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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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2.17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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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환 / 총장
김무환 / 총장

안녕하십니까, 총장 김무환입니다. 

길고 어려웠던 학업의 길을, 예상치도 못했던 위기와 어려움을 이겨내고 완주한 754명의 졸업생 여러분께 먼저 진심 어린 박수를 보냅니다. 졸업생 여러분은 자신과 동기들을 축하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내외귀빈 여러분께서는 이들의 성장을 치하하는 마음으로 잠시 박수를 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누구도 경험하지 못했던 위기 속에서 여러분이 맺은 결실은 더욱 영광스러운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졸업생 여러분이 우리나라와 인류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인재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학부모님과 가족 여러분, 그리고 교수님, 직원 여러분과 협력업체 선생님, 모든 포스테키안 여러분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립니다.
이들에게 필요한 교육 프로그램과 연구 활동을 든든히 지원해주신 최정우 법인이사장님, 그리고 오늘 사회로 뻗어나갈 이 훌륭한 인재들을 축하하기 위해 포스텍을 찾아주신 아키바 토르 주한이스라엘 대사님 등 내빈 여러분께도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위기를 슬기롭게 기회로 만들어간 졸업생 여러분! 
오늘부터 여러분은 학업을 완수하고 한 명의 이학자, 그리고 공학자가 돼 사회로 나갑니다. 후배이자, 동료가 될 여러분께 질문을 하나 드립니다. 여러분의 뇌는 태어날 때부터 이학자와 공학자의 뇌로 정해져 있었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간의 뇌는 태어날 때부터 모든 기능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외부 변화에 맞춰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어린 시절 수술로 뇌를 절반이나 제거하더라도 뇌 기능이 유지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뇌는 일부가 사라져도 다른 부위가 이를 대신하도록 유연하게 대응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의 뇌는 처음부터 기능과 한계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말입니다. 여러분이 이학자와 공학자가 된 것도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뇌가 스스로 변화해온 결과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이곳에 공학자로 서 있는 저 역시, 고등학교 시절의 꿈은 독일의 비스마르크와 같은 외교관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학생 시절 읽은 비스마르크 전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제가 대학을 들어가기 직전에 1차 석유 파동이 터졌습니다. 그것이 문과생이었던 제가 원자력공학을 선택하고, 인생을 전환하게 된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됐습니다. 아마도 여러분에게도 이런 터닝포인트가 부지불식간에 존재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여러분이 곧 손에 쥐게 될 학위증은 수년간에 걸쳐 이뤄낸 학업 성과를 증명하는 것이지, 미래를 결정짓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받은 성적 역시 지난 몇 년간 노력의 결과일 뿐, 미래의 성공을 완전히 보증해주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졸업식은 큰 변화를 줬습니다. 학사와 석사의 경우 각 학과 대표만 등단해 받던 학위기를 올해부터는 메타버스를 통해 모든 학생에게 함께 수여하게 됐습니다. 학위수여식은 성과의 우열이 아닌, 학업 과정을 완주한 학생 모두가 축하받아야 할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박사 학위 예정자 여러분과 같이 한 명씩 등단했다면 좋았겠지만, 여건상 어려웠던 점은 이해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이제부터 이 학위기와 함께 여러분이 걸어 나갈 미래는 새하얀 도화지와 같습니다. 무엇도 정해져 있지 않고, 그 결과 역시 누구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여러분을 완성하고 결정짓는 것은 포스텍이라는 대학의 이름도, 여러분을 수식하는 전공도 아닌, 바로 여러분 자신입니다. 

자신의 역량과 능력을 포스텍이라는 이름과 전공 안에 가두지도, 섣불리 제한을 두지도 마십시오. 우리의 뇌는 절반이 사라져 버리는 큰 변화가 있어도 살아가기 위해 스스로 최적의 상태로 변화합니다.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방법 역시 같습니다. 새로움을 경험하고, 적극적으로 유연하게 변화해야 합니다. 포스텍에서 배운 학문, 그리고 포스텍이라는 이름 아래 경험한 다양한 일들은 이를 위한 자양분과도 같습니다. 그 자양분을 바탕으로 더 높은 미래를 향해 힘껏 뻗어나가길 바랍니다. 

다만, 그 속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약자를 배려하고, 사리를 분별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옳은 일을 선택하는 윤리성과 용기를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회가, 미래가 어떻게 변하더라도 도덕성이 결여된 출중한 역량은 우리 사회와 국가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일 뿐입니다. 또, 여러분이 언젠가 한계에 부딪히더라도 도덕성과 윤리는 여러분이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돼줄 것입니다. 

자랑스러운 졸업생 여러분! 
감사히도 여러분은 코로나19 사태라는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우리대학과 교수님들의 기대에 부응해 잘 성장해줬습니다. 그런 여러분이기에 여러분이 매일 만들어갈 각자의 미래 역시 찬란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것이 비록 여러분에겐 대단해 보이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이미 우리대학의 역사이며 후배들이 믿고 따를 또 하나의 길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이 지치지 않도록, 자신의 꿈을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포스텍과 포스테키안 모두가 여러분의 지원군이자, 응원단이 되겠습니다. 또한, 우리대학 역시 졸업생 여러분의 기대와 자부심에 어긋나지 않을 대학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며 혁신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