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계단] 수학·과학특기자 특별전형은 과학고용?
[78계단] 수학·과학특기자 특별전형은 과학고용?
  • 이창근 기자
  • 승인 2005.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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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신교 다양성 측면서 바람직하지 않아
최근 우리대학은 2006학년도 입시부터 수시 1학기 입학전형-수학·과학특기자 특별전형-으로 20명을 우선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전형의 지원자격을 보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수학·과학분야 Research & Education(이하 R&E)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그 지도교수의 추천을 받은 자’. R&E 프로그램에 대해 물론 과학고에 재학 중인 학생이라면 들어보았겠지만, 대부분의 일반고 학생들은 그렇지 않다.

이 프로그램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부산의 과학영재학교를 중심으로 학생 7~8명과 교사, 대학교수가 한 팀이 되어 연구를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2002년부터 실시되고 있는 R&E는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 동안 우수한 학생들이 조기에 연구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토양을 마련하고 있다. 분명 전국 과학고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문을 열어두고는 있지만, 영재학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치열한 내신경쟁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들이 따로 시간을 내기는 힘들다. 그러므로 결국 1학기 수시는 과학영재학교 졸업자를 위한 전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특별전형이 생긴 것을 문제삼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학교가 우수한 학생을 유치해 그들로 하여금 좋은 성과를 내주기를 바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20명의 학생이 우선 선발됨에 따라 정시로 입학할 수 인원이 90명에서 70명으로 줄어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현재 우리대학이 타 대학에 비해 수시입학의 비율이 높은 편에 해당되는데, 2006년부턴 격차가 더 벌어진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대학 입시결과에서 지난 3년 동안 계속해서 과학고 출신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2003학년도 입시에서는 17%, 2004학년도 19%, 2005학년도 25%로 계속해서 높아졌다. 이 비율은 우수한 과학고 졸업자가 그 해에 얼마나 지원을 했느냐에 비례하는 수치이겠지만, 앞으로도 크게 줄어든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또한 앞으로 들어올 1학기 합격자를 고려하면 이 비율은 충분히 30%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그 동안 우리대학이 KAIST와 비교할 때, 강조했던 점이 있었다. 그것은 다양성이었다. 전체 2/3정도가 과학고 졸업자로 이루어지는 KAIST와 비교했을 때, 우리는 나름대로 일반고 출신 졸업자들이 많았다. 그래서 그들로 하여금 다양한 만남의 기회나 대화의 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KAIST에 진학한 친구의 말을 빌리자면, 그 곳에서는 과학고 동문중심의 교우관계가 너무 보편화되어 있어서 상대적으로 일반고 출신 학생들이 피해를 받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우리대학도 이제 앞으로의 방향을 고려해야만 한다. ‘대한민국 1%’ 학생들을 선발하고 잘 육성해 우수한 인재를 배출하려고 하는 대학의 지향점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대학의 색깔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최근 많은 일반고 학생들이 KAIST에 진학함에 따라 KAIST에서 과학고의 비율은 줄어들고 있으며, 과학고에서는 KAIST가 아닌 포항공대·서울대를 비롯해 의대, 한의대를 선호하는 학생 수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우리대학은 어떻게 앞으로 대학의 다양성을 추구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