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촌맺기] 물리학과 스티븐 프라우치 방문교수
[일촌맺기] 물리학과 스티븐 프라우치 방문교수
  • 최윤섭 객원기자
  • 승인 2007.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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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한 과학자가 되기 위해 무엇보다 ‘동기’가 필요
이번학기 우리대학 물리학과 방문교수로 부임, 현재 일반물리Ⅰ Honor 강의를 맡고 있는 스티븐 프라우치(Steven Frautschi) 교수를 만나보았다. 프라우치 교수는 올해 72세의 노교수로, 1954년 하버드대에서 물리학 학사, 1958년 스탠퍼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버클리·코넬대 등에서 연구를 수행했고, 1962년부터 칼텍에서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작년 10월 은퇴했다. 1980년 초까지 버클리대의 쵸우(Chew) 교수와 함께 당대 최고의 소립자 이론물리학자였으며, 1980년대 중반부터는 물리학의 대중화에 관심을 가지고 ‘Mechanical Universe’ 비디오를 제작해 각종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연구 분야는
나는 이론물리학자이다. 특히 소립자에 대해서 연구해왔다. 내가 한 일들 중 가장 잘 알려진 일은 Strong Interaction, Strong Force에 관한 것이다. 특히 일본의 최초 노벨상 수상자였던 Yukawa의 Theory of Nuclear Force를 수정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였다. POSTECH의 몇몇 교수님들도 이러한 이론물리학 분야의 연구를 시작하고 있기 때문에, 아마 내가 70년대에 했던 이러한 일들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 POSTECH에 오게 된 계기는
알다시피 POSTECH에 재직 중인 김재삼 교수가 칼텍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당시 그는 Murray GellMann 교수의 지도학생이었는데, 나도 그와 함께 몇 개의 논문을 쓰기도 했다. 그 인연이 계속 이어져 왔는데, 작년 10월에 내가 칼텍에서 은퇴한 것을 알고 김재삼 교수가 POSTECH으로 초대했다. 아내와 나는 한번도 한국에 와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새로운 환경에서 맞는 흥미로운 도전 기회라고 생각했다.

- 칼텍에서 POSTECH이 유명한 대학인가
아직 미국의 많은 교수들이 POSTECH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일단 POSTECH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은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다. 칼텍과 매우 비슷한 모델을 가지고 있는 학교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 POSTECH에서 받은 인상은
아주 좋다. 알다시피 1학년 중에 지원자를 받아 일반물리 Honor반을 영어로 강의하고 있는데, 약간 걱정이 없지는 않았으나 학생들이 잘 따라주고 있다. 칼텍에서는 교과서의 문제로 숙제를 내지 않는다. 교과서에서 숙제를 내면 학생들이 문제가 너무 쉽다고 불평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POSTECH에서도 처음 Honor반 강의를 시작할 때에도 다른 분반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고 미리 이야기를 했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도 도전을 즐기는 것 같다.

- 칼텍과 비교해서,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질문을 많이 하는가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칼텍의 학생들을 하버드나 버클리의 학생들과 비교해보면 차이가 드러난다. 칼텍의 학생들은 연구에 집중하기 때문에 그리 언변이 뛰어나거나 사교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하버드는 토론을 즐겨하며, 버클리 학생들도 아주 사교적이기로 유명하다. 내가 볼 때 POSTECH의 학생들은 칼텍의 학생들과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 칼텍과 POSTECH의 연구환경의 차이점은
두 학교 모두 탁월함(excellence)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실 MIT와 비교할 때 칼텍은 기초과학에 많은 비중을 두고, MIT는 응용과학에 더 많은 비중을 둔다. POSTECH은 학교의 크기를 작게 유지한다는 점에서 칼텍과 유사하지만, 응용과학에 비중을 더 둔다는 점에서 MIT와 비슷하다고 하겠다.

- 우수한 과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지성·근면·열정 등 다 필요하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동기(motivation)다. 칼텍에 다니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연구를 하려는 동기가 충분하지 않으면 그 생활을 견뎌내기가 힘들다. 이렇게 터프하게 연구를 한다는 점은 POSTECH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 생활을 견뎌낼 동기가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 그래서 학생을 선발할 때 좋은 시험점수도 중요하지만, 그들의 선생님이 그 학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혹은 학생 스스로가 자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좋은 시험점수가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 POSTECH은 최근 VISION2020을 선포했다. POSTECH이 칼텍과 같은 우수한 대학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특별히 해줄 코멘트는 없다. 다만 그런 목표를 세웠다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다. 20년의 짧은 시간에 한국 최고의 대학으로 발전한 것도 그렇다. 멀지 않은 미래에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으로 발전할 것을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