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TUT에서 대만의 과학기술 연구에 대해 묻다
NTUT에서 대만의 과학기술 연구에 대해 묻다
  • 손유민 기자, 오유진 기자
  • 승인 2024.03.22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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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8일 NTUT에서 열린 ‘INNOVATION & STAR-UP’ 워크숍. NTUT 박유진 교수(두 번째 줄 오른쪽)
▲지난 1월 18일 NTUT에서 열린 ‘INNOVATION & STAR-UP’ 워크숍. NTUT 박유진 교수(두 번째 줄 오른쪽)

본지는 대만의 타이베이시에 위치한 국립타이베이과학기술대학교(National Taipei University of Technology, 이하 NTUT)를 방문했다. NTUT는 1912년에 설립됐으며, 최고의 기술 전문가를 양성할 목적으로 현재 △단과대학 7개 △학과 19개 △석사과정 프로그램 34개 △박사과정 프로그램 22개를 운영하고 있다. 국제 학생 1,090명을 포함해 13,629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며, 381개의 협력 대학과 다양한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본지는 NTUT의 IEM(Dept. of Industrial Engineering and Management)  박유진 교수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본인의 연구 분야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한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연구 분야는 △반도체(전공정후공정) 설비 최적화 △반도체 이미지 데이터 분석 △불균형 데이터 분석이다. 각각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 ‘반도체 설비 최적화’ 분야의 경우, 반도체 설비에서 발생하는 대용량 설비 데이터(FDC 데이터)와 공정 설비 파라미터 정보를 활용해 운영 최적화 방안을 개발한다. ‘반도체 이미지 데이터 분석’ 분야에서는 SEM이나 TEM 이미지에서 이상 형태를 정량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당 이미지를 분류분석한다. 마지막으로, ‘불균형 데이터 분석’은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하는 대용량 불균형 데이터에 대해 △오버샘플링(Over-sampling) △언더샘플링(Under-sampling) △하이브리드 샘플링(Hybrid-sampling) 등의 데이터 프로세싱을 적용해 분류 성능을 향상하는 연구 과정을 따른다.

해당 분야를 연구하면서 바라보고 있는 목표는

박사 학위를 받고 반도체 관련 기업에서 근무하면서 다양한 대용량 공정, 설비, 계측 데이터 등을 다루어보는 경험을 했다. 따라서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들을 더욱 효율적으로 풀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깊이 고민했고, 이런 것들이 연구 방향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다소 진부할 수 있겠지만, 여러 연구자와의 협업을 통해 실질적으로 일선 현장에 도움이 되는 방법론을 개발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AI 기반 기술들의 한계를 탐색하고 이를 하나씩 극복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싶다.

빅데이터・AI 등장 이래로 데이터 사이언스 분야는 일상생활과 밀접하고도 중요한 기술로 자리 잡았다. 나날이 빨라지는 기술 발전을 어떻게 따라잡을 계획인가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빅데이터 또는 AI 분야 기술이 아무리 빨리 발전한다고 할지라도,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인식 속도와 수용 능력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다르게 말해서, 전문 분야가 아닌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기술들을 개발하는데 사용자 관점보다는 개발자회사 관점이 더욱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사용자들의 요구사항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개발된 기술은 일상과 동떨어지는 느낌을 주기 쉽다. 따라서 기술 개발에 가속도를 붙이기에 급급하기보다는, △사용의 편의성 △사용자의 이해도 △사용자의 수용 능력 등을 고려해 더 범용적이고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데이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효율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혁신적인 분석법을 발굴해 내는 과정도 중요하겠지만, 내 경우에는 개별 데이터(Datum)의 중요도를 판단해 불필요한 데이터를 걸러내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최근 빅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분야가 주목받고 있지만, 굳이 모두가 빅데이터만을 다룰 필요는 없다. ‘적당히 작은 규모이지만, 결정적인 데이터’가 분석에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해외에서 학위를 취득하고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연구자로서 성장하기 위한 환경만 잘 갖춰진다면 장소나 언어 등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편안한 일상을 누릴 수 있는 생활 환경 또한 연구 환경 못지않게 중요한 조건이지만 말이다. 아직도 스스로 배워야 할 것들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학생학교의 수준, 더 만족스러운 생활 환경 등의 외부 요인은 미뤄두려고 한다. 대신에 현재 연구하는 분야와 새로운 기술 트렌드를 파악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려 노력 중이다.

여러분이 해외에서 삶을 꾸리게 된다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요소가 예전과는 달리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화한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한 번쯤 이런 변화에 몸을 맡기는 건 분명 좋은 경험이 되리라 생각한다.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것을 직접 경험해보면서 자신의 관념을 끊임없이 깨고, 더욱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