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을 잃고 사라져가는 대학들
경쟁력을 잃고 사라져가는 대학들
  • 최대현 기자
  • 승인 2023.03.01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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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된 서남대 인근의 상권들이 황폐화된 모습
▲폐교된 서남대 인근의 상권들이 황폐화된 모습

대학이 경쟁력을 잃어 없어지거나 축소되는 대학 소멸의 조짐이 심상치 않다. 가장 큰 원인은 학령인구의 감소다. 심각한 저출산 문제로 인해 지난 20년간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학생 수는 840만 명에서 588만 명으로 250만 명 이상 감소했고, 그 후폭풍은 고스란히 대학까지 전달되고 있다. 실제로 의과대학을 운영하던 전북 남원의 서남대학교가 2018년 폐교하는 등 2000년대 들어 총 19곳의 대학교가 폐교 수순을 밟았다. 대학의 규모를 축소하기 위해 일부 캠퍼스를 철수하는 등의 사례를 포함하면 더 많다. 

국내 유수의 인재들이 유출되고 있는 것도 원인 중 하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제공한 ‘연도별 이공계 학생 유출입 현황’에 의하면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간 해외로 떠난 이공계 유학생이 34만 명이며, 이 중 학부생은 24만 명에 달한다. 같은 기간 해외에서 전입한 유학생들은 학부생 9만 6천여 명을 포함해 총 17만 명으로, 대학의 소멸 현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42~2046년 남아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국내 대학 수는 190곳으로, 현재 국내 대학 385곳 중 절반만 살아남고 나머지 195곳은 사라질 것이라 전망된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대학에 간다’라는 말이 현실이 됐다. 특히 ‘지거국(지방거점국립대학)’을 포함한 지방대학은 경쟁력을 완전히 잃어가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수능 수학 8등급을 맞은 학생이 충북대 수학과에 합격하는 등 기형적인 합격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

교육부 출입기자단이 지난 1월 31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 참석한 대학 총장 116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전국 4년제 대학 총장의 60% 이상이 향후 10년 안에 4년제 대학 30곳 이상이 문을 닫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국공립 대학 총장들의 경우 10년 안에 4년제 대학 60곳 이상이 폐교될 것이라고 예상한 비율이 가장 높아,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의 기본적인 기능은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지만, 지역 사회에 다방면으로 영향을 주기도 한다. 대학은 하나의 경제적 구심점이 된다. 젊음을 즐기는 대학생들에게 필요한 자취방, 식당과 술집, 여가시설 등이 들어서면서 하나의 상권을 형성하고, 지역 사회에 원활한 인적 자본을 공급한다. 이는 지역의 소득 증가로 직결된다. 폐교하거나 캠퍼스를 철수한 대학 사례들과 해당 지역 경제 지표의 관계를 보면 유의미한 연관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2018년 서남대 폐교 전후 6년간 전북 남원시의 연간 소득 감소액은 260억∼344억 원으로 추산되며, 이는 남원시 총예산의 4.5∼6%다. 또한, 가야대와 단국대 캠퍼스가 각각 2003년과 2007년 빠져나간 후 경북 고령군과 서울 용산구의 서비스업 고용은 약 6% 줄었다.

또한, 대학은 사회 환원 측면에서 대학의 도서관, 체육관, 식당 등의 다양한 시설을 지역 사회에 제공하기도 하며, 지역 이미지와 학군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렇듯 대학은 지역 사회와도 유기적으로 연결돼있어 대학이 사라지면 해당 지역 또한 큰 타격을 입는다. 대학이 철수한 자리에는 빈 캠퍼스와 황폐해진 상권만이 남아 지역 경제뿐만 아니라 지역의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빈 캠퍼스의 경우 다른 용도로 활용하지 못하고 방치되는 경우가 많아 낭비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대학을 감시하고 관리하기 위해서 2018년부터 실시되고 있는 대학구조조정 정책은 절대평가로 대학을 A~E등급의 총 5개 등급으로 나눠 ‘대학기본역량진단’을 평가하는 제도이다. 2021년도까지는 A등급 대학을 제외한 나머지 4개 등급 대학교의 정원을 강제로 감축했지만, 인구 급감으로 인해 정원을 강제로 감축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졌다고 판단해 학생 충원율이 미달하는 대학들의 인원 감축을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정부의 폐교 대학에 대한 대책은 사후 지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영 위기에 놓인 대학들이 스스로 경영 개선과 구조 개혁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하고, 구조 개혁이 불가능할 정도로 한계에 봉착한 대학에는 원활한 폐교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철저한 사전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폐교 후 빈 캠퍼스를 살려 지역의 경제적 이익을 보전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의 추세처럼 폐교 부지를 해산법인 측에서 대학 부지나 교육시설 등의 용도로 매각하기보다는, 폐교가 예정될 때부터 대학이 위치한 시도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매각을 시도하거나, 국토교통법에 의해 제정된 부지의 용도를 바꿔 다양한 쓰임새로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대학의 소멸 현상은 저출산 문제와 맞물려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폐교 대학에 대한 사후 대처뿐 아니라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요구된다. 이미 발생한 학령인구 감소 문제에는 발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 또한, 대학 평가의 기준을 엄격하게 강화해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게끔 해야 하며, 대학도 학생을 유치할 묘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심화하는 인구 절벽 현상에 대응해 탈출구를 찾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