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논단] 일방적 방폐장 일정 중단하고 사회적 합의에 나서라
[독자논단] 일방적 방폐장 일정 중단하고 사회적 합의에 나서라
  • 박창호 / 핵폐기물 처분장 포항유치 반대대책위원회
  • 승인 1970.01.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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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올 때까지 왔다는 느낌이다. 지난 3월 포항시장의 핵폐기장 유치 발언을 시작으로 혼란과 갈등이 달아오르며 포항과 경주·영덕이 두어 달 이후에 주민투표를 예고하고 있다.

정부와 한수원은 특별법이 통과되어 과거와는 달라졌다고 이야기하며, 20년에서 30년의 지역발전을 앞당길거라고 유혹해왔고 지방자치단체들은 한발 더 나아가 관권으로 공무원들을 줄 세우고 금권과 향응·견학이라는 이름의 관광으로 일방적 홍보와 여론조작에 열 올리고 있다.

핵폐기장을 받으면 양성자 가속기도 선물로 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양성자 가속기 사업은 사용 후 핵연료 변환사업이라고 한다. 국내 원자력 관계자들은 국제학회에서 공공연히 이 사업의 목적이 1기가 전자볼트급으로 핵변환에 있다고 밝히고 있다. 양성자 가속기를 이용한 핵폐기물 변환사업은 기술적 연관성 때문에 애초부터 핵폐기장 주변에 건설할 수밖에 없으며 사용 후 핵연료를 근처에 모아두고 있어야 한다고 한다. 정부가 양성자 가속기를 덤으로 주고 앞으로 수조원을 투자할 수도 있다고 달콤한 말로 유혹하는 것은 사실상 국민을 속이고 우롱하는 것이다. 100메가볼트급 양성자 가속기에 1200억 정도가 정부비용으로 투자되면 지자체는 10만평 이상의 부지를 무상제공하고도 1000억 정도를 부담하여야 한다고 정부는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 울진에는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위해서만 12조원 이상이 투자되었다고 하지만 이로 인해 울진이 어떤 지역 발전을 이루었나.

중저준위라 하더라도 주요 방사성 핵종들이 대부분 소멸하기까지 약 300년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 선진국에서 지난 60-70년대에 처분장을 건설한 사례들이 많았지만 선진국의 운영경험에서도 지하수 오염사례가 많이 발생하였다. 얼마 전 아르헨티나 핵폐기장에서 지하수 오염으로 30만 명의 식수가 방사능에 오염되었다고 보도된 바 있다. 중저준위 핵폐기물 처분장에는 사용 후 핵연료를 제외한 수명이 끝난 핵발전소의 해체물을 포함한다.

포항 상옥뿐 아니라 경북 동해안 지역 어느 곳도 핵폐기장이 들어와서는 안 된다. 정부와 한수원은 20년 전에도 핵폐기물이 포화상태라 했고 이제는 고무줄 처럼 늘어나 2008년이라고 국민을 협박하고 있다. 그러나 일의 순서는 핵폐기장 부지와 처분방식 결정 이전에 국가에너지정책이 국민적 합의를 통해 반핵 정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특별법이라는 법률 하나 만들어 밀어붙이면서 관권과 금권은 도를 더해가고 있고 핵폐기장 부지를 돈으로 주민들의 표를 사겠다고 한다.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이 부르짖었던 ‘사회적 합의를 통한 해결’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지자체 간의 경쟁을 부추겨 새로운 혼란과 갈등을 만드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20여 년 전의 원점에서 단 한 발짝도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얼마전부터 경주시 등에서는 국책사업유치추진단이라 하여 지자체 예산을 갖고 핵폐기장 찬성놀음을 하고 있다. 포항시도 따라 하겠다고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웃기는 이야기이다. 주민투표로 결정한다고 해놓고 게임의 룰마저 편파적이다. 자기내들이 심판하고 선수하는 격이다. 민주주의의 하나의 진전이라 할 주민투표제도를 이렇게 철저하게 짓밟고 조롱할 수 있을까. 반드시 응징하여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핵폐기장 설치로 인한 지역경제 활성화는 일시적인 처방일 뿐 얼마 안가서 지역경제의 걸림돌이 될 것임을 호소한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임기는 4년이지만 핵폐기물은 40년 동안 받아야 하고 400년 넘게 관리되어야 한다.

지난 20년 동안의 실패와 2003년 부안의 교훈으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정부가 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