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속에서 잊혀 가는 ‘나’
사회 속에서 잊혀 가는 ‘나’
  • 조원준 기자
  • 승인 2023.04.17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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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이 대한민국에 와서 가장 좋아하는 것이 있다. 바로 술이다. ‘왜 이렇게 좋아할까’, ‘외국에도 술이 있는데 한국은 대체 뭐가 다르기에 이토록 열광할까’ 머릿속에 생긴 질문들에 마땅한 해답이 떠오르지 않아 용기 내 외국인에게 물어봤다. 싼 가격으로 빨리 취할 수 있고 늦게까지 술을 마실 수 있는게 장점이라고 한다. 외국인이 바라보는 한국 술집의 장점이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국에 비해 술에 대해 수용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술과 담배는 건강에 위험하지만 쉽게 접할 수 있는 물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에 담배는 담뱃갑에 보기 흉측한 광고를 부착하고, 금연 메시지를 담은 공익광고로 금연을 장려한다. 반면 술은 유명 연예인들이 선전하는 주류광고가 길거리에서 흔하게 보이는 등 우리 사회는 술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

사회적인 분위기와 문화도 음주에 많이 수용적이다. 드라마와 영화의 소재로 술이 빠지지 않는 것은 물론이며 실생활 속에서도 MT, 회식 등 단체 활동에서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책 ‘금주 다이어리’에는 이런 문장이 담겨있다. “다른 약물은 그걸 하는 사람이 이상하고, 끊는 사람을 보통 건강한 사람이라고 한다. 유독 술만큼은 끊은 사람이 이상하게 보이고, 그걸 하는 사람이 정상으로 보인다.” 이런 것을 보면 술에 대한 사회적 시선에 꽤 의문을 느낀다.

왜 우리 사회는 술에만 관대할까. 필자는 이것을 개인이 점점 경직돼가는 사회의 특성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점점 개인이 아닌 ‘한 단체의 구성원’으로서의 존재로 굳어져 가고 있다. 과거 미국 오바마 전 대통령은 세계 각국의 기자들이 모인 곳에서 한국 기자들에게 단독으로 질의 기회를 줬다. 그러나 그 누구도 질문을 하지 않았고, 중국 기자에게 기회가 넘어갔다. 아마 그 어떤 한국인도 그곳에서 감히 질문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타인의 시선이 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는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우리가 점점 개인을 잃어가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단체의 의견 △보편적인 타인의 시선 △암묵적인 사회의 규칙 등을 신경 쓰느라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와 욕구가 무엇인지를 잊고, 행동을 제한당하면서 저마다의 의견과 생각이 사라져가고 있다. 특히 요즘 많은 사람의 취미가 △SNS △유튜브 △게임으로 개인의 사유의 시간이 부족한 것이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나아가 사회가 고도화되고 빨라지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잃어가는 것도 맞물려 이런 현상이 심화하는 건 아닐까. 이런 이유가 우리를 술에 관용적으로 만드는 것 같다. 술을 마셨을 때 생기는 느슨함, 트이는 대화, 그리고 조금은 멀어지는 듯한 일상과 비로소 잠깐이지만 드러나게 되는 ‘개인’. 이런 요소들이 좋은 게 아닐까.

이런 시대에 개인이라는 개념을 확립하는 것은 중요하다. 자아를 자꾸 잊게 하는 환경 속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려는 욕구를 채워 나가야 한다. 그러니 다양한 도전을 해보며 ‘나’를 더 다채롭게 꾸며보고, 여러 가지 취미 활동으로 자기 생각과 개성이 있는 ‘개인’으로 발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