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가 주목하는 버추얼 휴먼, 앞으로의 전망은?
MZ세대가 주목하는 버추얼 휴먼, 앞으로의 전망은?
  • 오유진, 정유현 기자
  • 승인 2024.03.22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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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추얼 휴먼 ‘Lil Miquela’의 모습(출처: Lil Miquela 인스타그램)
▲버추얼 휴먼 ‘Lil Miquela’의 모습(출처: Lil Miquela 인스타그램)

2021년 결성된 버추얼 아이돌 그룹 ‘이세계아이돌’의 곡 ‘KIDDING’은 지난해 음악 멜론 HOT 100 차트 1위, 유튜브 뮤직 한국 인기 차트 3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지난 3월 9일, MBC 음악 방송 프로그램 ‘쇼! 음악중심’에서 버추얼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가 솔로 가수 ‘비비’와 하이브 엔터테인먼트의 걸그룹 ‘르세라핌’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이는 버추얼 가수가 음악 방송에서 1위를 한 최초의 사례로, IT 기술이 그 활용 범위를 매우 빠르게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세계아이돌이나 플레이브의 멤버들과 같이 인간과 유사한 모습을 가진 디스플레이 화면 속 가상인간을 ‘버추얼 휴먼’이라고 한다. 버추얼 휴먼이라는 용어는 ‘컴퓨터로 만들어 낸 가상의’라는 뜻을 지닌 ‘버추얼(Virtual)’과 인간을 뜻하는 ‘휴먼(Human)’을 조합한 합성어다. 좁은 의미에서는 실제 사람이 움직임 및 목소리를 대신하지 않고 오직 인공지능과 컴퓨터 그래픽스 등 IT 기술을 이용해 만들어진 정교한 가상인간만을 이르기도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실제 사람이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을 활용해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활동하는 것을 말한다. 버추얼 휴먼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실제 사람의 이미지에 가상의 얼굴을 합성하는 하이퍼 리얼리즘 모델링 △텍스트를 입력하면 발화 음성을 생성하는 음성합성(Text To Speech, 이하 TTS) 기술  △3D 캐릭터의 뼈대를 만들고 할당하는 리깅(Rigging) 기술 △컴퓨터가 자연어로 주어진 입력값에 따라 동작하도록 하는 자연어 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 기술 등을 사용한다.

이런 버추얼 휴먼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이하 엔터 업계) 및 게임 업계를 시작으로 점차 다양한 분야에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버추얼 휴먼은 이미 메타버스의 상용화와 더불어 메타버스 공간뿐 아니라 △음악 △패션 △교육 △금융 등 우리의 생활 곳곳에 스며들고 있으며, 그에 따라 버추얼 휴먼의 시장 규모 또한 급성장하는 중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인 이머진 리서치(Emergen Research)에 따르면, 전세계 버추얼 휴먼 시장 규모는 2020년 100억 달러 정도에서 2030년 약 5,000억 달러(한화 약 700조 원)로 증가할 전망이다. 

최근 엔터 업계에서의 버추얼 휴먼 활용도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대표적인 예로 우리나라의 버추얼 아티스트 ‘한유아’는 자체 음원을 발매하고 광고를 통해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리고 있다. 특히 한유아의 ‘보랏빛 향기’는 뮤직비디오 조회수 25만 회를 기록하며 우리나라 버추얼 휴먼 산업의 미래를 밝혔다. 마찬가지로 버추얼 유튜버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미국의 버추얼 휴먼 ‘Lil Miquela’는 19세 로스앤젤레스 출신의 팝 가수라는 설정으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 Lil Miquela는 올해 기준 인스타그램에서 260만이 넘는 팔로워를 지니며 대중들과 활발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버추얼 휴먼은 모델, 인플루언서 등으로 활약하면서 자신들의 무궁무진한 활용도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런 형태의 버추얼 휴먼은 대부분 실제 인간이 연기하고, 딥페이크 기술을 적용해 외면을 버추얼 휴먼으로 바꾸는 방식을 사용한다. 따라서 인건비가 훨씬 저렴하고, 늙거나 질병에 걸릴 일이 없기 때문에 엔터 업계에서는 버추얼 휴먼의 도입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편 게임 업계에서도 버추얼 휴먼 열풍이 불고 있다. 엔씨소프트(NC)는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GDC) 2023’에서 자체 제작한 버추얼 휴먼을 선보였다. 이날 김택진 대표이사를 모델로 한 버추얼 휴먼은 그래픽뿐 아니라 음성까지도 TTS 기술로 구현했으며, 표정 및 립싱크 또한 정밀히 구현해 극찬을 받았다. 또 넷마블F&C의 자회사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협업을 통해 ‘메이브’라는 버추얼 휴먼 아이돌 그룹을 구성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많은 게임사가 버추얼 휴먼을 이용한 콘텐츠를 통해 엔터 업계에 진출하거나 게임 생태계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현재 버추얼 휴먼은 솜털, 머리카락 한 올까지도 실제 인간을 완벽히 구현해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이런 버추얼 휴먼과 실제 인간의 유사성이 대중에게 오히려 거부감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따라서 버추얼 휴먼만의 정체성을 구축하고 대중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 버추얼 휴먼의 주요 과제로 남아 있다. 긍정적인 점은, 버추얼 휴먼에게 부여된 △뚜렷한 세계관 △서사 △인격이 대중으로 하여금 버추얼 휴먼을 하나의 콘텐츠로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이다. 버추얼 휴먼은 점차 우리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들은 기술의 발전과 함께 새로운 산업의 생태계를 이뤄나갈 예정이다. 앞으로 버추얼 휴먼이 어떤 형태로 현실 세계와 상호작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