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동산에서] 신세대의 주역을 위하여
[노벨동산에서] 신세대의 주역을 위하여
  • 김종순/인문 교수
  • 승인 2001.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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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록 날이 가물더니 지난주 내린 비로 우리대학의 캠퍼스는 너무나 싱싱하고 우거진 나무들의 그 찬란한 신록이 참으로 아름답다. 이번 주에는 다음학기 수강신청을 하고 이제 불과 몇 주면 이번 학기도 곧 끝나게 될 것이다.

축제를 마치고 돌아온 학생들은 예년과는 달리 눈들이 반짝 빛나고 그 집중력이 대단하다. 이는 무학과로 들어온 정시생의 경우 그들이 원하는 전공학과를 가기 위하여서는 현재 성적이 중요하다는 것을 피부로 느껴서이고, 머리 좋은 우리 학생들이기에 그 목표를 위하여 정진하는 것으로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겠다. 일단 목표가 설정되니까 그를 위해 돌진하는 모습은 보기도 좋고 적극적인 그들 노력에 모두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러나 현 위치에서 언제나 주어진 삶에 충실해야 한다는 사실은 어찌 무학과 신입생에 한해서이랴?

우리 대학에서 문학강의를 하다보면 계속 놀라운 사실에 접하곤 한다. 이는 우리 학생들이 작품을 읽으면서 그 줄거리는 분명히 아는데 그 텍스트가 ‘의미’하는 바를 놓친다는 사실이다. 작품을 읽을 때 물론 선생으로 이 작품은 이렇다 하는 얘기로 시작을 하지만 궁극적인 해석은 각자의 몫이라는 것을 서로 이해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려야만 한다. 한번은 세익스피어 희곡을 함께 읽은 후 나의 강의가 예문까지 그대로 재생된 중간시험 답안지를 받아보고 나서 큰 충격을 받았었다. 일단 이런 상황을 깨닫고는 학생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이를 극복해 가려는 시도를 하고 있으며 비교적 학생들이 내 과목에 한해서는 잘 따라와 준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어찌 이런 핸디캡이 비단 우리 학생들만의 것이겠으며 오직 문학강좌에만 국한되는 일일 것인가? 그 원인을 찾자면 우리 나라의 교육제도로부터 시작하여 여기에 오기까지 그 오래되고 간단히 얘기할 수 없는 오랜 역사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나름대로 상황을 판단하고 노력하여서 텍스트를 읽을 때 줄거리만이 아닌 그 ‘의미’를 찾아보는 것과 나아가 이를 ‘표현한다’는 것이 우리네 교육에서 절대로 필요한 면이라고 깨닫는 다면 우리는 곧 바로 이를 극복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2001년에 발간되어 현재 대단한 영향력을 가지고 읽히는 데이비드 브룩스가 쓴 <낙원의 보보들>(David Brooks, Bobos in Paradise)이라는 책이 있다. 우선 Bobo란 Bourgeois-Bohemian의 첫 자를 딴 약칭으로 미국에서 새로 급부상하는 신 귀족인 디지털 엘리트를 가르치는 이름이다.

역사적으로 이들 두 계층은 서로를 배격하여 서로 섞이지 않았으나 오늘날의 정보사회가 이들 두 그룹을 결합시켜 버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들 보보그룹이 완전히 우리시대의 성격을 규명한다는 것이다. 빌 게이츠가 바로 그 대표적 인물이라 할 수 있으며 앞으로는 그들의 판단력이 정치를 지배할 것이고 나아가 그들의 윤리의식이 이 사회의 진로를 결정할 것이라고 규명하고 있다.

그 이름은 생소하기 끝이 없으나 바로 이들이야말로 우리들 신세대가 주역을 맡아야 할 그룹의 명칭임은 분명한 듯하다. 학문의 세계이던지 아님 다른 분야에서이던지 생각보다 훨씬 빨리 닥쳐올 이들 신세대의 주인공 역할을 위하여 우리 학생들은 그 준비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선 무엇이 정말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있어야 하겠고 이를 추진하는 적극성도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전공 때문에 바빠서 할 수 없다는 얘기같은 것은 하지 말기로 하자. 이는 마음만 있다면 전공은 물론 다른 분야도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는 우수한 집단이고, 우선 젊으며, 이들 학생들 뒤에는 이런 활동을 지원하려는 학교 당국의 의지 역시도 만만치 않기에 말이다.

다음 학기를 계획하고, 여름 방학을 준비하며, 이윽고 졸업 후의 진로를 생각하면서, 나 자신은 얼마 후 어떤 모습으로 이 사회에서 활동하고 있을지를 살펴보기 바란다. 그리고 바로 그 목표를 위하여 필요한 것은 하나씩 보완하고 준비해 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