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15주년 특집 좌담회> 포항공대 개교 15년의 성과와 앞으로의 과제
<개교 15주년 특집 좌담회> 포항공대 개교 15년의 성과와 앞으로의 과제
  • 정리 : 오창선 편집간사
  • 승인 2001.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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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 : 김영걸(화공, 중앙) 명예교수,
김기문(화학, 우) 교수,
강인석 본지 주간(화공 교수, 사회)


사회 : 먼저 바쁘신 중에도 이렇게 나와주셔서 감사드린다. 이 좌담회에서는 오는 12월 3일 개교 15주년을 맞아 포항공대가 이룩한 성과와 우리 포항공대 구성원에게 남겨진 과제는 무엇인지를 중심으로 이야기했으면 한다.

김영걸 : 우선 우리대학이 개교하게 된 배경과 이유, 즉 처음 시작이 무엇이었는가를 되짚어보아야 할 것 같다.

김기문 : 70년대 초 한국과학기술원이 개원하면서 대학에도 연구할 기반은 마련하였다고는 하나 우리대학이 개교할 당시인 80년대 중반까지도 과학기술환경은 매우 척박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제대로 된 연구를 한번 해보자’,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대학이 필요하다’ 하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포항공대를 탄생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

사회 : 그럼 교육적 측면에서도 평가해 보자.

김기문 : 다른 대학의 경우 학부생에 대한 교육은 많은 수의 학생을 대상으로 가르치다 보니 실효를 거두기 어렵고, 실제 교수들이 여기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다. 반면 우리대학은 처음부터 한 학년 300명의 소수의 정원을 고수하며 소수정예의 제대로 된 교육을 실시하여 그에 걸맞는 우수한 졸업생을 배출한다는 점에서 나도 교수의 일원으로서 자부하고 있다.

김영걸 : 대학을 평가할 때 입학커트라인이 몇 점이냐를 잣대로 삼는 경향이 있는데 상위 3% 이내의 우수 학생들에게는 이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김 교수가 말한 것처럼 대학에서의 4년 동안 어떻게 교육을 받느냐에 따라 졸업할 때의 수준은 판이하게 달라진다는 점에서 우리대학이 배출한 졸업생들의 역량은 국내 어느 대학보다도 높다고 생각한다. 이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우리대학이 87년 첫 신입생을 모집할 때, 지원자격으로 상위 2% 내외 정도의 학력고사 점수 280점 이상으로 제한하였을 때 주위에서는 모험이라고 하였지만 실제 합격자의 평균점수는 이보다도 훨씬 높은 성공적인 결과를 일궈내었다. 이후 지금까지 입학생의 자질이나 발전과정을 살펴보면 지난 15년간 우리대학의 역사는 아주 성공적이다. 하지만 개교후 단기간에 괄목할 성장을 했다는 것은 우리나라 교육ㆍ연구환경이 그만큼 척박하다는 것을 반증한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대목이다. 우리나라가 경제 규모로 볼 때 세계 13위권이라는 통계를 본 적이 있는데 실제 사회인프라는 이에 훨씬 못미친다.

김기문 : 그렇다. 눈에 보이는 외형상으로는 이렇게 보이지만 교육ㆍ문화환경 등 내실은 아직 빈약하다.

김영걸 : 대학교육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이십수년 전 과학기술원 부원장이었을 때의 일화를 하나 소개하자면, 그 당시 과학기술처 장관이 우리나라 교육의 질은 상관할 바 아니니 학생 정원이나 획기적으로 늘리자는 것이다. 한 나라의 장관이라는 사람의 인식이 이 정도이니 어떻게 제대로 된 정책을 바랄 수 있었겠나.

사회 : 우리대학이 국가정책에 크게 기여한 게 있다면 어떤 것을 들 수 있겠나.

김영걸 : 지금 입시제도에서 당연하다 여기는 복수지원제도 도입을 김호길 학장의 주도하에 포항공대가 앞장서서 실현시킨 것은 우리나라 고등교육 역사에 한 획을 긋는 탁월한 업적이다. 또한 방사광가속기를 건설할 당시, 일개 사립대학으로서 국가적인 연구시설을 만든다는 것 자체로도 엄청난 일이지만,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국가가 사립대학의 연구시설을 만들고 운영하는데 재정지원을 하는 첫 선례가 된 것은 국가과학기술정책의 모범적인 모델이 되고 있다. 우리 구성원들은 과거에 이렇게 기존의 발상을 뛰어넘는 도전과 노력이 오늘의 포항공대를 만들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김기문 : 사실 우리대학이 개교할 당시까지는 연구투자라는 개념이 희박했다. 사립학교도 국가 자산으로 보기보다 개인의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는데 방사광가속기 건설 과정에서의 이런 일들이 기존 개념을 바꾸는 계기가 된 것이다.

