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우리의 모습] MEMS가 열어가는 멋진 신세계
[2020 우리의 모습] MEMS가 열어가는 멋진 신세계
  • 이승섭 / 기계 교수
  • 승인 2000.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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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S는 Micro Electro Mechanical System의 약자로, 초소형 기전공학이라 번역할 수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 1980년대 후반부터 각광을 받기 시작한 새로운 연구분야로 마이크론 단위의 기계*전자 시스템을 구현하는 기술을 통칭한다. 예를 들어 머리카락 굵기의 초소형 모터, 몸 안에 들어가는 초소형 잠수함, 핏줄 속에서 작동하는 초소형 로봇, 손바닥 크기의 비행기 등이 연구 완료 혹은 진행 중인 테마에 속한다

20년 전에 나는 대학교 1학년이었다. 앞으로 다시 20년 후의 세상? 10년 전에 인터넷은 없었다. MEMS란 단어도 없었다. 97년에 80만원의 거금을 주고 최신형 휴대전화를 구입했는데, 6개월도 안 지나, 훨씬 성능이 좋고 작고 이쁘장한 휴대전화를 길거리에서 무료로 나누어주고 있다. 어제 신문에는 2030년대의 컴퓨터는 지금 성능의 100만배가 되고, 몸 속에 들어가는 로봇 바이러스가 자가복제를 하고, 인류는 멸망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과연, 20년 후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자, 그럼 2020년 어느 봄날 포항공대로 날아가 보자.

20년 4월 10일 금요일, 맑음

나른한 금요일 오후 시간, 커피 잔을 들고 봄 햇살 따가운 창 밖을 보고 있는 이 교수의 머리에 오늘따라 흰 머리가 많아 보인다. 커피향을 느끼며, 환갑이 내일 모레구나 하고 생각하니 지나온 20여년의 세월이 빠르게 지나간다. 20년 전 새로운 천년이 시작된다고 Y2K라 법석을 떨던 기억, 02년 월드컵이라 온통 축구바람으로 한 해를 보내고, 프랑스를 꺾고 8강에 진입하는 날은 온 나라가 잔치판이었던 기억, 10년에 있었던 남북통일의 그 해는 지금 생각해도 감격스럽기만 하다. 그리고 그 후 더 빠르게 지나갔던 10년의 세월... 며칠 전에 다녀왔던 포항공대 흥남 분교 캠퍼스의 아름다운 장면이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온다. 작년 세계통계에선 3년째 우리 나라가 가장 살기 좋고 아름다운 나라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 박사 연구실에도 벌써 20%의 미국과 유럽에서 온 학생들로 시끄럽다. 존댓말은 아직 서툰지, 다짜고짜 반말로 이 교수에게 이야기하는 친구들도 있다. 차츰 나아지겠지만...

20년 4월 13일 월요일, 비

아침 시간에 새로 들어온 20학번 신입생들과의 만남이 있었다. 2020학번이라 자기네들 딴에는 00학번 이후 최고의 학번이라고 주장하는 친구들이다. 매번 3월의 신입생들을 만날 때면 느끼는 신선함이 올해는 2020년이라 그런지 좀 색다르다. 입학한 학생들의 잔뜩 긴장한 모습들이 귀엽기도 하고, 한편으론 철없는 망둥이 새끼들 같기도 하고...맨 끝에 들어온 학생의 복장이 기억난다. 머리에는 헤어밴드를 맸는데, 가운데 동전 크기의 초소형 컴퓨터가 올해 신상품 같았다. 아마도 강의 시간의 모든 내용이 입력되고 정리되어 학생에게 전달되겠지. 원하는 장면은 동영상으로 저장되고, 음성인식되고, 일부기능은 학생의 생각과 감정도 저장하고 출력하겠지. 그 안에 들어있는 ‘초소형 대용량 집적 정보저장장치’를 10년 전 우리 나라 MEMS 연구진이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사실은 녀석은 알까?

손목에 차고 있던 손목시계용 PDA는 벌써 몇 년 전에 유행이 지나버린 구닥다린데, 그래도 아직은 쓸만한 것 같이 보였다. 영화 50편은 족히 저장할 수 있을 텐데. 화면이 좀 작은 것이 흠이지만 강의시간에 교수 몰래 뒤에서 영화감상하기에는 꼭 맞는 물건이다. 이건 요즘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선글라스형의 초기 모델이다. 요즈음에는 헤어밴드 컴퓨터와 선글라스 모니터를 연결해서 모든 세상 정보를 눈앞에 대형화면으로 펼쳐지게 하는 것이 있는데 아직도 이런 것을 쓰는 학생이 있다니.

MEMS 연구를 주도하고있는 이 박사조차도 최근의 빠른 기술 혁명에는 항상 당혹감을 느낀다. 쯧쯧...세상이 어떻게 변하려고 이러나...갑자기 며칠 전 50년에 세상의 종말이 온다고 했던 사이비 종교에 대한 기사가 기억난다.

