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문화, 어떻게 볼 것인가] 사회문화 형성의 중심과제로 재정립되어야
[과학문화, 어떻게 볼 것인가] 사회문화 형성의 중심과제로 재정립되어야
  • 이용수 / 한림대 객원교수
  • 승인 2000.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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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과학의 대중화, 어떻게 가능한가

현대 사회에 있어서의 과학의 중요성이 증대되는만큼 과학문화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과학문화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해 4회에 걸쳐 기획 연재한다.
편집자 주

현대사회에서의 과학기술의 특징은 지나치게 전문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과학이 여러 전문분야로 지나치게 세분화 돼 있고 그 내용이 어려워 과학자 자신들은 물론 일반인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게 되었으며 많은 경우 과학자 자신들마저도 자신의 분야 외에는 이해할 수 없게 되었다.

이와 같은 과학기술분야의 전문화현상은 대부분의 사람들로 하여금 일상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과학기술을 외면케 하여 철저하게 무지한 대중을 만들고 있다. 이러한 무지 때문에 각 개인은 과학기술에 속박되고 있다는 느낌과 아울러 소외감까지 갖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이는 한편으로는 과학기술에 대한 무비판적인 맹신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과학기술에 대한 맹목적인 반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과학기술의 사회적 기능은 문화적인 면과 경제적인 면으로 크게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이 중에서도 경제적인 면은 일반에게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이런 인식 태도는 과학기술이 가져야 할 바람직한 도덕 규범을 소홀케 하여 과학기술로 야기되는 사회적 혼란과 낭비를 부채질하고 인간중심의 이성적이고 윤리적인 세계관을 갖게 하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과학기술이 문화로 이해되어야 할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학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

문화의 개념을 먼저 정립한 사람은 영국의 에드워드 테일러(Edward B. Tayler)이다. 그는 적어도 사회과학분야에서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문화의 개념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즉 문화란 사회구성원으로서 인간이 습득한 지식, 믿음, 예술, 도덕 등을 포괄적으로 본 인간의 생활양식 또는 삶의 유형이라고 했다. 말하자면 인간이 만든 환경인 셈이다.

과학기술은 본질적으로 이러한 문화의 속성을 갖는다. 과학기술은 그 자체가 고도의 정신활동일 뿐만 아니라 오늘날 인류의 생활을 지배하고 있는 거의 모든 양식이 과학기술에서 비롯된 지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과학기술의 가치는 중요한 사회 문화적인 가치로 부상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과학(기술)문화란 문화의 새로운 장르로써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한 생활양식이 될 수 있다. 여기에는 지식은 물론 행위나 삶까지 포함된다. 이제 누구나 과학기술이 가져다 준 현상을 눈으로 보고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면서 그 결과들을 체험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요성과 가치를 서서히 인식해 가고 있으며 그 인식의 정도는 선진국 국민들일수록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과학기술이 문화적 가치로서의 중요성이 점점 더 증대되고 있으며 미래사회에서 핵심적인 문화를 구성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과학문화이해의 필요성

오늘날 과학기술의 발전을 촉진하는 여러 가지 환경이 근본적이고도 급격한 변화를 하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하는 문화적 요인을 사회경제적으로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가 국가경쟁력 강화는 물론 미래의 과학기술 주도사회, 정보사회의 전개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관건이 되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과학기술의 급격한 변화로 사회 문화적 가치가 기술발전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으며 지역별, 계층별, 나아가 세대간 의식의 격차가 심화되는 등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발전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는 새롭게 적용되어야 할 과학기술을 촉진시키는 문화활동의 개념과 범위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그 이념은 과학기술문화가 사회문화 형성의 중심과제로서 이해되고 그 결과 새로운 문화창조와 사회번영을 리드하는 방향으로 그 위치가 설정돼야 한다.

또한 범국민적 과학기술 패러다임 형성에 초점을 맞춘 자원배분 및 정책가치 판단의 준거로서 과학기술이 일반사회문화 형성으로 융화되도록 반복적,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그리고 과학기술 이외의 공공정책과의 상호협력관계를 설정하고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한 국민역량의 배양과 역사 전통, 국민의식, 국가발전의 방향 등과 연관하여 추진됨으로써 국민적 참여와 지지를 수반하면서 과학기술자만의 엘리트 문화로부터 대중문화로의 이행을 시도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만약 과학문화의 정립이 저해될 경우 과학과 생활간의 갭은 커지고 비합리 비능률의 생활불편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더욱 확대되는 문화적인 갭은 대형사고의 발생이나 님비현상 그리고 지역이기주의 등 현대판 러다이트(Luddite)운동까지 일어날 수 있다.

국내에서의 과학문화 형성 현상

하지만 과학문화가 제대로 형성되고 대중화가 국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기보다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과학기술문화의 공리가 정립되지 못하고 있고 과학기술이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종속변수로 인식됨에 따라 과학기술이 우리시대의 세계관, 철학 신념과의 상관관계를 연관시키려는 노력과 시도를 찾아 볼 수 없다. 다만 과학기술이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형성의 기초가 되는 사상성, 가치성을 도외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둘째 과학기술문화가 사회발전목표의 하나로 설정되어 가고 있는 듯 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사회발전목표로서 과학기술의 역할과 기능이 경시되고 있는 경향이 혼재되고 있다. 과학기술이 아니고서는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없고, 국제간 경쟁을 할 수 없으며, 미래의 기술주도사회, 정보사회에 대한 준비도 할 수 없다는 주장은 팽배하고 있다. 그러나 과학기술이 물질적 풍요에는 공헌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사회적 가치로 인식하는데 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셋째 과학기술의 직접 수행주체에 대한 규범, 규칙은 제시되고 있지만 사회전체의 규범, 규칙과의 상호관계에 대해서는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과학기술 진흥을 둘러싼 자원배분의 우선순위 결정이나 과학기술자 우대 풍토에서 과학기술분야는 다른 분야와 충돌하게 되고 과학기술이외 분야의 규범 규칙이 과학기술요인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과학기술문화형성의 조건으로 인식되는 시간경과, 반복화는 과학기술 진흥 역사의 일천함과 노력부족으로 말미암아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으며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 지식 참여의 부족은 과학기술문화의 공유 집단성을 발현시키기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