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론적 세계이기에 아름다운 세계
양자론적 세계이기에 아름다운 세계
  • 박수용 / 물리 교수
  • 승인 2005.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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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턴적 패러다임으로부터의 본질적인 결별
1. 우리의 형태를 유지시켜 주는 힘 - 불확정성 원리

오월은 흔히 계절의 여왕이라 한다. 나날이 푸르러 가는 신록들은 화창한 햇살을 받아 투명하게 빛나고, 아침 이슬을 머금은 잎은 더욱 아름답다. 지천으로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꽃은 또 어떠한가? 그 속을 오가며 지저귀는 새들의 노래, 그 속을 거닐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사하는 사람들, 우리의 세상은 이렇게 아름답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이 따지고 보면 우리의 세상이 양자론이 지배하는 세상이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시처럼 아름다운 자연을 보고 무슨 엉뚱한 양자이론이냐고 타박할지도 모르지만, 만일 우리의 세상이 뉴턴 역학적 세계였더라면 어떠했을까 하는 것을 상상해 보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갈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지금 이 순간에 갑자기 자연 법칙이 양자론적 세계에서 뉴턴 역학적 세계로 변한다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우선 당신의 몸 무게는 지금 그대로이면서도, 그 크기는 좁쌀 크기의 백분의 일 정도로 줄어든다. 여러분 주위의 모든 물체들도 같은 비율로 축소되고, 지구를 포함하여 우주의 모든 물체들도 같은 운명을 맞을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물체는 어떤 빛에 대해서도 반응하지 검고 어두운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미 이 물체들을 이루는 원자 속의 전자들은 어떤 빛에 대해서도 반응할 수 없을 만큼 원자핵에 견고하게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 물체들이 원래 가지고 있던 모든 운동 에너지는 X-선이나 감마선으로 방출하여 버리고, 절대 영도에 가까운 차디 찬 상태로 변할 것이다. 그랬더라면, 우리의 자연은 얼마나 살벌했을까?

그러나, 이러한 끔직한 일이 일어나지 않고 있는 이유가 바로 우리의 자연 법칙이 불확정성 원리와 에너지 양자화 법칙을 그 기초로 하는 양자론이 지배하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양자론의 불확정성 원리는 전자로 하여금 원자핵에 빨려 들어가지 않고 멀리 돌 수 있게 함으로써 원자는 훨씬 부드럽고, 유연하고, 여러 가지 빛에 쉽게 반응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에너지 준위를 갖게 한다. 더욱이, 각 준위마다 저마다의 특성을 갖게 하여, 원자들 서로가 다양한 형태로 결합할 수 있도록 하며, 그 결과 공기 분자 같은 단순 구조에서 DNA 같은 복잡하면서도 생명체의 무궁 무진한 비밀을 간직한 다양한 형태의 분자를 이룰 수 있도록 해 준다. 뿐만 아니라, 에너지 양자화 법칙은 이 원자들이 가진 운동 에너지가 X-선이나 감마선 같은 형태로 발산되는 것을 막아 주어, 이들 물체가 각기 저마다의 온도와 열기를 가진 따뜻한, 때로는 뜨거운 상태가 되어 여러 가지 반응을 가능케 하여 준다.

뉴턴적인 세계에서는 무엇보다도 원자의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잘 알다시피 원자는 무거운 원자핵을 중심으로 가벼운 전자들이 돌고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핵의 크기가 10의 -13승 cm 정도인데 비하여 전자는 핵의 크기 보다 10만배 정도 떨어진 10의 -8승 정도의 궤적을 돌고 있다. 다시 말하면 원자의 대부분의 공간은 비어있고, 따라서 전자의 궤적으로 정해지는 원자의 크기는 엄청나게 뻥튀김 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는데, 문제는 뉴턴역학과 막스웰 방정식으로 대표되는 고전역학에서는 이 전자들로 하여금 원자핵에 빨려 들어가지 않고 이런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은 양자론의 불확정성 원리가 어떤 물체의 위치와 운동량은 동시에 무한한 정밀도로 측정할 수 없다는 측정의 한계성을 규정한다는 사실은 잘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의외로 많은 사람들은 불확정성 원리가 동시에 또 다른 보다 적극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즉, 어떤 물체를 좁은 영역에 가두려면 큰 에너지를 요구한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어떤 물체를 좁은 영역에 가둔다는 것은 결국 그 위치의 불확정성을 줄이는 효과와 같으므로, 그 운동량의 불확정성은 증가하고, 따라서 그 운동 에너지는 증가하게 된다. 그 결과, 전자를 원자와 같은 좁은 영역에 가두어 두기 위해서는 불확정성 원리에 따른 높은 운동 에너지를 극복할 수 있을 만큼 큰 힘이 필요한데, 핵에 의한 전기력이 바로 이 힘을 제공해 준다. 다시 말하자면 바로 이 불확정성 원리 때문에 전자는 원자 핵에 빨려 들어가고 싶어도 더 이상 가까이 갈 수 없고, 원자핵에 의한 전기력이 간신히 가두어 둘 수 있는 전자의 영역이 바로 원자의 대략적 크기가 되는 셈이다.