20년 4월 15일 수요일, 맑음

오늘은 아침에 흥남분교에 있는 후배 김 교수의 연락이 있었다. 병원에서 건강진단을 한 이야기다. 대장에 약간의 문제가 있는 것 같아 알약형 내시경 검사를 했단다. 알약 크기의 잠수함형 내시경을 삼키면 몸 속을 내려오면서 필요한 부분을 진단하고, 문제가 있는 부분은 일차 치료도 가능케 하는 초소형 시스템이다. 20년 전 엄지손가락 크기의 캡슐형 내시경 연구를 국가사업으로 착수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 때는 불가능한 꿈이라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알약크기로 모든 기능이 더욱 향상되었다. 알약 내시경을 삼킨 상태에서 자신의 몸 속을 모니터로 보는 느낌이 왠지 어색하기만 했다고 한다. 내년에는 핏줄 속에서 움직이는 차세대 인체 의료용 잠수함이 상용화 될 예정이다. 벌써 10년째 관련시장을 독점하고는 있지만, 미국, 일본과 같은 후발 국가의 추격이 예전과 달라 힘들다는 PM사 (Posco-Medical) 박 사장의 푸념이 지나가는 말만은 아닌 것 같다. 쓸데없는 걱정에 스트레스가 올라갔나? 손목에 차고있는 Bio-monitor가 빨간 신호를 보낸다. 최근에 구입한 신형이다. 차고 있으면 한의사의 진맥을 계속 받고 있는 것과 같이 내 몸 안의 신체신호가 연속적으로 monitoring되고 분석되어, 실시간으로 주치의 헤어밴드 컴퓨터에 저장된다. 이번 주말에는 기분전환도 할 겸 집사람과 함께 골프라도 쳐야할 것 같다.

20년 4월 16일 목요일, 맑음

아침에 백두산에 있는 아들에게서 화상전화가 왔다. 이제는 늠름한 군인의 모습이다. 3개월 후면 제대하고 복학할 준비로 바쁘단다. 통일이 된 지 10년, 국가경계선이 만주와 접하게 되고, 모든 대학생들이 1년간 군복무를 하도록 병역제도가 바뀐 지 5년째이다. 육체적 훈련보다는 새로운 기기에 대한 습득이 주된 훈련과정이라 대학에서 배웠던 수업의 연장과 같다고는 하지만,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 마음은 왜 이리 안쓰러운 지 모르겠다.

지난주에는 손바닥 크기의 초소형 비행기 작동 시험이 있었다고 한다. 5년 전부터 우리 군에 보급된 최신예 병기이다. 초소형 비행기를 날려 반경 1킬로의 모든 지형지물과 정보를 실시간으로 습득하며, 필요시 공격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선글라스형 모니터로 음성조정을 하는 데, 생각보다는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다행히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되어 다음 주에 포상휴가로 포항을 방문한다는 내용이다. 녀석이 좋아하는 영덕게를 미리 준비해야겠다. 통일 이후 주변국가와는 평화스러운 관계를 잘 유지하고 있고 워낙 국력이 앞서고는 있지만, 유비무환이 최고라는 생각이다.

20년 4월 19일 일요일, 흐름

오늘 집사람과 골프장에 갔다. 골프를 치면서 미국에서 올 중요한 전화를 기다렸으나 연락이 없었다. 오늘따라 공이 잘 맞아 골프 게임에만 정신을 팔다가 게임이 다 끝나고 문득 허리에 찬 개인용 전원발생장치를 보니, 아차! 연료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연락이 안 온 것이 아니고 내가 전화를 안 받은 꼴이 되었다. 이런 실수를. 최근 들어 이런 실수가 잦은 것 같다. 특히 골프 치는 날에는...벌써 개인용 전원발생장치가 나온 지 10년이 넘었다. 의복 컴퓨터와 같은 개인용 정보기기에 초소형 가스터빈을 달아 에너지를 공급했던 초기 모델에서, 허리춤에 손가락 크기의 중앙집중식 초소형 가스터빈을 달고 다닌 지가 벌써 3년이 넘었다. 프린터의 카트리지 잉크같이 연료를 갈아 끼우면 한 달은 가니까 매월 15일이면 꼭 갈아주어야 하는데, 며칠 더 쓸 수 있겠다고 하다 이런 실수를 했다.

급히 카트리지 연료를 사 리차드 교수와 전화 통화를 했다. 입안에서 우물우물 “리차드 전화!”라고 하면 전화가 연결되고, 모든 내용은 귀 안에 있는 초소형 음성전달 장치를 통해 자동 번역되어 전달된다. 초소형 음향기기에 관심이 많았던 이 교수의 제자인 이 박사가 10년 전에 전화기, 통역기, 보청기, 오디오를 축소*집적화 시켜서 상용화에 성공한 기기다. 제자 덕분에 이 교수는 최신 모델이 나올 때마다 무료로 첫 번째 이용자가 되곤 한다. 학교 다닐 때는 그렇게 농땡이만 친 녀석이었는데, 정말 사람 팔자 시간문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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