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의 또 다른 도전
포스텍의 또 다른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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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6.15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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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연구중심의대 설립’ 토론회가 개최됐다. 그리고 다음 날 지역의 일간지에는 ‘포스텍 의대 설립, 지역 의료서비스 개선 우선 고려를’이라는 사설이 실렸다. 의대 설립을 통해 우리대학이 추구하는 방향과 지역사회에서 희망하는 방향이 다르다는 우려의 사설이었다. 포스텍이 지향하는 연구중심대학은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고 바이오헬스 기술과 바이오의약품의 상용화를 통한 산업화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지역사회의 일각에서는 의대와 병원 신설을 통해 지역에서 충족되지 못하는 의료서비스가 개선되기를 우선적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업을 추진할 때 다양한 요구가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1986년 포스텍이 설립될 때도 마찬가지였다. 포스코는 첨단과학기술 개발과 소수정예의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세계적인 대학 설립을 목표로 하였지만, 당시 4년제 대학이 없던 지역사회에서는 지역의 우수인재가 굳이 서울로 가지 않고 진학할 만한 좋은 대학의 설립을 희망했다. 당시로서는 둘 다 좋은 목표였지만 현시점에서 바라본다면, 첨단과학기술 개발과 신산업 창출을 통해 지역사회의 ‘격(格)’과 ‘부(富)’를 높이는 지금의 포스텍이 훨씬 나은 선택이었다.

포스텍이 최고의 명문대학 중 하나로 성장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포스텍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자산 중 하나가 바로 방사광가속기이다. 포스텍 규모의 사립대학에서 방사광가속기를 보유한다는 것은 지금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만 과거에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포스코의 전폭적인 지원과 대학설립 초기라는 특수성이 방사광가속기 건설이라는 대형과제의 추진을 가능하게 했다. 특히 포스텍이 명문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연구시설이 필요하다는 점을 구성원 대부분이 공감했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가 이뤄질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속기 운영에 필요한 막대한 예산을 계속 감당하기는 어려운 일이었으며 결국 거버넌스에 변동이 생겼다. 거버넌스의 변화가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장기간의 대형 사업의 추진에는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경험했다.

연구중심대학과 병원의 설립과 운영은 방사광가속기 건설과 운영에 필적하는 장기간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사업이다. 그러나 연구중심의대와 병원을 통해 의미 있는 성과를 창출하거나 산업화로 연결되기까지는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대학의 한정된 자원을 활용해서는 대규모 투자를 장기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그렇다고 지금 고민조차 하지 않는다면, 30년 후 우리는 오늘의 무사안일한 대처에 대해 후회할지도 모른다. 현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세계적인 연구중심의대를 만드는 것이 지극히 어려운 일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스텍의 미래를 위해 도전할 만한 일이라는 점을 구성원이 공감하는 과정이다. 구성원의 인내와 지지 없이는 장기간이 요구되는 대형사업의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구중심의대 설립 추진 과정에서의 아쉬운 점은 대학의 노력이 대부분 외부로만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대 설립을 위해 △의사협회 △지자체 △정부와는 지속적으로 공감대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내부와의 교감은 미흡하다. 연구중심의대는 30년 후 포스텍의 미래를 위한 전략 중 하나로서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특히 병원설립과 관련해서는 더욱 정교한 전략을 수립하고 공감대를 확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곧 우리대학은 9대 총장을 선출하게 된다. 포스텍이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비전과 전략을 공유하며, 포스텍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훌륭한 총장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