2. 신이 만든 자연 법칙 - 양자론

20세기에 들어서면서 탄생한 상대론과 양자론은 20세기의 자연과학을 지배해 온 패러다임으로 탄생 과정이 비슷한 면과 동시에 대비되는 면도 있다. 공통적인 면은 두 이론 다 기존의 이론이 가정하고 있던 물리적인 양에 대한 측정이라는 Operational Definition 없이 묵시적인 가정과 인식이 어떠한 오류를 가져 올 수 있는가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서로 대비되는 면도 있는데, 상대론이 뉴턴 역학적인 기술 방법은 유지한 채로 단지 절대 시간과 절대 공간의 개념을 버린 것이라면, 양자론은 물체를 입자로 분해하여 그 궤적을 기술하는 뉴턴적 기술 방법을 버리고, 새로운 상태벡터로 기술하는 방법을 채용함으로써, 뉴턴적인 패러다임으로부터 본질적인 결별을 하였다.
Planck가 흑체 복사 연구로부터 에너지 양자화 현상을 발견함으로써 양자론으로 가는 제1의 관문을 통과한 이후로도, 인류가 원자의 안정성을 보증하는 이론인 양자론의 근본법칙을 찾아내는 데에는, 수많은 천재 과학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4반세기나 더 걸렸다. 그 비밀을 푼 열쇠가 바로 Heisenberg의 불확정성 원리와 Schroedinger의 파동 방정식이고, Dirac은 이 두 서로 다르게 보이는 이론이 하나의 상태벡터 통합될 수 있음을 증명하였다. 그러나, 불확정성 원리를 받아들이는 것이 자연을 한치의 오차 없이 정밀하게 기술하는 법칙을 찾아내야 할 물리학자의 임무를 포기한 듯한 오해를 불러 일으켰고, 또 물질 파 이론은 서로 배타적이고 상충하는 개념인 입자와 파동의 개념을 확률 파 해석이라는 어정쩡한 타협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만들었다. 양자론의 초기에 광 양자 가설로 크게 기여했던 아인슈타인 조차도 격렬한 반대론자로 돌아서서 평생에 걸쳐 양자이론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만큼 양자이론은 그 이전의 뉴턴적 자연관에서(Kuhn의 표현에 따르면) 가히 혁명적이라 할 만큼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태벡터로 기술되는 양자론은 단지 그 기술 방법이 뉴턴적 기술 방법에 익숙한 우리에게 보다 덜 직관적일 뿐 그 이론의 엄밀성과 아름다움 그리고 그 이론이 나타내는 무궁 무진한 현상의 다양성은 뉴턴 역학에 비할 바 아니다.

만약에 인간으로서 가능한 최고의 천재들이 모여 자연 법칙을 정하라고 했다면 아마도 그 세상은 뉴턴적 세상이었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그 법칙을 인간의 입장에서는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웠겠지만, 그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우주는 오로지 차갑고, 단단한 공들이 암흑 같은 공간을 떠돌아다니는 그런 끔찍한 우주가 되었을 것이다. 다행히도, 신은 양자론을 이 우주의 법칙으로 만들었고, 그 법칙에 따라 만들어진 이 양자론적 우주는 부드럽고, 폭신하고, 유연하면서도 나름대로의 독특한 개성을 가진 원자들로 구성되어 다양한 조합으로 무궁한 변화를 가능케 되었고, 그로부터 아름다운 지금의 자연이 된 것이다. 비록 그 양자론이라는 신의 법칙이 우리 인간의 직관으로는 이해하기 조금 어렵다는 단점은 있지만, 그래도 우리는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가능케 해 준 신의 섭리에 감사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이러한 신의 법칙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양자론을 우리의 직관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어렵게 발견하고, 완성시킨 그래서, 우리로 하여금 그 이론을 활용하여 IT에서부터 시작하여 Nano에서 Bio까지 그 과실을 향유할 수 있게 해준 양자론의 개척자들; Planck, Bohr, Schroedinger, Heisenberg, Dirac 같은 사람에게 또한 조금쯤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여러분들 스스로도 그 오묘한 신의 법칙인 양자론을 조금쯤 이해하고, 그 아름다움을 느껴 보고 싶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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