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종교, 무신론자의 시대
사라져가는 종교, 무신론자의 시대
  • 이재현, 강호연 기자
  • 승인 2024.03.22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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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감소하는 종교인구 비율(출처: 데이터솜)
▲점점 감소하는 종교인구 비율(출처: 데이터솜)

국민들은 △개신교 △불교 △천주교 등 다양한 종교를 믿는다. 헌법 제20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라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점점 줄며 탈종교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종교를 가진 한국인의 비율은 2004년 57%로 정점을 찍은 이후 감소하기 시작해 2023년 37%까지 떨어졌다. 특히 젊은 층의 이탈이 심한데, 20대의 종교인구 비중은 16%, 30대의 종교인구 비중은 19%에 불과했다. 이처럼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드는 이유는 무엇이며, 탈종교화 현상은 사회에 어떤 결과를 불러올까.

종교가 저물어가는 이유는

전문가들은 △연령 효과 △세대 효과 △종교의 필요성 저하를 근거로 탈종교화 현상을 설명한다. 첫 번째로, 연령 효과는 사람이 나이 듦에 따라 발생하는 효과를 말한다. 나이가 든 사람이 종교에 소속된 경우가 많으며, 전체 인구 중 급격히 비중이 줄고 있는 청년층이 종교 공동체에서는 더욱 눈에 띄지 않는다. 두 번째로, 세대 효과는 세대의 특별한 특성에 의해 나타나는 효과를 말한다. 한국갤럽의 ‘1984년~2021년 사이 장기적인 종교인구 현황 조사’ 자료에 따르면, 1989년 당시 20대였던 사람들 가운데 믿는 종교가 있다고 답한 비율은 39% 정도였고, 이 세대는 나이가 들수록 종교인구의 비율이 완만하게 늘어났다. 반면 2004년 20대였던 사람들은 45% 정도가 종교를 갖고 있었으나, 오늘날에는 32%로 감소했다. 세 번째로, 종교의 필요성 저하가 탈종교화 현상을 야기한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전국 만 19세~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종교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34.5%만이 삶에 있어 종교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 종교계의 문제점으로 △종교계의 부정부패 △종교계의 집단 이기주의 △종교계의 정치적 개입 증가 등을 꼽아 한국 사회에서 종교의 위상이 예전만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오늘날의 종교인구 감소 현상은 결국 여러 원인이 모두 중첩된 결과인 셈이다.

세계적 추세는

종교인구의 감소세는 비단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 갤럽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미국의 성인 중 종교인의 비율은 76%, 무종교인의 비율은 21%에 달했다. 이는 과거 1971년 조사에서 종교인과 무종교인의 비율이 각각 96%, 4%로 조사된 것에 비해 큰 하락을 보였다. 1971년 대비 2021년 기준 종교인은 20%p 감소, 무종교인은 17%p 증가했고, 종교인 비중의 하락은 점점 심해지는 추세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 또한 젊은 세대의 종교 참여 비중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미국 사회의 종교 등록 가구 수는 조사가 시작된 이후 최초로 50% 미만의 수치를 기록했다. 1999년까지 70%대를 유지하던 종교 등록 가구 비율은, 최근 20여 년간 가파른 하락을 겪었고, 2020년에는 미국 성인 중 43%만이 종교를 가지고 있다고 조사됐다.

한편 유럽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신도 수가 감소하며 교회 운영이 정상적으로 되지 않자 일부 교회가 매각되는 상황이다. 다수의 교회가 건물 매매 사이트에 버젓이 올라 △서커스 훈련 학교 △술집 △체육관 △일반 주택 등으로 그 모습을 바꿨다. 네덜란드의 빔 에이크(Wim Eijk) 대주교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약 85%의 교회가 성찬식을 진행할 수 없을 것이라며, 다수의 교회가 파산 내지 정상적 운영이 불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종단별 대응은

종교인구 감소세에 각 종단은 젊은 층의 탈종교화를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갖가지 대응에 나서고 있다. 먼저 개신교는 교단 별로 줄어드는 신학생 수에 대비해 신학교를 통폐합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또한 신학생 장학금 혜택을 늘리고, 개척교회 목회자를 대상으로 처우 개선에 나서고 있다. 불교계에서도 급격히 줄어든 출가자 수에 급히 대응하는 분위기다. 조계종은 지난해 출가장려위원회를 구성하며 출가자를 매년 200명 이상 배출할 것이라 밝혔다. 출가장려위원회는 △청소년 출가자에 대한 장학 지원 △매체별 출가 홍보 △출가콘서트 및 대중 간담회 등으로 출가를 장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이성우 신부는 성소자 감소를 ‘20년 전부터 예견된 문제’라고 설명하며, 교구장 중심의 TF를 구성해 대응 중이라 밝혔다.

이렇듯 현대 사회에서 종교를 믿는 사람의 비율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 또한 인구 감소의 여파로 종교인구는 고령화할 예정이다. 점차 종교가 고령층만을 위한 조직문화로 전락하고, 젊은 세대가 종교 활동에서 얻는 효능감이 감소할 수 있다. 이를 단순히 젊은 세대의 세속화로 치부할 문제는 아니다. 자정 작용으로 종교의 본분을 되찾고,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적절한 변화를 거듭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