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자전기공학과 정진용 연구교수
[인터뷰] 전자전기공학과 정진용 연구교수
  • 강진은 기자
  • 승인 2004.10.1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처벌대상 대학*연구소까지 확대는 잘못”
최근 입법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첨단기술유출방지법안에 연구인력의 동종업계 전직을 강제적으로 제한하려는 요소가 보이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는데

-전직에 대한 제재는 잘못된 방법이다. 기존 회사에서 활용된 기밀이 활용되는 것이 제한되어야지, 광범위하게 전직을 제한하는 것은 개인의 권리에 대한 침해이다. 해외 유출에 의한 내국 기업의 손실은 만회하기가 어려우므로 핵심기술의 해외 유출에 대한 방지가 1차 목표가 되어야 하며, 해외 취업 시에는 기업 기밀을 준수하도록 해야 한다. 국내에서의 기술유출은 상대적으로, 기술 자체가 국내에 머무르므로 국가 경쟁력에 대한 피해는 적다고 볼 수 있다.

지난달 18일에 열린 경제장관간담회에 보고된 ‘첨단기술유출방지대책안’에는, 기술유출에 관한 처벌 대상을 대학과 연구소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 포함되어 있는데

-처벌 대상을 대학과 연구소로 확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선 대상 기술을 정하는 것이 자의적일 수 있다. 대학*연
구소에서 진행하는 과제는 과제를 관리하는 측에서 계약 시에 대외비로 선정하는 경우에 의미가 있지, 다른 기관에서 유출 제한 기술로 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또한 첨단기술 연구에 국제적 협력 및 해외 인력 참여에 대한 제약 요소가 된다. 아울러 참여 인력 또한 졸업 후 관리가 용이하지 않으므로 실효성이 적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업 기밀로 지정된 것은(대체로 기업과 산학협력 과제 추진 시 정의되어 모호성이 없음) 학교 또는 연구실에서 관리하므로 관리방법에 대한 개량이 필요할 지는 모르나, 보안자격증 제도 등은 불필요한 인력의 손실이라 생각한다.

‘첨단기술유출방지대책안’에서도 명백히 볼 수 있듯이, 기술유출을 막기 위한 정부의 의지는 ‘규제 강화’로 굳어진 듯 하다.
과연 그러한 규제를 감내할 만한 인력관리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다고 보는지, 혹은 그를 위한 진지한 노력이 병행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기존 기관의 관리 능력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loop hole에 대한 개선은 필요하다고 본다. 첨단 기술유출 가능성이 높은 분야는 해외 생산을 제약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으나, 기업의 생존 전략과 맞물려 용이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러한 사안을 판단할 인력과 시스템이 정부 부처에 다 갖춰져 있다고 판단되지는 않는다. 신기술 연구인력을 활용하여 판단하여야 하는데, 정부 기관이 적절한 인력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다고 본다.

만약 첨단기술유출방지법이 입법되지 않더라도, 경제장관간담회 등의 자리에서 이러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 자체에 대한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데

-첨단기술 유출에 대한 관심을 제고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보나, 규제 위주로 나가는 것은 부정적인 측면이 크다. 또한 중점 보호해야 할 기술과 비 대상이 될 기술에 대하여 구별하지 못한 채 규제 방법을 우선적으로 결정하려는 것은 순서가 바뀌었다고 본다.

기술유출 및 부정경쟁을 방지하는 정책과 연구인력의 전직에 관하여, 실제 산업현장의 상황을 알고 싶다. 국내 기업문화는 어떠한지, 또 외국 선진기업들의 경우는 어떠한지

-일부 연구원은 기술이 거액으로 거래될 수 있다는 것에 유혹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핵심기술을 아는 연구원 보다는, 비교적 연봉이 낮고 경험이 적은 연구원에 의해 유출된다고 본다. 전직한 연구원이 전 회사의 연구원과 접촉하여, bottle neck이 되는 노하우를 유출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근래에는 창업 시 관련 연구원을 스카우트하여 개발하거나, 아예 핵심 연구원들이 나가서 창업한 경우도 있다. IMF 이후에는 연구원의 기업에 대한 윤리성이 약화되어서, 기업도 연구원의 기술유출에 대하여는 더욱 타이트하게 대비하고 있다.

전직이 자유로운 미국에서는 이직하는 경우, 같은 기술을 이용하여 제품 개발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계약서에 서명을 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창업하는 경우, 같은 기술을 모방하여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새로운 기술로 출발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법정 문제로 비화된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이 오히려 우리에게, 스스로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대안을 모색해 볼 기회를 주는 것 같기도 하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길은 어떠한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연구원은 기술만 개발하여 월급을 받는 것이 아니라, 기술에 대한 관리도 하면서 월급을 받는다고 생각하여야 한다. 기업은 경영의 성패에 따라 기술을 개발하며, 생산성이나 시장 환경에 따라 적자를 지속하다 접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 경우에 특허 등으로 남은 기술은 관리될 수 있으나, 인력은 경쟁사나 경쟁국으로 넘어 간다. 이러한 경우 전직을 제한하는 방법으로는 기술유출에 대한 대책을 세우기가 어렵다. 따라서 전직을 제한하는 방식 보다는, 경쟁사로 전직한 후 기존에 습득한 고유기술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과학기술정책 결정 과정에서도 그렇고, 사회 전반적으로 과학기술인의 목소리를 내기가 참 힘든 것 같다. 연구개발 및 산업현장에서 활동하는 분으로서 이러한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시는지

-현재 시행하는 고위 공무원 육성 방식을 법률 지식 우선의 선출 방식에서 실무나 전문성 위주로 하는 방식으로 바꾸고, 이 방식으로 채용된 인력들이 고위 정책 결정권을 가질 때까지는 시행착오가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현 상황에서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것이 기술정책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