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연구의 새로운 지평-극한 미생물 연구
생명연구의 새로운 지평-극한 미생물 연구
  • 김성훈 / 환경공학부 박사과정
  • 승인 2004.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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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조건서 나타나는 독특한 생명현상이 내놓는 학문적·산업적 성과
글에 들어가며

끓는 물에서 익는 달걀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제대로 모양을 이루면서 예쁘게 익는 달걀이 있는가 하며 어떤 것은 툭하고 흰
자가 튀어나와 볼성사납게 익기도 한다. 일본 가나와현의 온천휴양지로 유명한 하코네나 백두산 근처의 장백폭포에서도 온천수에 삶은 달걀들을 파는 광경을 쉽게 목격할 수 있는데 만약 달걀대신 온천욕을 위해 섭씨 80도 이상이나 되는 온천수에 몸을 담근다면 어떻게 될까? 분명히 발을 넣는 순간 ‘앗!뜨거워!’하고 뛰쳐나오게 될 것이다. 이런 곳에 생명체가 존재할 것이라고 생
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이런 곳에서도 생명체가 존재한다. 생명체가 살 수 없다고 해서 이름 지어진 죽음의 바다인 사해(死海), 한낮의 기온이 섭씨 50도를 넘으며 물이라고는 없는 광활한 사막, 그리고 일년 내내 만년설로 덮여 영하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북극과 남극의 빙하 속에도 눈에는 보이지 않는 작은 생명체인 수많은 미생물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미생물과 달리 이런 극한환경에서만 서식할 수 있는 미생물들을 총칭하여 극한미생물(Extremophiles)이라고 한다.

난 뜨거운 것이 좋아요

사람을 비롯해 동물 식물 등 일반적인 생명체는 섭씨 45도를 넘으면 생명활동에 이상이 생긴다. 하지만 극한미생물 중 뜨거운
곳에 사는 미생물은 정상적인 온도에서는 생존이 불가능하다. 섭씨 45도를 기준으로 해서 중온성 미생물, 그 이상을 호열성(好熱性) 미생물(Thermophiles)로 분류하고 있으며 섭씨 80도 이상의 미생물들은 초호열성 미생물(hyperthermophiles)이라고 분류하고 있다. 소수의 중온성 미생물이 섭씨 60도 이상에서 견딜 수 있다는 사실은 오래 전부터 알려진 것이지만 이 온도에서 최적의 성장 조건을 갖는 미생물의 분리 및 확인은 1960년대 후반에 이르러 미생물학 교과서로 널리 알려진 인물인 Thomas D, Brock에 의해 미국의 와이오밍 주의 옐로우스톤 파크의 노천온천에서 섭씨 70도 이상에서 성장하는 Thermus aquaticus 발견으로부터였다. Brock, T.D.에 의해 발견된 이 균주로 부터 1985년에 미국의 Kary B. Mullis는 현재의 생명공학의 눈부신 발전이 가능케 한 DNA 중합효소 (polymerase)를 분리정제하는데 성공하게 되고 이어 Polymerase chain reaction (PCR)을 개발해 냈다. 이러한 공로로 Mullis, K.B.는 1993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하였다. 옐로우스톤 파크에서의 발견 이후로 독일의 레겐부르크대학의 Karl O, Stetter 및 다른 연구자들에 의해 60종 이상의 초호열성미생물이 바다속 심해저의 열수구로부터 분리되었다. 심해의 열수구(hydrothermal vent)는 지각내의 섭씨 350도 이상의 뜨거운 마그마가 바다와 직접 접해있는 지역으로 바닷물의 온도가 끓는 물의 온도인 섭씨 100도에 육박하며 굴뚝의 연기처럼 지각내부의 가스 및 무기물질을 밖으로 뿜어낸다. 이 열수구로부터 Stetter, K.O.는 섭씨 113도에서까지 성장할 수 있는 미생물인 Pyrolobus fumarii를 발견하여 이 분야의 최고의 신기록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 기록은 작년 8월에 북태평양 심해저의 열수구에서 발견된 Strain 121에 의해 깨어져 버렸다(Science 301, 934, 2003). 이 균주는 무려 섭씨 121도에서 성장이 가능하며 지금까지 미생물학자 및 생명과학자들이 믿어왔던 멸균에 대한 개념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놓았다. 일반적으로 미생물학자나 생명과학자에게 있어서는 섭씨 121도라는 온도는 지금껏 알고 있는 생명체는 살 수 없는 환경이기 때문에 무균상태를 요구하는 실험에 관련되는 시약, 초자류 등을 섭씨121도에서 20분간을 방치하면(autoclave) 완전히 미생물뿐 아니라 다른 생명체도 없는 상태인 “멸균(sterilization)”이 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strain 121 보다 더 높은 온도에서 성장 가능한 미생물이 발견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 미생물은 몇 도까지 견딜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 지금까지 발견된 미생물과 현재의 기술력을 기초로 판단해 볼 때 많은 과학자들은 섭씨 150도가 한계일거라고 믿고 있다. 이 이상의 온도에서는 생명체를 구성하는 필수물질인 유전정보인 DNA와 다른 필수적인 bio-molecule들이 불안정하여 화학적으로 변성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뜨거운 환경에서의 생존

