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암치료제 개발 현황과 전망] 의료외적 요인으로 치료*신약개발 많은 제약 따라
[새로운 암치료제 개발 현황과 전망] 의료외적 요인으로 치료*신약개발 많은 제약 따라
  • 이진수 / 국립암센터 폐암연구과장
  • 승인 1970.01.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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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인 투자유치와 연구개발 위한 제도적 뒷받침 절실
우리나라 전체 사망원인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암은 우리 국민의 생명을 가장 위협하는 질환으로서 많은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고 멀리 하고 싶은 질병 중의 하나이다. 환자 자신이 겪는 육체적*정신적 고통뿐만 아니라, 환자 본인과 간병하는 가족들의 노동력 상실 및 치료비 부담에 따르는 사회 전반에 걸친 경제적 부담도 막대한 수치에 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암은 불치병이다’라는 선입견으로 인하여 암 진단을 곧바로 죽음과 연관시키기 때문에 암 진단을 받으면 사형선고를 받은 것 같은 충격에서 오랫동안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러나 전체 암 환자의 50% 이상이 완치되고, 수술만으로는 완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많은 암 환자들이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되었으며 항암치료를 받으면 암으로 인한 증상의 완화는 물론 장기 생존과 완치도 가능하다는 사실들을 감안할 때 ‘암은 치료할 수 있는 만성병’이라는 새로운 인식의 전환이 절실히 필요하다. 동시에 모든 암 환자들의 치유를 위하여 보다 효과적인 새로운 치료제에 대한 연구 개발이 계속되어야 한다. 이에 암의 발병원인과 다른 장기로의 전이 등 암 발생과 진행에 관련된 기전들을 살펴보고 그 과정에 초점을 맞춘 최신 치료연구 현황과 앞으로의 전망을 간략하게 기술하고자 한다.

암 발생의 주요 원인과 기전

암은 정상세포의 증식 및 분화, 사멸에 작용하는 통제기능의 제어를 받지 않고 비정상적으로 자라는 세포들의 주변 조직 침윤과 다른 장기로의 전이로 인하여 생기는 질병 증후군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11만 명 이상의 신규 암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6만 3천 여명이 암으로 인하여 사망하고 있다. 특기할 사항은 한국과 일본 사람들에게 많은 것으로 알려진 위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점차 줄어가고 있는 반면 폐암과 대장암에 의한 사망률이 급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요 원인으로는 1) 전체 인구의 고령화에 따른 암 발생 위험도의 자연적 증가와 2) 흡연 등을 통한 발암물질에의 인위적 노출, 3) 식생활의 서구화에 따른 고지방 저섬유질 식이로의 전환을 들 수 있다.

암 발생기전을 한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담배연기에 들어 있는 발암물질과 라돈 등 방사성 동위원소, 간염 바이러스나 Papiloma같은 바이러스의 감염으로 인하여 초래된 암유전자(oncogene) 및 암억제 유전자(tumor suppressor gene)의 구조상 기능상의 변화가 Initiation-Promotion 과정을 통하여 폐암을 위시한 각종 암과, 간암,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발암물질이나 자외선에 의해 생긴 DNA손상을 교정하는 유전자의 기능 장애와 APC 유전자 및 BRCA1, BRCA2 유전자의 돌연변이도 일부 대장암과 유방암, 난소암의 원인으로 밝혀졌다. 최근에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 Pylori)라는 균의 감염이 위암 발생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H. Pylori 균을 발견한 연구팀이 2005년도 노벨의학상을 받기도 하였다.

암세포의 증식과 전이에 관한 분자생물학적 이해

유전자 변형에 의해 생성된 암세포가 지속적으로 자라기 위해서는 성장에 필요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기 위한 미세 혈관의 생성이 필요하게 되는데, 암세포 스스로 새로운 혈관생성을 유도하는 인자들(예: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 VEGF)과 성장을 촉진하는 물질을 만들어 냄으로서 계속 성장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른 장기로의 전이를 위해서는 암세포가 주변 암세포로부터 분리되어 나와 세포간질을 분해하는 효소를 분비함으로서 전이성 암을 일으키는 첫 관문인 혈관으로 침투한 다음 혈액을 따라 다른 장기로 이동하게 된다. 혈관 내에서 많은 암세포들이 사멸하고 말지만 다른 장기에 도달한 일부 암세포는 혈관에서 빠져 나와서 자체적으로 필요한 영양과 산소를 공급하는 혈관을 확보하여 전이성 암을 일으키게 된다. 암이 일단 다른 장기로 전이가 되면 치료율이 떨어지고 궁극적으로는 환자들의 주요 사망원인이 되므로 새로운 치료제의 개발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다른 장기에 전이성 암을 일으키지 않고 원발 부위에서만 자라는 암은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와 같은 국소요법 (Local Therapy)으로 완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생명에 크게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암이 일단 다른 장기로 전이가 되면 항암 화학요법제와 면역요법, 유전자치료 등을 포함한 전체적인 치료(Systemic Therapy)가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 90년대에 개발되어 이미 임상에서 많이 이용되고 있는 Taxol, Taxotere, Navelbine, Gemzar, Irinotecan 등 암세포의 세포분열에 관여하는 Microtule assembly의 기능과 DNA 생합성, Topoisomerase-1 효소작용을 억제하는 항암 화학요법제 이외에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더 높은 신개념 항암치료제의 개발이 시급히 요구된다.

