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각도에서 자연을 바라보는 태도 필요
여러 각도에서 자연을 바라보는 태도 필요
  • 정현철기자
  • 승인 2006.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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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촌맺기]-필즈상 수상자 장 크리스토프 요코즈 교수를 만나다
-한국에 대한 느낌이 어떤가
한국에 처음 왔는데 좋은 인상을 많이 받았다. 경주에 가서 불국사겧薇같?등 여러 곳을 둘러보았는데, 비록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었지만 그저 경이로운 경관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Dynamical system이란 무엇인지 설명해 달라
Dynamical system이란 주위의 현상을 수학적으로 표현하고, 어떤 성질을 예상하는 학문이다. 뉴턴의 제2법칙, 즉 어떤 힘을 가했을 때 물체가 어떤 운동을 할 것인지 알아내는 식은 가장 흔하고 간단하게 볼 수 있는 Dynamical system의 미분방정식이다.

-수학을 잘 하는 비법을 알려달라
수학을 잘 하는데 특별한 비법은 없는 듯하다. 단지 문제를 한 가지 초점에서만 바라보지 말고, 여러 각도에서 볼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물론 시험을 치를 때 쓸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아니다. 그러나 공부를 하는데 있어서 꼭 문제를 푸는 것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생각을 넓히다보면 문제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며, 다른 문제에도 적용시킬 수 있는 응용력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수학은 잘못된 방법으로는 오랜 시간이 걸려도 풀지 못하는 학문이며, 하나의 난관을 풀어낸다고 해도 곧 다른 난관이 다가선다. 한 가지 방법만을 고집하면 큰 성취를 이루지 못한다.
수학을 좋아하고 열심히 하는 것 역시 수학을 잘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건일 것이다. 1970년에 필즈상을 수상한 일본인 히로나카를 아는가? 그는 평범한 두뇌를 가졌지만, 자신이 남들보다 뒤떨어진다고 생각해서 누구보다도 열심히 수학에 매달렸다. 결국 그는 대수기하 분야에서 당시 매우 중요한 수학적 난제였던 Singularities of algebraic varieties를 풀어내는 위대한 수학적 성취를 이루었다.

-왜 수학자의 길을 택했는가
수학을 좋아하고 문제와 싸우는 법을 알았기에 나는 이 길을 택했다. 만족할만한 성과가 없었다고 해도 난 이 길을 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았을 것이다.
1901년 당시 대수적 정수론, 공리주의 수학 기초론 등의 많은 연구로 유명했던 한 수학자가 그때까지 풀리지 않던 난제 23개를 발표했다. 이 ‘데이비드 힐버트의 23가지 난제’는 한 세기 동안 우리가 풀어야 할 수학적 명제들을 모아서 발표한 것으로, 힐버트는 이 중 몇몇 문제들은 20세기 안에 풀릴 것이라 예상했으며 다른 몇몇 문제는 몇 백 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23개의 난제 중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비롯한 일부 난제는 풀렸지만, 나머지는 힐버트가 예상한 것처럼 여전히 수학자들에게 과제로 남아있다.
이렇듯 수많은 수학자들이 매달려도 오래도록 풀리지 않은 난제들에 도전하는 것은 나에게 그 자체만으로도 흥분되고 재미있는 일이다. 나는 9년 동안 매달린 끝에 증명한 문제로 필즈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11년 동안 계속 풀고 있는 문제도 있다. 이것은 내게 전혀 지루한 일이 아니다.
나와 마찬가지로 다른 수학자들 역시 수학을 좋아하기에 이 길을 택한다. 그것은 음악가들이 음악을 좋아서 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수학을 연구하는데 있어서 어려운 점은
난 두 번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 출전했다. 러시아와 독일 대회에 나갔는데, 독일에서는 금메달을 받았다. 올림피아드는 수학적 능력을 키우는데 있어 매우 좋은 경험이며 큰 도움이 된다. 그렇지만 그것이 곧 수학 연구에 있어서 성과를 내는 일과 직결된 사항은 아니다. 올림피아드는 문제가 나와 있고 그것을 해결하는 것인데 비해, 연구에서는 문제 자체를 알 수 없거나 결론을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황이 많이 다르다.

-POSTECH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계속 파고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만 그것 하나만 아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수학을 풀 때와 마찬가지로, 이공계의 길을 걷는 학생 여러분들은 유연성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 자연을 여러 관점에서 바라보고 또 현상을 깊이 집중하여 관찰한다면, 나보다 더 커다란 성취를 이룰 수 있으리라 믿는다.

* 이 인터뷰 기사는 포스테키안 06.03-04월호의 내용을 일부 참고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