뜨거운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는 메커니즘은 뭘까? 1960년대 후반에 처음으로 Thermus aquaticus 가 발견된 이후로 미생물, 화
학, 물리학, 생화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초호열성미생물의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을 밝히기 위해 노력해왔다. 지금까지 40여년 간의 연구를 통해 생명체에서 유전정보를 저장하고 다음세대로 그 정보를 전달하는 DNA와 생명체내에서 모든 화학작용을 일으키며 생명체를 유지시키는 필수역할을 하는 효소인 단백질은 이전에 발견된 중온성의 미생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러면 뜨거운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는 결정적인 메커니즘은 무엇일까? 기존에 보고된 중온성 미생물과의 화학적 성분 비교, 생명체의 화학작용의 핵심을 담당하는 단백질의 아미노산 성분 분석 및 구조 분석, 생화학적 대사회로의 분석 등 다양한 방법이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동원되었다. 그 결과 이들 미생물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체내 반응을 아주 빠르게 진행하며, 매우 단순한 반응 경로를 통해 필수 대사물질을 만들고, 열에 잘 견디는 성분과 구조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단백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외부의 뜨거운 자극에 대해 세포 내 물질인 단백질 및 DNA의 손상을 막기 위한 방어메커니즘이 잘 발달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학문의 장으로서의 극한미생물 연구

앞서 언급한 뜨거운 곳에 서식하는 초호열성 미생물의 메커니즘 규명을 위한 연구는 극한미생물의 생존을 규명하기 위한 연구의 결과이지만 이 분야의 연구를 통해 현재의 생명과학의 놀라운 대혁명을 가져다 준 사건은 Thermus aquaticus 에서의 DNA polymerase (Taq. polymerase)의 발견 및 PCR의 개발이다. 이 기술을 통해 대량의 DNA 합성 및 복제가 가능해졌고 이 기술에 기초해 DNA cloning 및 mutation 을 통한 단백질 공학기술이 기적적인 전환을 맞게 됐다. 특히 의약분야에서 HIV의 진단과 암, 기타 DNA의 변형으로 생긴 질병 등 Life science 분야에서의 발전은 1990년대 이후 급속한 기술개발에 힘입어 2000년대에 이르러 인간유전체 해독이라는 괄목할만한 연구성과를 이끌어냈다. DNA polymerase의 발견을 통한 생명과학 발전 이외에도 극한미생물의 발견은 계통분류학의 지평도 넓혀주었다. Prokaryote(원핵생물)와 eukaryote(진핵생물)의 이분법적 분류체계의 틀 속에 archaea (고생물)라는 새로운 분류항목이 추가됨으로써 고생물로부터 원핵생물과 진핵생물로 생명체가 진화해나갔다는 보다 입체적인 분류체계 정립이 가능해졌다. 1977년에 Carl R. Woese가 제창한 이 분류법을 통해 뜨거운 곳에서 서식하는 극한미생물의 많은 수가 archaea임을 밝혀내었고 archaea로부터 지금까지 알려진 21개의 아미노산에 속하진 않는 22번째 아미노산을 밝혀내었으며 향후 23번째 24번째 아미노산도 밝혀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산업적 가치로서의 극한미생물 연구

학문적 이외에 경제적인 가치로서의 극한미생물 연구는 DNA polymerase의 사례에서 보듯이 상업적 효소분야에 있어 매우 무궁무진하며 알게 모르게 식품, 제지, 의료용 등 다양한 분야에 두루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자면 세탁을 위해 사용되고 있는 세제 속에도 protease가 들어 있다. 특히 뜨거운 곳에 서식하는 미생물에서 분리된 효소는 열이나 다른 화학첨가제에 매우 안정하여 상업적 가치가 높다. 공업적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는 protease, amylase, xylanase 등의 신규 효소의 경우 극한미생물 유래의 효소가 점점 시장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극한 미생물 유래의 효소는 기존의 환경오염형이며 에너지의존적 성격의 장치산업인 화학공정을 환경 친화적인 생물공정으로 전환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대해 주었다. 특히 극한미생물 중 뜨거운 곳에서 서식하는 초고온성미생물이 보유한 내열성 효소는 100℃ 이상의 고온에서도 매우 안정하여 유기용매, 계면활성제, 변성제 등의 존재 하에서도 높은 안정성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장점은 이전까지의 높은 생산비용과 낮은 생산 수율, 그리고 공정에서의 효소의 불안정성으로 인하여 제한적으로 사용되었던 효소반응기술을 고온 고압 및 유기용매 존재 하에서도 폭넓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다.


글에서 나오며

위에서 초호열성 미생물을 집중적으로 기술한 이유는 타 극한미생물에 비해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왔으며 다른 분야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극한환경에서 서식하는 미생물은 초호열성미생물(hyperthophiles) 외에도 저온에서 서식하는 저온성미생물(psychlophiles), 30% 이상의 염도에서 서식하는 호염성미생물(halophiles), 1기압 이상에서 생존 가능한 내압성미생물(balophiles), pH 12 이상의 강알칼리 및 pH 0 이하의 강산에서 서식하는 alkalophiles/acid-ophiles 등이 존재한다. 초호열성미생물 연구의 기반 위에 이러한 미생물 연구는 과학적 산업적으로 유용한 결과들을 도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항공우주분야 선도그룹을 이끌고 있는 미국 NASA가 극한미생물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최근에 이런 연구분야를 우주생물학(astrobiology)으로 명명하였다. 미국에서 현재 진행 중인 화성탐사 계획에 따르면 지구상에서 가장 화성과 유사한 환경이 호열성내산미생물 (thermoacidophile)의 서식환경이라고 한다. 앞으로 이 분야의 연구가 계속 이루어진다면 어쩌면 인류가 발견한 최초의 우주생명체로 극한미생물에 대한 뉴스가 나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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