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40호 ‘올해부터 유통기한 사라진다 … 소비기한 도입’을 읽고
제 440호 ‘올해부터 유통기한 사라진다 … 소비기한 도입’을 읽고
  • 권도경 / 무은재 22
  • 승인 2023.02.17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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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 조기 폐기와 이로 인한 환경 문제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존재해왔던 유통기한 제도가 드디어 소비기한 제도로 바뀐다. “유통기한이 조금 지났는데 먹어도 될까”라는 고민을 한 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반길 법한 소식이다.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이 다른 개념임을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유통기한은 엄밀히 말하자면 소비자 중심이 아닌, 유통사 중심의 표기법이다. 많은 소비자가 유통기한을 폐기 시점으로 오인하고 있으며, 그 인식 자체가 연간 548만 톤에 달하는 국내 식품 폐기량에 일부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보관 방법을 준수할 경우, 소비기한이 지나기 전까지는 섭취하더라도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 

기사를 읽으며 유통 과정에서 손실되는 음식으로 인해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무려 10%를 차지한다는 점을 알게 됐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식품 낭비는 온실가스 배출에 기여하는 바가 많은데, 나는 문득 선진국의 경우 유통 과정에서 막대한 낭비가 이뤄진다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한 문구가 떠올랐다. 버려지는 음식을 생산하는 데도 물과 비료, 살충제, 종자, 연료, 토지가 낭비된다는 점에서 이는 생각해 볼 만한 문제이며, 특히 쓰레기 매립지에서 배출되는 메테인이 가장 문제다.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음식물 낭비를 비윤리적인 행동으로 여긴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또한 경각심을 가지고 개인적 차원에서 지속가능성의 문제를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저장 및 냉장 시설의 부족으로 음식이 낭비되는 개발도상국들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식품 낭비는 인식 개선과 개인의 노력을 통해 충분히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1985년 이후 38년간 유통기한을 기준으로 상품의 폐기 여부를 고민해 왔던 소비자들로서는 소비기한의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들 수 있다. 식약처에서는 2025년까지 200여 개의 식품 유형에 대한 소비기한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라 밝혔다. 이에 따라 기업으로서도 별도의 실험 없이 제품 소비기한을 정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다양한 식품 표기가 사용되는 해외에 비하면 아직 소비기한 표기법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며, 철저한 소비기한 실험을 통해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식약처의 주요 과제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8년에 이마트는 바나나 한 송이를 구매하면 처음에는 덜 익고, 나중에는 무른 바나나를 먹게 되는 소비자들의 불편에 귀를 기울여 매일 일정한 후숙도로 먹을 수 있도록 익은 정도가 다른 바나나를 함께 포장한 ‘하루 하나 바나나’라는 상품을 출시한 바 있다. 이처럼 음식이 가장 맛있는 상태에서 섭취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개인적으로는 일본에서 시행 중인 상미기한이 우리나라에도 도입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상미기한은 가공 후 품질변화 속도가 느린 식품이 대상으로, 정해진 방법으로 보존할 경우 기대되는 품질의 유지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인정되는 기한이다.

새해를 맞이하자마자 바뀐 식품 표기법을 잘 모르는 소비자가 많다. 탄소 중립을 위해 꼭 필요한 개혁인 만큼, 빠른 소비기한의 정착을 위한 적절한 교육과 홍보가 있으면 하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