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병역 제도, 이제는 군 복무 학생들에 귀 기울여야
변화하는 병역 제도, 이제는 군 복무 학생들에 귀 기울여야
  • 고평강, 박준우, 안윤겸 기자
  • 승인 2022.12.10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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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대학 군 복무 현황 및 인식 조사 결과
▲우리대학 군 복무 현황 및 인식 조사 결과

남학생 비율이 75%가량인 우리대학에서 병역 문제에 대한 학내 논의는 학생과 연구자의 삶 전반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우리대학이 이공계 우수 연구자 육성을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는 만큼, 현역 입대뿐 아니라 대학원 진학 후 전문연구요원 복무 또한 주요 고려 대상이다. 특히 이공계 대학생들은 급여를 받으며 경력 단절 없이 군 복무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연구요원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 이공계생들이 전문연구요원 대신 현역 입대를 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대의 경우 전문연구요원 지원자가 공대는 2017년 357명에서 재작년 206명으로, 자연대는 173명에서 118명으로 줄었다. 이는 2019년 국방부가 전문연구요원 제도에 대한 특혜 논란과 병역 자원 감소 문제에 대한 대응으로 석사 전문연구요원 인원을 1,200명(기존 1,500명)으로 감축하고 박사 전문연구요원을 ‘2+1년(박사 학위 취득 중 2년+학위 취득 후 1년 의무 복무)’ 체제로 바꾸는 등 병역특례를 축소하면서부터다. 추가 감축 계획이 발표되지는 않았으나 제도의 변화에 대한 불안감과 국내 대학원 진학에 대한 선호도 감소로 인해 전문연구요원을 지망하지 않는 추세가 번지고 있다. 

우리대학의 경우 재작년부터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비대면 체제가 지속하면서 대거 입대하는 사례가 있었지만, 여전히 매년 약 100~110명의 전문연구요원이 신규 편입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공계 학생들의 현역 입대 선호 현상은 우리대학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수많은 학생이 오랜 기간 목소리를 내 온 대학생활 지원 등에 대한 대책 논의와 의견 수용이 뒤따라야 한다. 본지는 전문연구요원 제도와 현역 입대를 비교해 우리대학 학생들의 군 복무 관련 실태를 알아보고, 서로 다른 병역 형태에 관한 학생들의 필요를 파악했다. 더불어 대학 차원에서 어떤 제도적 지원과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지난달 25일부터 30일까지 우리대학 남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는 136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군 복무 전인 57명의 학생 중 56.1%(32명)가 현역 입대를 선호했고, 43.9%(25명)가 전문연구요원 복무를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역 입대를 희망하는 이유로는 ‘전문연구요원에 비해 병역 기간이 짧아서’가 45.5%(15명)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전문연구요원 선발 규모 축소에 대한 불안이나 대학원 진학에 대한 부담 등도 이유로 꼽혔다. 전문연구요원을 선호하는 이유로는 ‘연구 경력의 단절 없이 복무할 수 있어서’가 77.4%(24명)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군 현역 입대보다 자유도가 높은 환경, 군 현역 훈련 과정에 대한 부담감이 그 뒤를 이었다. 유연근무제가 시행됨에 따라 업무의 자유도라는 장점이 극대화된 덕이다.

군 현역 입대로 복무 중인 24명의 학생은 △대학원 진학에 대한 부담(50.0%) △병역 기간이 짧음(52.2%)의 이유로 현역 입대를 선택했다고 응답했으며, △전문연구요원 선발 규모 축소에 대한 불안감(29.2%)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 군 복무를 끝마친 학생들도 비슷한 이유로 현역 입대를 선택했으나 대학원 진학 부담에 상당히 높은 비율로 응답했다. 또한, 최근 복무를 끝낸 학생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대학 교육의 질 저하와 무기력감으로 입대한 사례도 두드러졌다. 아울러 제대한 학생들에서 입대 전의 학생들로 세대가 내려올수록 입대를 선호하는 비율이 높아졌는데, 이는 최근 몇 년간 군 복무 기간의 감소와 군인 처우 개선에 따른 효과로 보인다.

