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폐지와 제4이동통신사, 가계통신비 부담 줄어들까
단통법 폐지와 제4이동통신사, 가계통신비 부담 줄어들까
  • 김윤철 기자
  • 승인 2024.02.2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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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동통신 업계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출처: 이투데이)
▲국내 이동통신 업계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출처: 이투데이)

 

 

정부가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 전면 폐지를 추진하고 제4이동통신사가 새롭게 선정됨에 따라 이동통신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지난달 22일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열린 민생 토론회 결과, 정부는 생활 규제개혁의 일환으로 단통법 전면 폐지 방침을 발표했다. 이어 지난달 31일 제4이동통신사 선정을 위한 5G 28GHz 대역 경매가 진행됐고, 스테이지엑스가 낙찰받으면서 제4이동통신사의 신설이 확정됐다. 국내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은 지난 20년간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이동통신 3사의 독과점 구도가 깨지지 않았다. 독과점 체제 아래에서 세 기업은 사실상 카르텔을 형성해 요금제 신설과 5G망 구축을 소홀히 하며 소비자들의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최근 이동통신 3사의 독과점 체제를 깨고 가계통신비를 낮추려는 정부의 정책 기조가 점차 강해지자, 이동통신 업계의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다.

단통법은 일부 사용자에게만 과도하게 지급된 보조금을 모두가 차별 없이 받게 하고, 이동통신사 간 소모적 보조금 경쟁을 줄이자는 취지로 2014년 탄생했다. 단통법이 시행된 이후 유통점은 통신사가 고객에게 주는 공시지원금의 15%까지만 단말기 구매 보조금을 제공할 수 있도록 변경됐다. 보조금의 상한이 생긴 이동통신 3사는 소비자에게 지급하는 지원금을 두고 경쟁할 필요가 사라졌고, 그에 따라 보조금을 줄이며 마케팅을 소홀히 했다. 또한, 이동통신 3사는 단통법으로 줄어든 마케팅 비용과 보조금 지출을 통신망 구축과 고도화에 투자하지 않고 수익 쌓기에만 몰두하며 입법 취지를 외면했다. 결국 국민 대부분이 단통법 시행 이후 기존에 비해 더욱 비싼 가격에 단말기를 구매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최근 10년 만에 폐지 방침이 발표됐다. 지난 5일 김홍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들어 단말기 금액 등이 워낙 비싸지다 보니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결국 단통법을 폐지하는 것이 국민들, 이용자들에게 좀 더 큰 후생을 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결론이 나왔다”라며 추후 국회와 협의를 거쳐 단통법 전면 폐지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어 지난 1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2024년 정책 4대 추진 전략’을 통해 구체적인 단통법 폐지 추진을 공식화했다. △요금할인의 선택권 보장 △선택약정제도 계속 운영 △방통위의 추가지원금 상한 폐지를 통해 이동통신사 간 자유로운 보조금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편으로는 제4이동통신사가 이동통신 3사의 독과점 구도를 깰 ‘메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제4이동통신사로 선정된 스테이지엑스는 △국내 통신 시장 경쟁 활성화 △가계통신비 절감 △5G 28GHz 기반 혁신 생태계 구축이라는 3대 목표에 따라 내년 상반기 전국망 통신 서비스 개시를 추진 중이다. 스테이지엑스 서상원 대표는 지난 7일 간담회에서 ‘서비스 개시 3년 이내 매출 1조 원, 흑자 전환’이라는 목표를 제시하며, 28GHz 기술 혁신을 주도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스테이지엑스의 사업 의지에 발맞춰 정부도 향후 망 투자 모니터링을 지속하는 한편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조력자’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 참석한 과기정통부 김경만 통신정책관은 “결과적으로 신규 사업자가 어떤 망을 어떻게 구축할 건지가 상당히 중요하다”라며 “구축하는 정도를 보면서 우리도 그에 상응하는 지원책과 유인책을 내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제4이동통신사의 등장으로 기대하는 역할의 중심에는 5G 28GHz 대역 관리가 있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지난 2018년 이동통신 3사에 5G 28GHz 주파수를 5년 동안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대신 통신사마다 1만 5,000개의 기지국을 설립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세 회사 모두 수익을 내는 데만 집중하고 5G망 구축을 소홀히 해 5G 28GHz 주파수 대역의 이용 권리를 모두 박탈당한 바 있다. 스테이지엑스와 정부의 협력으로 향후 5G 28GHz 서비스 활성화가 이뤄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부가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정책 기조를 강하게 유지하는 이유는 통신이 △전기 △수도 △가스처럼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필수재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는 사실상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으면 사회적 활동을 하기 어려운 만큼, 통신비가 증가해도 소비자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통신비는 가계 소비 지출에서 5% 비중을 차지한다. 4인 가구를 기준으로 매월 수십만 원의 통신비가 지출되는 만큼 이동통신업계에 불어오는 새바람이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여줄 것이라는 국민들의 기대감은 점차 커지고 있다. 단통법 폐지와 제4 이동통신 신설 등 국민의 통신비 경감 정책이 성공적으로 시행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