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리더십 센터’를 설립하면서
[기고] ‘리더십 센터’를 설립하면서
  • 이용환 / POSTECH 리더십 센터 전문연구원
  • 승인 2004.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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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계 주요쟁점 상시 논의하는 ‘리더포럼’ 설립 추진
개인·팀 리더십 분야에 대한 교육·훈련 프로그램 실시
토마스 쿤은 자신의 책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지배적 과학패러다임 혁명을 밝히면서 최고의 과학을 만들어 낸 아이디어가 당대에 최고의 아이디로 이루진 게 아니라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자집단에 속한 아이디어였음을 주장했다. 과학기술도 지배적인 패러다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순수하게 과학기술 연구개발에 정진한다고 해도 그 시대를 리드하지는 못할 수 있음을 일깨워 준 것이다. 이 주장은 과학기술 전공자들에게도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도 했다.

최근에 한국과 한국 대학가에는 새로운 트랜드가 형성되고 있다. 세계화·민주화·정보화 시대에 어찌된 일인지 한국이 그 방향성을 잃은 듯한 모습으로 비추어지기 시작했다. 그러한 현실에 사회적으로는 다시 카리스마적 리더를 갈망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학들은 이러한 시대의 요구에 부응이라도 하듯 앞을 다투어 리더십에 대한 연구와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 KAIST 등의 대학에서는 이미 리더십센터 및 유사기관을 만들어 리더십 교육을 시작해 오고 있다. 포항공과대학도 소수정예의 인재로 연구중심대학을 만들고자 하는 건학이념과 패러다임 리더라는 비전을 실현시키고자 지난달 1일 리더십센터를 청암학술정보관에 설립했다.

학자마다 리더십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도 다양하고 리더십의 유형도 다양하다. 그러나 스스로 한 시대에 한 분야나 영역에서 앞서나가는 선도자로서의 개인 리더와 한 조직과 사회를 일정한 목표와 비전으로 이끌어가는 팀 리더 두 가지 개념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리더의 됨됨이를 리더십이라고 일단은 정의하기로 하자. 이렇게 본다면 포항공과대학의 리더십 교육은 과학기술 영역에서 학생 개개인이 과학기술과 사회영역에 개인 혹은 팀 리더가 되도록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필요성은 포항공대 내부와 외부에서 공히 제기된 요구이기도 하다. 갤럽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포항공대생들은 리더십이 부족하다고 스스로 자인했다. 또한 The Time지는 최근호의 세계대학평가에서 그동안 국내 학교순위에서 항상 1위를 했던 포항공대를 100위권 밖으로 평가해 충격을 주고 있다. 여전히 포항공대가 리더의 위치에 있지 못하며 리더십 교육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리더십센터의 전문연구원을 맡은 사람으로서 이러한 요구와 뉴스는 어깨를 무겁게 한다. 그렇다면 어떤 리더십 프로그램을 운영해 포항공대인들을 과학기술과 한 사회 더 나아가 전세계를 주도적으로 앞서나가는 리더로 양성할 것인가? 현재 국내외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리더십 교육은 대개 경영학적 입장에서 리더 자질 함양 차원의 교육이 대다수이다. 앞서 리더십센터를 시작한 대학들도 큰 차이가 없다. 이러한 교육은 대기업에 입사하면 받게 되는 인재양성 프로그램 중의 하나로 이루어져 있다. 아니면 집체훈련 차원에서 단합심을 기르는 훈련인 해병대 입영 교육 등의 모양으로 리더십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 교육은 리더십 자체 교육이라기 보다는 조직적응 훈련과 자기관리 차원의 색깔이 강하다. 그러나 포항공대 리더십센터는 이런 교육을 답습, 이식하기 보다는 자체적인 리더십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으로 목표로 출발했다.

어떤 리더십 교육 혹은 훈련을 시킬 것인가는 리더십이론을 둘러싼 논쟁과 맞물려 있다. 리더십 이론을 둘러싼 초기 논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타고난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환경이 만든다는 이론이다. 그래서 전자는 리더의 개인적 자질에 초점을 두고 후자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마련에 더 중점을 둔다. 최근의 논의는 이 둘을 융합해 다양화하고 있다. 이러한 이론적 논의가 리더십 교육에서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즉 개인리더 소양교육과 팀 리더 훈련이 그것이다.
포항공대 리더십센터는 포항공대의 과학기술 전공자들이 과학기술과 사회에서 패러다임 리더로 커 나가도록 개인 리더십과 팀 리더십 두 분야에 대한 교육과 훈련프로그램을 특성화하여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 올 첫해에는 개인차원의 리더십 함양을 위해 ‘자기계발과 리더십’이라는 강좌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2005년부터 리더십 교육은 강의를 통한 교과교육과 실질적 리더 체험교육, 그리고 리더를 보고 배우는 견문교육, 연구성과를 통해 리더십을 교육하는 연구교육 4대 교육전략을 바탕으로 교육사업, 훈련/지원사업, 포럼사업, 연구사업, 출판/DB사업을 추진하고자 한다. 교육분야에서 개인 리더십과 팀 리더십 교육에 필요한 다양한 강좌를 개발해 담당부서와 협의해 개설할 예정이다. 그리고 학생들과 교원들에게 단기 리더십 훈련과정을 제공함은 물론 전세계 리더들이 과학기술계의 공동쟁점을 상시적으로 논의하는 과학기술리더포럼 설립을 추진하고자 한다. 학생차원에서도 과학기술학생리더(SLEST: Student Leaders in Science and Technology) 포럼을 조직해 운영하고자 한다. 이들 포럼은 리더들간의 네트워크 장을 제공함은 물론 학생들에게는 미래의 과학기술계 리더로서 할 일들을 직접 연습하고 준비하는 시간을 갖게 할 예정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 및 교원 전 포항공대인들로 하여 리더십에 대한 마인드를 갖도록 도와주며, 리더십 함양이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 바란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과 훈련은 리더십센터만의 노력으로는 완성될 수 없다. 여러 교수님들과 연구원, 그리고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을 때만이 가능하다. 과거의 역사에서는 카리스마적 리더십이 효과를 발휘했다. 그러나 민주화ㆍ다원화시대에 카리스마형 리더십은 그 효력이 약화되고 있다.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와 노력, 그리고 그렇게 하도록 독려하고 이끌어내는 포항공대 리더들의 추진력이 필요하다. 하나의 유능한 리더보다는 포항공대 구성원 3천여명 모두가 이 시대와 나라 세계의 리더라는 자부심과 자각,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리더십이 타고난 것으로 보지 않는 쪽이다. 리더십은 인간 누구나에 내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누르기도 하고 동조집단을 형성해 다수를 형성하기도 한다. 아무리 작은 조직이라도 거기에는 리더가 반드시 존재한다. 포항공대인들의 내면에 내재되어 있는 리더로서의 끼를 마음껏 펼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끼가 다른 사람과 인류에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더 도움이 되고 보탬이 되는 리더로서의 끼가 되길 바란다. 또한 리더로서의 끼를 명확한 비전으로 키우고, 열정으로 다듬고 추진해 나가며, 세계와 과학기술변화를 읽어내는 예지력을 통해 경쟁력으로 승화시키길 바란다. 과학기술분야에 전문화된 대학으로서 포항공과대학과 포항공대인들이 개인 차원에서는 더 많은 노벨상 수상자들이 나올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하며 서로 독려하고, 사회적으로는 과학기술발전을 통해 인류공영과 사회발전을 주도하는 리더로 성장해 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