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정치에 기대하지 않는 이유
우리가 정치에 기대하지 않는 이유
  • 강민영 기자
  • 승인 2023.11.07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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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슈퍼히어로에게 열광하는가. 처음 슈퍼맨이 등장한 시기는 미국 대공황 시대인 1938년이었다. 많은 슈퍼히어로가 1930년대에 유독 큰 인기를 얻은 것에는 잦은 전쟁과 대공황이라는 시대적 배경이 있었다. 혼란스러운 세상의 많은 문제 상황, 그러나 발전 없이 그저 대립하는 구도의 연속에서 사람들은 이를 타파할 위인을 찾게 된다. 영웅물의 대가인 마블 코믹스의 스토리 작가 마크 밀러는 “경제 호황기에는 히어로의 죽음이 잦아지고, 불황기에는 히어로의 인기가 급상승한다”라며 불황기 시대 사람들이  슈퍼 히어로를 통해 위안과 즐거움을 얻는다고 말했다. 이에 영화 ‘조커’의 제작자 제리 로빈슨은 다시 영웅이 돌아왔다며 “요즘 시대가 그리 좋지 않다. 우리는 영웅을 다시 찾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현실에서 우리는 어떤 영웅을 기다리고 있는가. 우리 곁에는 영화 속의 슈퍼맨도, 스파이더맨도 없다. 인간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문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를 구성했으며 정치를 통해 정의를 구현하고자 한다. 정치가는 국민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할 수 있도록, 국가의 권력을 양도받아 유지 및 행사하는 주체들이다. 국민은 매번 선거를 통해 나라를 위한 정치인을 뽑고 더 나은 세상이 되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요즘 정치와 관련해 떠오르는 키워드 ‘무정부 상태’와 ‘무너진 신뢰’는 내가 앞서 생각해 오던 것들과는 거리가 멀다. 세월호 참사부터 물가 상승과 수해, 폭염 등의 자연재해까지 잇따르는 등 많은 사건 사고가 발생했지만, 실질적으로 책임을 지고 사건의 해결을 위해 앞장서는 사람이 없었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기댈 곳이 없어진 사람들에게서 무너진 신뢰부터 시작해 이제는 각자도생의 시대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세대에 걸쳐 지속돼 온 사회적·정치적 실망으로 사람들은 정치에 의욕을 잃어간다.

노인 세대 혹은 기성세대의 경우에는 비교적 각자의 취향에 따른 확실한 정치적 성향을 보인다.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는 보통 선거마다 인물과 정책에 따라 선택적인 성향을 보이거나 오히려 무심한 경우가 많다. 이런 젊은 세대의 정치에 관한 무관심은 우리나라의 정치적 빈곤을 야기하고 있다.

요즘 사람들의 정치적 무관심은 젊은 층이 정치적인 해결 방식을 잘 사용하지 않는 것에 연관된다. 우리를 둘러싼 사회를 정치라는 수단을 활용해 직접 목소리를 내지 않으니, 영향력을 체감하지 못하는 것이 그 이유다. 일반 시민도 정치적 논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방안이 마련돼 있지만, 그 접근성이 굉장히 낮다. 그러다 보니 능동적인 정치 참여를 꿈꾸는 청년들의 의지마저도 꺾여버린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그대로 우리에게 같은 고통으로 돌아온다. 무관심한 이들에게, 단순히 비난하고 회의하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꼭 알려야 한다. 다양한 연령층이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해 사회가 구성되도록, 청년들의 활발한 정치 참여를 지원할 수단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과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