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새로운 산업, ‘슬립테크’
떠오르는 새로운 산업, ‘슬립테크’
  • 오유진, 조원준 기자
  • 승인 2023.06.15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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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슬립테크’ 시장 규모(출처: 서울경제)
▲글로벌 ‘슬립테크’ 시장 규모(출처: 서울경제)

건강을 위해서 잠을 충분히 자야 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현대인들은 바쁜 일상으로 인해 적절한 수면시간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수면에 관한 관심을 한층 높여, 충분한 수면에 도움을 주는 첨단 기술인 ‘슬립테크’가 새로운 산업으로 떠올랐다. 수면을 뜻하는 ‘Sleep’과 기술을 뜻하는 ‘Technology’의 합성어이다.

슬립테크가 떠오르게 된 구체적인 배경에는 현대인들의 수면 부족이 관련돼 있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수면장애로 치료받은 환자 수는 연평균 7.9% 증가했으며, 2016년 약 49만 명에서 2022년 약 67만 명으로 30%가량 늘어났다. 수면장애는 수면 부족의 원인이 되며, 결과적으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우울증 △치매 △고혈압 △당뇨병 △비만 등 각종 질환 발생 가능성을 높이며, 뇌의 기능에도 영향을 끼쳐 △인지장애 △주의력 결핍 △의사결정능력 저하를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집중력과 기억력의 저하는 노동력에 큰 영향을 미쳐 막대한 경제적 손실까지 유발하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수면장애를 원인으로 근로자들이 결근한 시간이 무려 연 1,000만 시간에 달했으며, 호주에서는 수면장애로 인한 직간접 비용이 국내총생산(GDP)의 1%에 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수면 부족에 대한 문제점들이 드러나면서 ‘질 좋은 수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해 슬립테크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수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면 시장의 규모는 2011년 4,800억 원에서 2021년에는 약 3조 원으로 10년 새 5배 이상 성장했으며, 글로벌 수면 시장은 2026년 40조 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수면장애 환자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한 것도 슬립테크의 폭발적인 성장에 한몫했다.

△스타트업 △중소기업 △대기업 가릴 것 없이 수많은 기업에서는 치열한 경쟁을 통해 다양한 슬립테크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미국이 선두로 달리고 있다고 평가받는 슬립테크 시장에서 당당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는 ‘K-슬립테크’는 주목할 만하다. 특히 인공지능과 정보기술을 적용해 △수면 데이터 수집 △분석 알고리즘 개발 △임상 검증을 모두 마친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였다는 점이 돋보인다. 스타트업 ‘더슬립팩토리’는 플랫폼 ‘인디고고(Indiegogo)’를 통한 펀딩에서 목표 금액을 1,000% 초과 달성했다. 전용 앱을 통해 코골이 음성을 녹음하고, 구강 장치 ‘파사’를 통해 더욱 정확한 수면 데이터를 수집해 실제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텐마인즈’에서도 코골이 방지를 목표로 삼고 AI 기반 베개 ‘모션필로우’를 개발해 작년 시장에 출시했다. 코골이 소리에 베개가 반응해, 베개 내부의 에어백이 커지면서 사용자의 머리가 회전하도록 하는 방식을 따르며, 실험 참가자 중 93.7%가 코골이 감소를 경험할 만큼 성공적인 테스트 결과를 보였다. 또 다른 예로 생체리듬 케어 전문 스타트업인 ‘루플’은 빛을 조절해 수면을 유도하는 ‘올리’를 선보이며 2021년과 2022년 연속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전자제품 박람회인 CES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올리’는 우리 몸의 생체시계가 빛을 통해 현 시간을 밤으로 인식하고 멜라토닌을 분비할 수 있도록 480nm 파장의 빛을 10 이하 멜라노픽 조도(480nm 빛의 양을 나타내는 단위)로 유지할 수 있다. 빛을 통해 수면 습관 개선 효과를 끌어낸다는 점이 많은 소비자를 자극했고, 그에 따라 ‘올리’는 현재 7개 이상의 국가에 수출되고 있다.

한편, 슬립테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증가함과 동시에 규모가 더 큰 기업들도 슬립테크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초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 스마트 수면케어 솔루션 ‘브리즈(brid.zzz)’를 공개했다. 브리즈는 인체공학적으로 디자인된 무선 이어셋 형태의 제품으로, 소비자의 수면 데이터를 분석하고 가장 적합한 주파수의 음원을 틀어 숙면을 유도한다. 코웨이(Coway)에서는 매트리스 사업을 강화하면서 스프링이 아닌 공기 주입 방식의 ‘슬립셀’을 적용한 스마트 매트리스를 주요 제품군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처럼 크고 작은 기업들은 △베개 △매트리스 △수면 데이터 분석 웨어러블 기기 △수면 유도 음악 및 백색소음 제공 서비스 등 다양한 슬립테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이 수면장애로 고통받고 있지만 올바른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만큼, 수면 패턴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슬립테크 시장의 성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슬립테크 산업은 실증적 증거가 없다는 비판도 받고 있으며, 이를 타파하기 위해 △산업 종사자 △기업 △의료 기관 △학계와 연계해 과학적인 증거를 쌓아나가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슬립테크 산업이 비약적으로 커지고 있는 지금, 다양한 업계의 협력으로 검증을 이루어 수면장애를 겪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