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빠진 배달업계와 떠나가는 소비자층
불황에 빠진 배달업계와 떠나가는 소비자층
  • 김윤철, 이재현 기자
  • 승인 2023.06.15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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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료 인상을 촉구하기 위한 라이더 파업 기자회견 모습(출처: 서비스연맹)
▲배달료 인상을 촉구하기 위한 라이더 파업 기자회견 모습(출처: 서비스연맹)

배달업계가 불황에 빠졌다는 소식이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시행되는 등 방역 수칙이 강화되자, 배달서비스의 수요가 급증했다. 통계청은 2020년 기준 국내 배달원 수가 약 40만 명에 육박하며, 온라인을 통한 배달 음식 서비스 거래액이 약 17조 원으로 전년 대비 78.6%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일반 음식점뿐 아니라 △편의점 △카페 △영화관까지 배달서비스 앱에 입점한 것이 이를 방증했다.

하지만 단계적 일상 회복 정책 발표와 세계보건기구의 코로나19 사태 종료 선언과 함께 국내외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고물가가 지속되자 배달 수요가 줄고 있다. 이는 배달비 인상과 방역 수칙 완화에 의한 외식 수요 증가로 인해 배달 수요가 준 것으로 풀이된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주요 배달앱의 월간 방문자 수는 지난 2월 2,922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18.5% 감소했다. 또한 온라인 배달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지난 3월 약 13% 감소해 9개월 연속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주요 배달앱은 배달업계의 불황 속에서 △멤버십 회원 한정 배달료 할인 △비슷한 동선의 주문을 함께 배달하는 묶음 주문 △배달비 무료 구독 서비스 등 자구책을 내놓고 있지만 반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배달업계의 불황으로는 여러 이유가 꼽힌다. 먼저 프랜차이즈 업체의 과도한 가격 인상이 있다. 치킨, 피자 등 주요 배달 음식의 프랜차이즈 업체가 줄줄이 가격을 인상했다. 지난 4월 교촌치킨은 주요 메뉴 가격을 최대 3,000원 인상했다. 서민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교촌치킨이 치킨값을 인상하자 소비자들의 불만이 거세졌고, 교촌치킨은 급기야 인기 메뉴 4종에 대해 3,000원을 할인하기로 했다. 교촌치킨은 원재료의 가격이 오르면서 누적된 비용 상승과 원가 부담이 커져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교촌치킨뿐만 아니라 BHC치킨, 굽네치킨 등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도 가격을 인상했다. 지난해 대형 치킨 업체인 BBQ의 윤홍근 회장은 치킨 가격에 대해 “2만 원으로는 남는 것이 없어 3만 원이 돼야 한다”라고 말해 앞으로 가격이 더 오를 것임을 암시했다. 이렇게 오를 대로 오른 가격에 배달비가 더해지면 실제 가격은 더 상승한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 감시센터의 조사 결과, 3~4km 배달 거리 기준 최저 약 5,000원대에서 최고 약 8,000원대의 가격을 형성했다. 급등한 가격과 배달비가 더해져 소비자가 실제로 체감하는 물가는 더욱 높아지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로는 배달앱과 배달 기사 간의 갈등이 있다. 지난달 5일 어린이날, 배달의민족(이하 배민) 소속 배달 기사(이하 배민 라이더)들이 기본배달료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단행했다. 어린이날 당일까지도 배민 라이더 노조는 배민과 단체교섭을 시도했으나,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해 교섭은 결렬됐다. 노조는 배민에 △기본배달료 인상 △기본배달료 지방차별 중단 △배달에 따른 고정 인센티브 지급 등을 요구했다. 연이은 농성과 교섭에도 배민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노조는 파업을 단행했다. 하지만 어린이날 파업에도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자, 노조는 지난달 27일 석가탄신일에 2차 파업을 이어갔다. 배달원 노조는 “지난 5월 23일 재개된 단체교섭에서 기본배달료 인상을 요구했지만, 사측에서는 기존보다 후퇴한 안을 들고나왔다”라며 일일 파업 강행 의지를 밝혔다.  
배민과 배민 라이더 간 갈등의 골자는 ‘기본배달료 인상’이다. 배민은 ‘배민1’ 단건 배달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배민은 주문 1건당 배달료를 6,000원으로 책정하고, 이 금액을 소비자와 자영업자에게 합산해서 받는다. 이 6,000원 중에서 3,000원만 배민 라이더에게 지급하고, 나머지 3,000원은 수수료 명목으로 배민이 가져가는 형식이다. 배민 라이더 측은 배민이 가져가는 수수료가 너무 많다고 지적하며, 자신들의 기본배달료를 4,000원으로 인상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배민의 입장은 다르다. 배민 라이더가 받는 3,000원은 배민 내 다른 배달서비스인 ‘알뜰 배달’보다 1,000원을 더 보장한 금액이라는 것이다. 이에 더해 날씨, 거리에 따라 할증도 해준다며 기본배달료를 인상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배민과 배민 라이더의 갈등을 바라보는 자영업자와 소비자의 시선은 냉랭하기만 하다. 배달앱과 라이더가 대립하는 상황은 결국 소비자와 자영업자가 추가 배달료를 내는 상황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배달앱과 배달 기사, 프랜차이즈 업체 모두 코로나19 사태 당시 누린 호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오프라인 활동이 완벽히 회복된 지금, 배달 음식은 소비자와 자영업자에게 필수적인 선택지가 아니다. 과도한 배달앱의 수수료와 배달비는 반감을 유발하고 있으며, 가게에 직접 방문해서 먹거나 음식을 포장해서 직접 가져가는 등 배달에 대한 의존이 감소하고 있다. 과도한 음식값, 배달앱 수수료와 배달비 모두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정상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프랜차이즈 업체 △ 배달앱 △ 배달 기사 모두 하루빨리 돌아선 소비자들의 마음을 되돌리지 못하면 분명 더 큰 위기가 닥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