 

현역 복무 학생 위한 우리대학의 제도, 개선의 목소리도 있어

군 복무 중인 학생들의 75%에 달하는 비율이 동기들과의 학년 차이로 인한 적응의 어려움과 학문적 공백기에 우려를 표했다. 취업 준비 및 대학원 진학 문제 또한 많은 공감을 얻었다. 실제로 제대한 학생 중 77% 이상이 같은 문제를 겪은 만큼 해당 문제에 대한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대학에서는 학문적 공백기에 대한 해법으로 지난해 2학기부터 ‘군 복무 중 원격수업 학점인정 제도(이하 군e-러닝)’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기존에 운영해오던 MOOC 학점인정제도를 군 복무 기간에도 확대 적용하는 제도 역시 같은 시기부터 시행되고 있다.

군e-러닝 제도는 군 휴학 중인 학생을 대상으로 복무 기간 중 정규학기 교과목을 수강해 학점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한다. 학사팀은 매 학기 전체 학과를 대상으로 군 복무생 원격수업이 가능한 과목을 조사하고, 각 학과에서는 개방과목 및 정원을 확정해 전달한다. 이후 학사팀이 나라사랑포털 군 e-러닝 사이트에 업로드하고 나면, 수강을 원하는 군 휴학생은 고지된 기간에 맞춰 나라사랑포털에서 수강 신청하고 PLMS에서 강의를 수강하면 된다. 학기당 최대 6학점(연 최대 12학점)까지 인정받을 수 있으며, 정규학기에 수강하더라도 취득성적 및 학점은 직후 계절학기로 포함된다. 김선우(산경 19) 학우는 복무 기간 중 이 같은 군 학점 제도를 통해 학업을 이어 나갈 수 있어 좋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개설된 교과목의 수가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며, 앞으로는 교과목의 다양성이 확대되면 좋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학사팀 박다슬 씨에 따르면, 제도가 처음 도입된 지난해 2학기부터 현재까지 세 학기 동안 총 21개 과목이 개설됐다. 특히 이번 학기에는 △예술과 사회 △열역학 △메이커스입문 등 5과목이 운영 중이다. 역대 개설과목 통계에 따르면 컴공, 물리, 전자, 창의IT, 인문사회학부 등 학과를 다양화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군 휴학 학생들이 복무 기간 동안 학습의 단절을 줄일 수 있도록 더욱 많은 학과에서 군e-러닝 강좌 개설에 참여했으면 한다.

하지만 설문조사에 따르면 군 휴학 및 복학생을 위한 제도에 관해 다소 부정적인 여론이 나타났다. 군e-러닝 제도에 대해서는 제대한 학생의 55.3%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답했으며, 복무 중 변화한 제도에 대한 안내가 부족해 군e-러닝 제도를 충분히 활용할 수 없었다는 응답이 주를 이뤘다. 또한, 부대 사정이나 군대 특성으로 인해 군 복무 중 활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대학에서 해당 제도의 적극적인 활용에 힘쓰더라도 실효를 위해서는 국가적인 논의가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대학 차원의 지원에 대해서는 △동일 학번에 대한 혜택 및 기회 배제 △교내 변경 사항에 대한 정보 제공 부족 등이 지적됐다. 관련해 임준호(화학 20) 학우는 “복학 후 교내 시설과 제도가 바뀌었으나 이를 인지하지 못해 이용에 어려움이 있었다”라며 군 복학생의 정보 격차를 해소할 지원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또한, 엇학기 복학에 관한 시스템 개편도 요구됐다. 우리대학에서 엇학기를 허용하고 있음에도, 복학원 제출 기한과 생활관 신청 기간 등이 맞지 않는 등 엇학기로 복학한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있었다. 이처럼 복학 시기에 따른 대학생활 체계에 관한 논의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변화하는 전문연구요원 제도