분자생물학적 기전에 근거한 신개념 치료제의 개발

이론적으로 세포간질을 분해하는 효소작용을 억제하여 암 전이를 사전에 차단 또는 감소시키면 암 환자의 생존율을 증가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러한 목적으로 개발된 많은 약제들(예: 마리마스타트)의 임상시험 결과는 모두 실망스러운 것들 뿐이었다. 사용된 약제의 효능이 충분치 못했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왔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만 보다 중요한 요인은 암이 임상적으로 진단이 됐을 때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전이가 이미 진행된 상태였기 때문이라 판단된다.

이와는 달리 만성골수성백혈병 세포의 성장을 유도하는 bcr/ABL tyrosine-kinase와 위장관기저세포암의 c-kit 관련 Tyrosine-kinase작용을 특이적으로 억제하는 약제인 글리벡은 기적의 항암제라고 각광을 받고 있다. 또한 유방암세포 표면에 발현되어 있는 성장인자 수용체인 HER2/neu 작용을 억제하는 anti-HER2/neu 면역 항체인 Herceptin도 이미 유방암 치료에 있어 획기적인 신약으로 인정 받고 있다.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의 작용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면역항체인 Cetuximab와 소분자약제인 게피티닙(Iressa)과 엘로티닙(Tarceva)도 대장암, 폐암, 두경부암 등의 치료에 효능이 있음이 알려지고 있다. 최근에는 암세포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신혈관 형성을 억제하는 Anti-VEGF 단일클론항체인 Bevacizumab이 대장암, 폐암, 유방암, 신장암 등 많은 성인 고형암 치료에 효과가 있음이 밝혀졌다. 동시에 산모가 임신초기에 먹었을 때 팔다리가 없는 선천적 기형아이을 낳게 하는 Thalidomide 도 항혈관 생성억제 효과에 의하여 다발성 골수암 환자 치료에 효과있는 약제로 인정받게 되었다.

새로운 항암제 개발에 따른 암 치유 전망

이러한 새로운 항암치료제의 개발과 더불어 항암제 치료로 인한 부작용을 예방하고 치료해주는 항구토제 및 조혈 촉진인자, 그리고 새로운 항생제의 개발은 암환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수명을 연장하는 데에 커다란 기여를 하였다. 앞으로 분자생물학적 기법을 이용한 새로운 약제의 개발은 암 퇴치까지도 가능케 하리라고 전망된다. 그러나 이러한 획기적인 신개념 항암치료제의 성공적인 개발과 앞으로의 전망에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 암환자 치료와 신약개발 가능성은 아직도 의료외적 요인에 의하여 많은 제약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첫째, 현재의 건강보험 숫가 체제 내에서는 새로 개발된 고가의 치료제나 개발 중에 있는 약을 이용한 임상연구는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둘째, 암을 전문적으로 치료할 전문 의료인력의 결여이다. 과거에 좋은 치료약제가 없었을 때에는 모든 암 조직을 근원적으로 제거하는 외과적 수술만이 암을 치료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새로이 개발된 항암제와 분자 생물학적 방법을 통하여 개발된 면역항체, 성장 신호 전달체제를 차단하는 새로운 약제들을 이용하여 암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항암 치료는 특별히 훈련받은 암 전문의사에 의하여 시행되어야 함은 자명한 일이다. 암을 전문적으로 치료할 전문 의료인력의 수급계획 없이는 우리나라 암환자의 치유전망이 그렇게 낙관적이지 못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그러나 우수한 연구인력과 지금까지 축적된 분자생물학적 기술을 한곳으로 모아 신약 개발에 과감히 투자한다면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신개념 항암치료제가 외국으로 수출되는 때도 조만간 오리라고 믿는다. 적극적인 투자유치와 연구 개발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