예측을 위해 영유권 주장이나 자원개발과 같은 이기적 권리를 유보하고, 남극조약협의당사국회의와 남극연구과학위원회를 중심으로 전 세계 극지 과학자들을 망라하는 네트웍을 구성하여 지구 환경 파수꾼 역할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 우리 나라의 남극 연구활동

남극세종과학기지에서의 연구활동은 시기별로 크게 월동연구와 하계연구로 구분할 수 있다. 월동연구는 장기간의 환경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현장조사 업무가 주를 이루며, 기상·고층대기·지질 및 지구물리·생물 및 해양 분야로 구성된다. 반면, 하계연구는 바다와 육지의 얼음이 녹아 사라지고 날씨가 양호한 여름에 6-70명의 과학자들이 한두 달간 집중적으로 투입되어 좀더 구체적인 세부 항목의 연구가 수행된다. 대체로 월동연구는 변화 양상 파악에, 하계연구는 원인 분석에 초점이 맞추어진다고 할 수 있다. 1년간 기지에 머물며 수행되는 월동연구는 비록 적은 인원이 감당하고 있지만, 다양한 분야의 연구 시료가 채집 또는 측정되고 있다. 연구원들은 자신의 연구 테마를 가지고 월동대에 지원하지만, 이외에도 유사 분야의 현장조사 업무가 별도 배당된다. 이렇게 남극 현지에서 획득된 시료들은 국내로 운반되어 대학·연구기관을 망라한 분야별 참여 과학자들에게 분배되어 정밀분석을 통해 연구논문으로 발표된다. 최근 우리 연구결과에 따르면, 세종기지 주변의 대기온도는 지난 27년간 약 1℃ 상승하였으며, 앞바다의 해안 빙벽은 1956년이래 지속적으로 후퇴되어 2001년 4월에 이르러서는 폭 1.2 km인 마리안 소만(Marian 小灣)의 길이가 3km에서 4km로 확장되었다. 또한 이러한 양상은 과거(6 m/년)에 비해 최근(81 m/년)에 이르러 급가속 되는 양상을 띄어, 이것이 과연 전지구 규모의 온난화 여파인지 아니면 지역적인 온난화 현상인지를 규명하기 위해 다각적인 연계 분석을 실시하고 있다. 한편, 남극 성층권에 오존구멍이 형성되는 봄철(9-10월) 세종기지 상공의 오존량이 10년마다 약 14%씩 감소하며, 지표에 도달하는 자외선량은 반대로 약 23%씩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따른 연안환경의 피해와 적응양상을 파악하기 위해 연안 해수특성 분석과 함께 식물플랑크톤 생물량 조사가 매일 연속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하계기간에는 연구선을 이용하여 남극해의 해양환경 연구와 더불어 지역별 생물자원과 해저지질 탐사를 수행한다. 이를 통해 축적된 자료와 기술은 현재 제한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파타고니아이빨고기(메로), 오징어, 크릴과 같은 생물자원의 어획량 확보와 미래 지하자원 개발시 지역 분배와 개발권 선점의 초석이 될 것이다.

- 앞으로 나아갈 길

우리 나라는 비록 후발주자로 남극에 진출하였지만, 대외적으로 활발한 연구활동과 체계적인 기지 관리를 수행하는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노르웨이, 영국, 중국, 캐나다 등으로부터 공동연구를 제의 받고 있다. 최근 들어 남극 킹조지섬의 각국 기지활동은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근거리에 위치해 자국의 영위권 주장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남미 국가들의 활동은 남미 경제위기와 함께 다소 위축된 양상을 보이는 반면, 북반구에서 진출한 국가들의 활동은 오히려 활발해지고 있다. 이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것이 중국의 약진이다. 우리보다 3년 빠른 1985년 이곳에 장성기지를 세웠던 중국은, 이미 1989년에 대륙에 제2의 중산기지를 마련하였으며, 1993년에는 쇄빙선을 가동하기 시작했고, 축적된 역량이 독보적인 러시아는 원자력 쇄빙선을 포함한 5척의 쇄빙선을 남극의 6개 기지를 향해 출발시키는 등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있다.
우리 나라도 국제사회에서 보다 진정한 극지 진출국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남극대륙으로의 진출이 이루어져야 한다. 남극대륙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쇄빙선의 보유가 필수적인데 다행히 정부에서도 이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여 2008년도 운항을 목표로 5,000톤급의 쇄빙선을 건조하고 있으니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쇄빙선 보유는 남극 뿐만 아니라 북극에서의 연구 활동과 항로 개척에도 요긴하게 사용될 것이며, 이를 근거로, 남극대륙 제 2 기지 건설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다. 남극 연구에 있어 세계 수준이 되기 위해서는 보다 대국적이고 장기적인 정책 수립과 추진력이 필요하며, 우리들의 이러한 노력이 곧 우리 후세들의 삶의 바탕이 될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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