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여덟 오름돌] 누구를 위한 구조조정인가
[일흔여덟 오름돌] 누구를 위한 구조조정인가
  • 곽근재 기자
  • 승인 2001.04.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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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기 이후 시장경제의 ‘신자유주의로의 지향’에 대한 문제는 속속히 터져나오는 사건들로 인해 현재 계속해서 쟁점화 되어가고 있다. DJ노믹스와 민중운동노선은 공통분모인 개혁이라는 큰 방향을 가지고 있지만 각 관점은 신자유주의와 그에 반하는 시장질서의 기본원칙을 지양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그 근본적인 차이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예전의 정치 경제적 이데올로기의 신자유주의와 극우 보수파의 단순화된 대립구도 안에서 신자유주의와 민중운동노선은 국가보안법 철폐, 기존 정치적 유산 척결 등과 같은 정치적 노선에서는 같은 길을 걷고 있었기 때문에 그 긴장관계는 좀처럼 보기 힘들었으나 현재, 정부가 경제적인 기본 문제를 신자유주의의 방향으로 -정리해고의 정당성과 20대 80의 사회, 공기업의 민영화나 해외매각, 워크아웃 등- 이끌어 가면서 공적자금 규모의 최소화, 조세계혁을 통한 사회보장 제도, 공기업 혁신 등을 주장하는 민중연대의 비판적인 목소리를 낳고 있다.

과연 신자유주의로의 전향 이후 구조조정의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지난 10일 있었던 대우자동차 파업진압에서 보았듯이 그 모습은 현재 민중연대에 불리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힘의 논리에 의한 불리한 입장뿐만 아니라 그 세력의 응집력의 차이에서도 근본적인 문제는 확연히 드러난다. 노사정위원회를 둘러싼 노동계의 참여와 탈퇴로 인하여 노동운동은 심각한 분열을 불러 왔으며, 그로 인해 노조측에는 스스로 정치적인 힘을 싣지 못했다. 또한 그러한 노사정위원회라는 것이 합의라는 틀안에 사회적 합의로 제도를 갖추어 나가고 있는지도 아직 미지수이다. 이러한 와중에도 정책도출과정에서 노조측은 배제되어 있지는 않은지에 대한 의문들 역시 대두되고 있어 노사정위원회라는 것이 ‘정부의 세련된 노동통제기구’라는 문제의식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내부적인 위치에서 현재의 대응방법이 변해가는 정세에 받아들여질 수 있는가 또한 이와 관련된 문제이다. 87년의 노동자 총파업에서 나왔던 당시의 법적, 제도적 틀이 빠르게 변해가는 현재 정세에 대응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현재 민중운동의 모습을 바라보면, 정부가 내세우는 이데올로기와 자본들을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채 투쟁 일변도의 단순한 노동운동에 그 힘을 쏟아 붇고만 있다. 이데올로기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것 자체가 힘들겠지만, 해결책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바로 그 문제에 적용될 수 없을 것이다.

신자유주의의 공격은 근본적으로 자본과 노동운동의 배제적 입장을 깔고 있다. 특히 대우자동차 파업 전에 있었던 인력감축 동의과정은 이같은 전략에 의한 노동운동의 위축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대우자동차파업을 자세히 살펴보면 파업의 원인인 구조조정으로 인하여 가시적 성과를 거두려는 경영진의 터무니없는 정책결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인력을 감축하는 것에 의한 이익은 마지막에 노조측에서 제시한 무급순환휴직제에 의해서 무마될 수도 있었지만, GM에 먹기 좋게 넘겨주기 위한 자본주의적 경영이 높으신 분들에게는 최상의 논리로 적용되어 거부되어졌다. 즉 시장경제에 입각한 논리에 의해서다.

대우자동차문제와 비슷한 문제에 처해 있었던 영국의 닛산자동차의 경우, 닛산의 방침을 저지하기 위해 내각이 총동원되어 문제해결에 나섰다고 한다. 심지어 장관이 닛산회장을 찾아가 수모를 당하면서도 구걸을 했다는 내용은 우리나라의 그것과는 별개로 보인다. 그때 영국정부가 지킬려고 했던 것은 공장의 1개 라인의 1300명의 일자리였건만, 그 이상되는 대우자동차 노동자들은 정부로부터 구조조정원칙의 기본방침에 채권단의 협박만을 받았다.

구조조정이라는 문제는 신자유주의를 떠나서 한정된 재원의 분배를 최적화하여 생산성을 최대화한다는 데에 목적이 있다. 노동계의 반발이 해외외자유치를 방해한다는 정부의 주장은 국내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것과 실업문제 해결에 관한 문제에 대한 확실한 답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즉, 미래의 산업적 논리는 전혀 들어있지 않다. 앞으로 국민들에게 구조조정에 대한 인식이 단지 인력감축으로 인한 횡포로 밖에 들리지 않을 지 걱정이다. 높으신 분들만을 위한 구조조정은 없느니만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