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와 트라우마
이태원 참사와 트라우마
  • 소예린 기자
  • 승인 2022.12.10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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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9일,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대형 압사 사고가 일어났다. 해당 사고는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이태원 참사 △이태원 압사 사고 △10.29 참사 등으로 불린다. 많은 사상자를 낸 사고였기 때문에, 지난달 5일까지 7일간 국가 애도 기간이 선포됐다. 또한, 실시간 뉴스로 전달된 현장 사진과 영상은 안타까움과 함께 시민들에게 크고 작은 트라우마를 남겼다. 사고 당시 SNS를 등지로 사고 현장의 상황이 모자이크 없이 유포됐기 때문이다. 테러나 전쟁이 아닌 압사가 원인으로 대규모 사상자가 나왔다는 사실과 도로에 수십 명을 눕혀 심폐소생술을 하는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줬다. 최근의 국민적 트라우마는 이태원 참사에서만 오지는 않는다. △포항 지진 △코로나19 사태 △태풍 힌남노 피해 등 큰 규모의 재난이 계속해서 발생했고, 이에 따라 시민들은 재난에 대한 위협에 계속해서 노출돼왔다.

사람마다 충격에 대한 반응은 상이하다. 같은 사건을 겪더라도 어떤 사람은 며칠 만에 일상생활이 가능해지지만, 어떤 사람은 불안감과 우울감을 이겨내지 못해 트라우마를 겪기도 한다. 이태원 참사 이후 △뉴스를 보면 머리가 아픔 △눈물이 계속 흐름 △불면증 등의 트라우마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이들을 위해 정부에서는 국가트라우마센터 심리지원단을 꾸려 심리 상담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의 유가족이나 부상자가 아니더라도 심리적인 고통을 겪고 있다면 적절한 대응법을 안내받을 수 있다. 우선 국가트라우마센터 홈페이지에서는 △정신건강 자가 진단 △마음 안정화 기법 △참사 관련 정부 지원정책 정보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마음프로그램’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사건 및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 및 불면증에 대한 대처 방법을 배울 수 있다.

트라우마를 오랜 기간 연구한 피터 레빈 박사는 “트라우마를 치료할 수 있는 선천적 지혜는 자신 안에 내재해 있다”라며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서는 충격에 대한 신체의 자연스러운 반응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큰 사건을 겪었을 때 뇌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며 신체를 과잉 각성 상태로 만든다. 따라서 신체 내의 방대한 에너지를 방출하기 위해 불만을 표현하고, 사회 구조를 바꾸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이를 나타내듯, 국가적 재난에 대한 애도는 국가 애도 기간의 종료와 함께 책임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개선으로 승화했다. 세부 사항에 대한 정치적 입장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국민적 트라우마 해소를 위해서는 ‘재발 방지’라는 논점이 흐려져서는 안 될 것이다.

이태원 참사 발생으로부터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큰 충격과 상실을 겪은 우리 사회가 충분히 슬퍼하고 극복 방법을 고민하기에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트라우마를 겪은 많은 이들이 사회로부터 충분한 감정적 지지와 더 안전한 사회로 나아갈 것이라는 믿음을 얻었기를, 그리고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