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언]학사학위 의미 더욱 중시하는 공감대 형성 필요
[제언]학사학위 의미 더욱 중시하는 공감대 형성 필요
  • 김혜리 기자
  • 승인 2001.02.1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 학교는 창의와 혁신을 바탕으로 질적 우수성을 추구하고, 기초과학과 공학분야의 고급 인재양성과 첨단 연구를 통해 국가 산업과 인류사회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학교설립 목적을 표명했다. 엘리트 교육기관으로 출발한 학교에서 양성되는 과학도들의 졸업 성과는 과연 어떤까?

우리 학교의 학부과정 평균졸업률은 85~90%정도로 우리나라 평균졸업률인 96%보다 낮다. 학부 졸업생의 70%는 대학원에 진학해 지속적인 연구를 하는 것이 다수이고, 사회 진출시에도 대부분 전공을 살려 취업한다. 이를 토대로 판단한다면 전문 과학·공학자를 길러내겠다는 학교의 의도에 성공적으로 부합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학교 학칙의 졸업관련조항을 보면 '학칙 소정의 전 과정을 이수하고 전체성적의 평점평균이 2.0 이상이며 졸업논문 심사에 합격하고 재학기간중 TOEFL성적 550점 이상을 받은 자는 졸업증서를 수여한다. 다만, TOEFL 성적 미달로 인하여 졸업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경우에는 수료를 인정할 수 있다.'고 기본 요건을 정해놓고 있다.

졸업 예정자는 졸업논문을 제출하여야 한다. 다만 교육과정의 성질상 논문제출이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학과에 대하여는 실험실습보고, 실기발표 또는 졸업종합시험 등으로 대체가 가능하다. 각 학과별로 살펴보면, 수학과는 졸업시험, 물리, 화학, 생명, 화공과는 졸업논문, 전자, 컴공과는 과제연구, 재료, 산공, 기계과는 현장실습 등으로 각 학과에 적합한 졸업테스트 형식을 가지고 있다. 2학기 이상의 기간에 걸쳐 하나의 주제에 대한 집중탐구의 기회가 주어지고, 자신의 지속적 관심영역을 개발하며, 논문작성 연습까지, 과학도로서의 기본적 태도를 갖춘 학생들을 배출해낼 수 있는 적합한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이다.

우리 학교는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가지고 있음을 자랑한다. 그러나 체계 또한 교육환경의 전반적 변화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모해 가야 하고, 우리는 변하고 있는 지식의 패러다임에 맞춰 나가야 한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즉, 우리 학교 학부과정 교육의 당면과제는 ‘변화’인 것이다.

교육변화의 양상

이러한 고민을 가지고 4~5년 전부터 생명과는 교수들과 학생들이 대화를 통해 과학자로서의 기본적 마음자세를 갖추고 수동적 학습태도를 바꾸려는 시도를 해왔다.

이와 같은 노력에 의해 바뀐 것 중 하나가 생명과의 졸업 심사제. 생명과에서는 졸업 전까지 3학기 동안 진행된 연구성과를 정리하여 발표하고 교수들의 심사를 거쳐 통과해야 했다. 그러나 마치 숙제 검사하듯 하는 이러한 방식은 심사점수에 연연하여 정작 연구내용에 몰두하지 못한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여, 작년부터는 전시발표회의 형태로 바꾸었다. 심사가 없어진 대신 전문가로 선보이는 첫자리라는 부담감이 자극제가 되고 공부하는 학생 스스로 동기를 찾을 때 잠재력이 발현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이다. 결과적으로 프리젠테이션 능력 뿐 아니라 전체적인 수준이 수준급으로 향상하는 성과가 있었다고 생명과에서는 판단하고 있다.

생명과의 일례를 들면 이러한 것이지만, 모든 학과에서 대학원 또는 관련직종에서 곧장 실제적인 연구에 돌입할 수 있도록 하는 훈련을 시키고 있다. 학생들이 선택한 학과가 적성에 맞는가, 연구자의 길을 계속 걸을 것인가를 결정짓는 것은 이 과정에서 결정되는 것이다.

능동적 교육체제로 거듭나길

생명과 류성호 교수는 “지식량으로 실력을 판단하던 때는 지났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룰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능동적으로 공부하도록 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못따라오는 학생을 억지로 끌어올리는 대신 잘하는 사람을 더 잘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모험이지만, 우리 학교가 모험정신으로 태어났고 모험으로 커온 만큼 계속적인 모험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류 교수의 의견이다.

2000학번부터 적용되는 커리큘럼은 이와 같은 변화의 양상을 담고 있다. 학업부담을 줄이도록 총 이수학점을 141학점에서 120학점으로 줄이고 필수 교과목 수도 파격적으로 감소하는 대대적인 개정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 커리큘럼 하에서는 스스로 공부해야 할 것을 찾고 선택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그러나 원하는 공부를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능동적 자세 함양에 도움이 되고 타학과 과목을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주어진다. 이수학점을 벅차게 책정하여 사실지식의 반복교육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집중적이며 폭넓은 공부를 할 수 있게 하려는 의도가 많이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최상일(교육개발센터장, 물리) 교수는 이 정도의 커리큘럼 개정은 미국의 많은 학교에서는 자주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좀더 기본적인 사항을 토대로 개혁을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리더십을 키우고 연구과정의 기본에 충실히 하는 데에 교육의 주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앞으로 학부과정 교육전반에 대한 고찰이 더더욱 필요할 것이다. 연구중심, 대학원 중심의 운영체제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능동적 태도 유도와 동기 부여에 힘쓰는 교육체제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학부졸업요건이 단순한 통과의례식의 형식적 의미가 이닌 고급 인재 양성이라는 결실을 확인할 수 있는 장이 되도록 교수들의 교육에 대한 관심과 학생들의 성실한 태도가 함께 필요하다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