사회 : 이렇게 건실한 기반 위에서 알찬 교육을 할 수 있음으로 해서 화학과 87학번인 장영태 박사처럼 우리대학에서 박사과정까지 모두 마친 졸업생이 미국 유수 대학의 교수로 부임할 수 있었다고 본다.

김기문 : 그런데 지금의 우리대학을 냉정히 평가한다면 처음 시작할 때의 사명감과 열의를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이런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시기이다. 우리대학이 지금 약간의 정체를 보이고 있는 것이 갑작스런 김호길 학장의 사고, 박태준 설립이사장의 퇴진 등의 정치환경의 변화와 포스코의 재정 지원 위축 등 일련의 위기가 너무 빨리 엄습했다는 그런 불운과 아쉬운 마음은 있으나 결국은 모든 일의 주체인 사람의 문제이니 만큼 해이해져 가는 정신을 다지는 것이 더 중요하고 급한 일이다.
김영걸 : 어느 정도 세월이 흐르면서 구성원간의 동질성이 떨어지고 있다. 즉, 시작할 때의 첫마음은 모두가 제대로 된 대학을 만들자는 일종의 혁명과도 같은 목적의식과 열정으로 일체감이 형성되어 있었고, 그것이 지금의 포항공대를 있게 한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그렇지만 이후 어느 정도 반석 위에 올려진 포항공대에 오는 교수나 직원, 학생 일부는 이런 첫마음에 동참하기 위해서가 아닌 개인적 필요에 의한 선택 차원에서 오게 되었다. 현재 포항공대에는 구성원간에 이런 이질감이 있음으로 해서 발전에 저해가 되고 있다.

김기문 : 어느 사회나 조직에서 반드시 겪어야 할 과정이긴 하나 참 아쉬운 부분이다. 퇴임하는 원로교수들이 늘어나면서 이런 정신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의 극복을 위해서는 정체성을 잃지 않고 제대로 유지해나가는 계기가 모색되어야 한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빈자리를 채워주는 ‘젊은 피’의 수혈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하고 연구와 교육에 불만이 생기지 않는 공정한 평가체계가 정립되어야 한다.

김영걸 : 이는 우리대학에서 뿐만이 아닌 사회적으로도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누구나 수긍할 객관성이 뒷받침된 평가체계가 확립되어 있지 않음으로 해서 한정된 연구재원이 ‘나눠먹기 식’의 분배와 ‘차례 기다리기 식’의 지원 등의 폐단이 과학기술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리고 교수 평가시 연구만 우선하고 학부학생에 대한 교육은 뒷전으로 밀려나는 조짐이 있는 것 같아 우려된다.

김기문 : 즉 ‘선택과 집중’을 제대로 하는 것이 관건이라 생각한다. 최근 교수 연봉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기도 했는데 아까 말한 바와 같이 제도를 제대로 운영해야 한다. 승진 제도, 테뉴어 제도도 마찬가지라 생각하는데 운영에 있어 공정하고 엄격하게 적용되는 만큼 우수한 성과가 나오는 것이다. 또, 석좌교수 제도가 활성화되고 있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

김영걸 : 전면적인 경쟁체제로 가야 한다는 것에서는 동의하나 그전에 이의 역작용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포항공대의 위상을 어떻게 정립하느냐, 우리가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한 구성원 사이의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우리대학은 사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앞으로는 큰 규모의 재정 지원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대학만의 독특하고 고유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지금의 패러다임을 가지고는 10년, 20년 뒤의 전망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

김기문 : 해결책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되나, 교육연구환경에 국한되지 않는 생활문화환경 전반에 관련된 복잡한 문제인 것 같다.

김영걸 : 어렵게 생각하기 보다 우리만의 고유한 커뮤니티를 제대로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덧붙이자면 포항공대의 어제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모습에 대해서 이런 학교신문 지면에서 뿐만 아닌 구성원 서로서로가 마음 터놓고 이야기하는 자리가 많았으면 한다.

사회 : 장시간 좋은 의견 나눠주셔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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