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천국과 지옥>을 보고] “힘을 내요! 그대는 약하지 않아요”
[뮤지컬 <천국과 지옥>을 보고] “힘을 내요! 그대는 약하지 않아요”
  • 정현철 기자
  • 승인 2006.03.2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젊은 세대의 번민과 사랑·우정 재치있게 표현
지난 9일, 우리 대학 대강당에서 문화콜로퀴움 행사로 뮤지컬 <천국과 지옥>이 무대에 올랐다. 연희단거리패 배우들이 열연한 이번 공연은 대강당의 1, 2층 객석을 거의 메운 가운데 공연 내내 박수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좋은 반응을 얻었다.
뮤지컬 <천국과 지옥>은 대학 뮤지컬 학과 천국 팀 과 길거리 힙합 모임의 지옥 팀이 그들의 사랑과 우정, 갈등을 풀어나가는 작품으로, 젊은 시절 자신들의 세상에 만족하지 못하고 답답해하며 방황하는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오르페우스(오르페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최고(最古)의 시인이자 악인(樂人)으로, 아폴론에게 배운 수금 솜씨가 어찌나 훌륭했던지 그의 음악에 매혹당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그는 요정 에우리디케(에우리디체)를 아내로 맞아 극진히 사랑했으나 그 기쁨도 잠시, 결혼 직후 그녀가 죽었다는 사실은 오르페우스를 비통에 빠뜨린다. 에우리디케가 요정들과 산보를 나갔다가 그녀에게 반한 양치기에게 쫓겨 도망하던 중 독사에게 발목을 물린 것이다. 그러나 오르페우스는 자신의 혹독한 운명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고 아내를 찾아 플루톤(플루토)이 있는 지옥으로 떠난다.
뮤지컬 <천국과 지옥>은 이러한 그리스 신화 ‘오르페우스의 전설’을 바탕으로 했다. 오르페오 역을 맡은 뮤지컬 학과 새내기 정도는 에우리디체 역을 맡은 선배 채연을 사랑하여 한 순간도 관심과 애정의 끈을 놓지 않는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으로 고민하는 채연은 매사에 간섭만 하는 정도의 사랑이 불편하게만 느껴지며, 학교생활에 답답함을 느껴 정신적으로 방황한다. 그러던 중 채연은 다운타운에서 같은 학과 선배인 낙균을 만나게 된다. 반항적이면서도 자유로운 정신을 소유한 낙균은 뮤지컬 학과에서 ‘플루톤’ 역을 맡았던 인물이다. 그는 독단적이고 태만한 태도로 인해 뮤지컬 팀의 리더 종현의 지적을 받아 휴학하고, 다운타운에서 힙합 그룹을 결성해 지옥을 표방하는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중이었다. 채연은 “학교 잘 다니는 모범생이 될 것이냐, 아니면 진정한 자유인이 될 것이냐”라는 낙균의 말에 다운타운을 택하게 되고, 이 사실을 안 정도는 신화의 오르페오처럼 그녀를 찾아 지옥까지 나서지만 끝내 채연의 마음을 되돌리지 못한다.
한편, 뮤지컬 학과 ‘천국클럽’의 리더 종현은 자신이 낙균을 쫓아냄으로 인해 에우리디체 역을 맡은 채연까지 잃게 되자, 낙균을 다시 불러들이자는 멤버들의 제안에 못 이겨 다운타운으로 찾아 나선다.
뮤지컬의 3막 ‘지옥’ 장면은 이제 절정과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 낙균이 “교육이라는 틀에 박혀 모두 똑같은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라고 비난하는 천국클럽 팀과 종현이 ‘양아치’라고 지칭한 힙합지옥 팀. 이들은 지옥클럽을 무대로 서로 자신들의 실력을 과시하는 대결을 벌이나 점차 서로의 아픔과 우정, 사랑을 이해하며 화해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이 와중에서 채연은 마음의 안정을 얻음과 동시에 동굴처럼 어둡기만 하던 자신의 길에 한 줄기 빛을 보게 되고, 모두들에게 작별과 감사의 말을 전하며 불확실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자신의 미래를 향해 용감하게 세상 속으로 떠난다.
이야기의 탄탄한 구성과 배우들의 재치있고 유머러스한 연기는 관객들을 공연 속으로 끌어들이기 충분했다. 헤라클래스 역을 맡은 배우가 “(웃옷을 들추며) 이 갈비 좀 봐! 내가 무슨 헤라클래스야!”라고 절규하는 모습과, 담배 불을 끄고 버리려다 아까워서 호주머니에 넣고 “길바닥에 버리지 마세요”라고 경고 아닌 경고를 하는 배우의 모습은 관객들의 웃음보를 풍선처럼 부풀렸다. 또한 제우스 역을 맡은 배우가 ‘2만 2천 볼트’ 짜리 전기창으로 한 멤버를 지지며 “그만 해”라는 멤버의 말에 “박수 칠 때 까지만”이라고 답하는 장면, 힙합클럽의 한 인물이 노래부르는 도중 손으로 물결을 치면서 “2층 안 해!”라고 장난스레 고함을 치는 장면은 관객들의 반응을 자연스럽고 재치있게 유도해내는 것이었다. 이와 더불어 배우들의 뛰어난 가창력과 생기 넘치는 안무는 관객들에게 콘서트 장을 방불케 하는, 화려하고도 열정적인 무대를 선사했다.
천국클럽 팀과 지옥클럽 팀을 포함한 배우들의 극중 모습은, 공학도의 길을 걷는 우리와는 다르지만 관객들에게 같은 젊은 세대로서의 번민과 사랑, 우정을 공유케 했다. “힘을 내요! 그대는 약하지 않아요”라는 노래로 마무리를 장식한 이번 공연은 이제 갓 입학한 신입생을 포함한 우리에게 젊음에 대한 열정을 간직하고, 불확실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힘을 잃지 말라는 의미있는 메시지를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