현재 우리대학 일반대학원에는 328명의 전문연구요원이 복무하고 있다. 전문연구요원 선호도가 감소하는 추세에도 매년 100~110명의 전문연구요원이 꾸준히 신규 편입하고 있으며, 선발 시험 합격률도 70%로 높은 비율을 보인다. 설문조사에서도 절반에 가까운 우리대학 학생들이 전문연구요원 복무를 고려하고 있는 만큼, 전문연구요원 제도의 실효성 문제에 대응하고 변화하는 제도에 발맞춰 대학 차원에서도 새로운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지난 5월 ‘전문연구요원 및 산업기능요원의 관리 규정’의 개정으로 선택적 유연근무제가 시행됨에 따라 10월부터 우리대학에서도 전문연구요원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현재 시스템 개발 중으로 두 단계에 따라 도입하고 있으며, 기존에는 주 40시간 자율출퇴근이 불가능했으나 유연근무제가 도입됨에 따라 현재는 1일 최대 8시간, 주 5일 근무 및 40시간 기준으로 출근 시간 일부 자율화가 추가됐다. 시스템 개발이 완료되는 내년 1학기부터는 2단계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1일 최대 12시간 근무할 수 있으며, 주 40시간을 자유롭게 채우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학생지원팀 김지환 씨는 “우리대학에서 연구 활동을 하는 전문연구요원의 연구나 실험이 야간에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기존의 근무 체계에서는 연구 효율과 몰입도에 방해가 되는 사례가 많았다”라며 유연근무제 이후 전문연구요원의 실효와 복지의 증대에 기대감을 표했다.

또한, 병역법의 개정으로 박사 전문연구요원에 대해 학위과정 2년, 박사 학위 취득 후 기업·연구소에서 1년을 복무하는 ‘2+1 제도’가 내년부터 도입된다. 2+1 제도의 시행으로 편입 후 2년 이내에 박사 학위를 취득해야 하며, 박사 학위 취득 후 1년의 경우 타 병역지정업체로 전직해야 하므로 병역업체 탐색과 졸업 시점 고려가 중요해진다. 이를 위해 대학 차원에서는 병역지정업체 채용 박람회를 진행하고 있으며, 전문연구요원은 이 기간을 활용해 업체를 알아볼 수 있다.

 

군 관련 부당한 처우 없어야

한편, 얼마 전 예비군 학생의 처우 문제로 수도권 대학들이 떠들썩한 일이 있었다. 지난달 2일, 서강대 공대의 한 교수가 사전 공지 없이 퀴즈를 진행해 예비군 훈련으로 결석한 학생을 0점 처리한 것이다. ‘퀴즈는 사전 공지가 없을 수 있으며, 결석 시 0점 처리된다’라는 태도를 고수하면서 더 큰 논란이 됐다. 우리대학에서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어떤 제도적 장치를 도입하고 있을까? 우리대학 총무팀 노욱환 예비군 대대장은 “타 대학 민원 사례를 언급하면서 예비군 훈련에 참가하는 학생예비군의 학업 보장에 관한 협조공문을 발송했다”라고 밝혔다. 예비군법 제10조 2항에 따르면 예비군대원으로 동원되거나 훈련받는 학생에 대해 결석 처리하거나 이를 이유로 불리하게 처우하지 못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이를 위반할 경우 제15조 8항의 적용을 받아,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우리대학의 담당 부서에서는 해당 내용을 정기적으로 발송해 고지함으로써 관련 내용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한다. 노 씨는 “21명의 교수님이 대학 예비군으로 편성돼 있고 그중 15명은 훈련 대상이기도 하다”라며 “우리대학의 교수님들은 이와 관련한 이해도가 높고, 학업 여건 보장을 위해 노력하고 계신다. 혹시라도 관련 민원이 발생하면 메일이나 체육관 142호를 방문해 달라”라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병역법이 지속해서 개정되며 학생들의 병역 선호도 또한 변화하고 있다. 특히 타 이공계 대학생들의 전문연구요원 선호도가 줄어드는 만큼, 우리대학에도 비슷한 추세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군 복학생의 대학생활 적응 지원과 다양한 학과의 군e-러닝 참여 등 군 휴학 및 복학생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대학 차원의 노력이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내년부터 급변할 전문연구요원 제도와 인원 감축의 불안감 해소를 위한 충분한 지원과 더불어 뒤따를 이공계 인재들의 대학원 진학률 변화와 전문연구요원의 처우 또한 돌아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