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교육 강화를 통해 포항공대만의 정체성 정립 계기되길
학부교육 강화를 통해 포항공대만의 정체성 정립 계기되길
  • 이현준 기자
  • 승인 2004.03.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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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교수는 고 김호길 학장을 회고하면서‘과연 지금 우리는 설립자의 의지를 계승하고 있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한 적이 있다. 설립자의 의지를 논하기 전에 우리대학 설립의 목표를 인식하고 있는 교내 구성원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우리대학교육 목표는 ‘포항공과대학교는 과학기술을 선도하는 연구중심대학으로 학술의 심오한 이론과 응용방법을 연구, 교수함과 동시에 산·학·연의 협동으로 국가산업 발전을 도모하고 전인교육을 통해 창조적인 인재를 양성하여 국가와 인류사회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학칙에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현재의 학부교육체제하에서는 졸업하기 전에 이러한 학교의 건학이념과 교육에 있어서의 목표에 대해서 생각해 볼 기회를 갖는 것이 어렵다.

다음의 몇 가지 사례들을 통해 학부 교육에 대한 교내 구성원들의 생각을 알아 볼 수 있다. 본지의 지령 200호 특집 기획 중 교내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구성원들의 52.6%가 우리대학에서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점으로‘대학의 vision 및 운영체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를 통해서 많은 구성원들이 대학의 나아갈 바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지 못하며 장기적인 대학의 비전 정립이 절실함을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현재 우리대학 구성원들이 비전 부재를 심각한 문제점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또, 이번 달 5일부터 11일까지 교육정책연구위원회(이하 교정위)에서 교내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교정위에 바라는 점 중 교육 내용부문에 있어 교양수업강화 및 다양한 교과목 개설(32%)이 가장 많은 응답을 얻어 교내 구성원들이 학부교육에 있어서 전인교육과 다양성을 키워줄 수 있는 교육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본지 지난호의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신입생의 4% 만이 건학이념 때문에 우리대학을 택했다고 답해 우리대학으로의 진학시 건학이념이 결정적 요소가 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학업 지속시간에 대한 설문조사의 경우 응답자의 67% 이상이 박사학위 또는 그 이상까지 공부를 한다고 답했으나 이는 실제 우리 대학의 진학률보다 높은 것으로 학부과정에 있어서 다양성을 키워주는 교육을 통해서 진로의 폭을 넓혀주지도 못했고, 연구중심대학의 특성을 살려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지도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의 대학의 경우를 예를 들어 교육목표 설정의 중요성에 대해 살펴보면, 미국의 소위 명문대라고 불리는 대학들은 자신들만의 색깔을 확실히 내고 있다. 그리고 명문대라고 불리지 못하는 대학들도 특성화를 통해서 자신들의 경쟁력을 찾고 있다. 칼텍의 경우에는 설립 초기부터 기초과학과 공학 분야의 탄탄한 연계를 바탕으로 소수 정예의 정책을 내세우는 한편, 높은 학문적인 성과를 중요시하는 정책을 폈다. 그 결과 1920년대에 록펠러 재단의 위클리프 로즈(Wickliffe Rose)가 내건 “가장 높게 발전한 분야들을 더 높게(Making the peaks higher)” 라는 정책에 적합한 대학이 되었고, 실제로 물리학 분야와 천문학 분야에서 많은 연구비를 지원받을 수 있었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현재 최고의 공과대학 중 하나가 되었다. 스탠포드의 경우에는 실리콘밸리와의 높은 연계성을 자랑한다. 실제로 실리콘밸리에서의 스탠포드 대학 출신의 수익성과 수입이 해마다 공개되는 등 산학협력의 성공적인 모델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예를 보건대 학풍과 대학의 방향설정이 어느 정도 중요한 것인가를 알 수 있다.
우리대학의 경우에는 이번 교정위의 발족을 통해서 학부교육의 강화에 초점을 맞춰, 궁극적으로는 바람직한 졸업생상을 도출하는 데 힘을 기울일 예정이다. 교정위 방승양 위원장은‘바람직한 졸업생상 실현이 대학원이나 사회에 진출한 우리대학 학부 졸업생들이 우리대학의 명예를 드높이는 좋은 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하며 바람직한 졸업생상 실현을 우선과제로 꼽았다. 이는 학부교육의 목표를 설정하는 일이니만큼 더 많은 교내 구성원들의 중지가 모아진 후 결정되어야 할 일이다. 한편, 바람직한 졸업생상 실현을 위해 교정위에서는 리더십 교육, 교과과정 개선 등의 정책을 실시할 계획이다. 하지만, 교정위의 홈페이지의 위원장 인사말에서 밝혔다시피 제도보다 먼저 수반되어야 할 것은 당사자들인 교수들과 학생들의 인식 변화이다. 역시 인사말에서 밝힌 바와 같이 ‘참여가 없는 정책은 아무 의미가 없을 것’ 이므로 교정위는 정책의 실행과 함께 구성원들의 의식변화에도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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