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오름돌] 좋은 대학을 넘어 위대한 대학으로
[78 오름돌] 좋은 대학을 넘어 위대한 대학으로
  • 최윤섭 객원기자
  • 승인 2007.03.2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영학 서적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짐 콜린스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를 한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모든 좋은 것은 위대한 것의 적이다’라는 말로 시작하는 이 책은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한 기업에는 평범한 기업이 가지지 못한 어떤 요소를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 기존의 생각을 뒤집는 연구 결과를 보여준다. 이것은 단순히 기업 경영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좋은 것에서 위대한 것으로 도약하려는 모든 조직에게 적용될 수 있는 내용이다. 책이 출간된 지 몇 년이 지난 지금, 이제 와서 다시 들춰보는 이유는 그저 좋은 국내 대학에서 세계 20위권의 ‘위대한 대학’으로 발돋움하려는 POSTECH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여러 조건 중에 도약을 준비하는데 필요한 세 가지 조건만을 들어 보겠다. 첫 번째로 ‘리더’에 관한 것이다. 위대한 기업에는 모두 ‘단계 5의 리더’가 있었다. ‘단계 5’의 리더란, 강력한 카리스마로 리드하는 자기중심적인 리더보다 한 단계 더 높은 리더로 일반적인 관점으로는 전혀 리더답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겸손하며, 나서기를 싫어하고, 부끄럼까지 타는 사람들이지만 회사를 키우는데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한다는 금욕에 가까운 결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또한 후계자들이 훨씬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주며, 조직 외부에서 영입한 사람이 아닌 회사 내부 출신이라고 한다. 총추위가 결성되고 총장 초빙 공고까지 내건 시점이다. 다음 총장님은 어떠한 분이 되어야 할까.

두 번째로 ‘비전’보다 ‘적합한 사람’이 먼저라는 것이다. 보통 ‘비전’을 먼저 세우고 그 비전에 맞는 사람을 고른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위대한 기업에서는 반대로 ‘적합한 사람’을 찾은 후에야 어디로 갈지 결정을 했다. 또한 적합한 사람을 버스에 태우는 것과 동시에 ‘부적합한 사람’을 버스에서 내리게 하는 일도 수행하였다. POSTECH이라는 버스에는 어떤 사람을 태워야 하며, 또 어떠한 사람을 내리게 해야 할까.

세 번째로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되, ‘믿음’은 잃지 말라는 것이다. 그들은 위대한 회사로 우뚝 설 거라는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눈앞에 닥친 현실 속의 가장 냉혹한 사실을 직시하였다. 우리가 맞닥뜨린 냉혹한 현실이란 무엇인가? 이공계 기피, 졸업생 다수의 의학전문대학원 진학, 교원임면권 문제, 개교 이념의 희석 등을 들 수 있다. 지난해 VISION2020을 거창하게 내세웠지만, 우리대학의 구성원들은 과연 이런 현실 속에서도 세계 최고의 대학으로 발돋움하고 말겠다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는가? 모든 구성원이 똘똘 뭉쳐 그 목표를 이룰 수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가?

평범했던 기업이 위대한 기업으로의 전환은 무슨 이름이나 슬로건, 출범식, 거창한 프로그램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강한 의지의 리더, 적합한 사람, 현실 직시에 따른 냉정한 목표 등이 결합되어 무거운 플라이휠을 조금씩 밀듯 추진해나가다 보니 모르는 사이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더라는 것이다. 거창한 슬로건과 화려한 출범식을 통해 우리대학 조직과 구성원들에 어떠한 근본적인 변화가 시작되었는가? 리더, 구성원, 현실 직시 등이 없는 이상 구호는 구호에 그칠 공산이 적지 않다. 좋은 대학에서 위대한 대학으로 발돋움하려고 하려는 우리대학에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