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사계절
대학의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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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1.13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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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바뀌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추워지며, 이미 가을도 막바지에 이르러 겨울로 들어감을 느낀다. 봄에 피어나 여름에 성장해 가을에 수확하고 겨울에 마무리하는 사계절의 순환이다. 우리의 삶도 태어나고 성장해 수확하고 저물어가는 순회의 길을 걷는다. 다른 세상 만물도 이를 따르는 것인지,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학도 겨울로 접어드는 건 아닌가 싶다. 그만큼 대학을 둘러싼 환경이 크게 변하고 있다.

대학뿐만 아니라 사회 모든 부분에서 인구 감소의 영향이 서서히, 그리고 심각하게 나타난다. 이미 성년들이 다닐 때의 초등학교에 비해 단출한 인원으로 학급과 학년을 구성할 만큼 학교들의 변화는 꽤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이제 대학도 서서히 학생들이 줄기 시작한다. 대학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학령인구의 감소는 운영의 어려움으로 연결된다.

대학뿐만 아니라 경제 성장도 더뎌진다. 이르면 내년이나 내후년부터는 취업자 마이너스 시대가 열린다. 그동안 당연히 매년 는다고 생각했던 취업자가 드디어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선다. 앞으로 아주 극적인 변화가 생겨서 저출산과 고령화의 흐름이 바뀌지 않는다면, 일하는 청년은 줄고 일하는 노인은 더 늘어난다. 우리가 가고 있는 길을 앞서간 나라가 이웃에 있다. 일본이다. 이미 노동인구 감소가 몇 년째 이루어지고 있고 대부분의 노동 인구가 취업해 더 이상 노동시장에 참여할 새로운 인력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처럼 외국인 노동자의 대규모 증가나 이민 정책은 소극적이다. 이러자 일본 기업들은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한정된 노동인구를 대상으로 마치 제로-섬 (zero-sum) 게임이 기업끼리, 산업끼리 벌어진다.

우수한 인력을 선점하고 더욱 많은 노동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계약학과의 운영이 늘고 있다. 물론 사회의 전략기술과 핵심 산업을 육성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변화하는 인구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는 기업의 몸부림이기도 하다. 이러다 보니 대학에서 순수학문은 퇴조하고 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학문만 살아남는다는 비판이 있다. 계약학과를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이 되는 큰 기업이 더욱 인재를 독식해 기업 간의 불균형이 심해진다는 우려 역시 존재한다. 대학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지 묻기 시작한다. 대학의 역할이 바뀌어야 하는지, 아니면 예전의 가치를 지켜야 하는지 논란이 있다. 다만 우리 대학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이런 고민이 상대적으로 덜 치열한 듯도 하다. 각 대학이 하나의 잣대와 모델을 갖출 필요는 없다. 그러나 깊은 성찰 이후 각자의 방향을 정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건 필요하다.

기술의 발전은 교실의 모습도 바꾸어놓았다. 몇 년 전부터 도입된 온라인 교육은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속에서 더욱 빠른 확산이 이루어졌다. 전면 비대면 온라인 강의가 몇 년간 이어지면서 이전에는 거부감이 있던 새로운 강의 방식에 어느새 다들 익숙해졌다. 다 함께 강의실에 모여 수업을 듣는, 교육 플랫폼으로써 현재 대학이 갖는 역할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바이러스 대유행의 끝이 조금씩 보이면서, 대학은 대면 강의 중심의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 짧은 시간 안에, 미처 충분한 준비 없이 전면 온라인 강의와 전면 대면 강의를 오갔다. 덕분에 각 방식의 장점과 한계를 제대로 체험할 수 있었다.

마스크를 벗고 사람들과 만나면서 느끼는 그간의 갈증 해소는 인간 본성을 떠올리게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학교에서 배웠다. 인간이라는 단어 역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세상이라는 의미가 있다. 대학은 강의에서 전달되는 지식 이외에도 많은 일이 일어나는 공간임을 깨달았다. 강의실 안에서도 단지 한 방향으로 전달되는 강의 외에 서로 간의 교감이 이루어진다. 매 순간 학생들의 이해도를 파악하고 강의의 수준이나 방향을 수정할 수 있다. 이외에도 강의실과 캠퍼스에서 맺어진 인연은 앞으로 사회에서 살아가는데 큰 자양분이 된다. 온라인에서의 교류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여전히 현실에서의 만남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하고 있다. 언젠가는 현실과 다름없는 가상 세계가 열릴 수 있겠지만, 아직은 캠퍼스가 할 역할이 있다.

대학은 다양한 위기를 거치는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사계절은 한 번 돌아가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겨울을 지나면 다시 봄이 열리는 순환을 한다. 대학 역시 겨울을 거치며 또 다른 역할과 기여를 찾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