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 종영 후 2년, 한국 코미디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개콘 종영 후 2년, 한국 코미디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 소예린 기자
  • 승인 2022.06.20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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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의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 로고(출처: 연합뉴스)
▲KBS의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 로고(출처: 연합뉴스)

오는 23일, 국민적 인기를 끌었던 KBS의 ‘개그콘서트(이하 개콘)’ 종영으로부터 2년이 지난다. 1999년 첫 방영한 개콘은 최장수 개그 프로그램이자 지상파에서는 유일하게 남아있던 공개 코미디 방송이었다. ‘달인’, ‘봉숭아 학당’ 등의 인기 코너들과 김준호, 김대희 등 여러 유명 희극인을 배출한 방송인 만큼 많은 매체에서 종영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었다. 개그콘서트 종영 후 국내 코미디계는 어떻게 변화했을지 알아보자.

한국 코미디는 계속해서 진화를 겪어왔다. 1960년대부터 70년대까지를 1세대로 보는데, 대표적으로 ‘웃으면 복이 와요’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었다. 1세대 코미디에서는 극단 출신 희극인들이 TV 방송으로 넘어왔고, 대본을 기반으로 연기하는 형태로 코미디가 진행됐다. 이후 1980년대까지는 희극인 이주일 등의 콩트 코미디로 장르가 변화했으며, 1990년대 중반까지 전성기를 누렸다. 우리가 익히 아는 개콘의 공개 코미디는 2010년대 중반까지 큰 인기를 끌었다.

공개 코미디는 방청객을 불러 코미디를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과거 대학로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한 코미디 쇼를 TV 방송으로 가져온 것이다. 최초의 공개 코미디 개콘이 방영되고, 그 뒤를 이어 SBS의 ‘웃찾사’, MBC의 ‘개그야’ 등의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 지상파에서 송출됐다. 당시 한국 코미디계는 공개 코미디가 좌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2010년대 이후, 짧은 시간 내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계속해서 내야 하는 공개 코미디 장르는 점차 한계에 도달했다. 대중의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모두를 위한 웃음을 준다는 공개 코미디의 정체성이 흔들린 것도 원인이다. 이에 따라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개그콘서트가 어느 순간부터 뻔한 패턴과 아이디어 고갈로 인해 ‘웃기지 못한다’라고 비판받기도 했다. 현재 방영 중인 공개 코미디는 tvN의 ‘코미디빅리그’가 유일하다.

일자리를 잃은 개그맨 중 일부는 TV 방송에서 유튜브로 옮겨갔다. KBS와 SBS 공채 개그맨인 김민수, 이용주와 정재형 등은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을 열어 새로운 전성기를 맞았다. △한사랑산악회 △B대면 데이트 △05학번 이즈백 등의 다양한 코너가 인기를 끌며 현재 구독자 150만 명을 돌파했다. 특히, 이들은 각 상황극에서 캐릭터를 연기하는 모습으로 지난해 부캐 열풍을 선도했다. 부캐란, 부캐릭터의 줄임말로 콘셉트에 맞춰 나의 본래 모습과 성격, 말투, 세계관 등이 완전히 다른 두 번째 정체성을 말한다. 원래는 게임에서 사용하던 용어였으나, 연예계를 비롯한 각종 미디어에서 부캐를 다루면서 부캐 열풍이 일었다. 피식대학에서 개그맨 김해준은 카페 사장인 부캐 ‘최준’으로 등장했는데, 본명보다 부캐로 이름이 더 알려지기도 했다. 또한, 유튜브 채널 ‘빵송국’의 2인조 아이돌 듀오 ‘매드몬스터’는 KBS 공채 개그맨 이창호와 곽범의 부캐이다. 개그맨들이 공개 코미디에서 다양한 코너를 맡고 연기하던 모습이 유튜브에서는 부캐의 개념으로 새롭게 받아들여진 것이다.

개콘 종영 이후 있던 우려들과는 달리, 많은 개그맨이 신선한 콘텐츠와 다양한 장르를 선보이며 코미디계를 이끌고 있다. 블랙 코미디는 최근 국내에서 인기를 끄는 코미디 장르 중 하나이다. 쿠팡플레이의 ‘SNL 코리아’는 지난해 12월 새 시즌으로 돌아오며 정치권을 비꼬는 코미디쇼를 선보였다. 이와 같은 블랙 코미디는 정치권력이나 사회 부조리 등에 대한 풍자와 해학을 통해 시청자에게 통쾌함을 안겨준다. 국내에서는 과거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코미디 프로그램의 종영으로 블랙 코미디를 찾아보기 힘들어졌으나, SNL 코리아를 필두로 블랙 코미디 장르가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10분 이내의 짧고 재미있는 영상을 선보이는 장르인 스케치 코미디는 새롭게 떠오르는 장르이다. 유튜브 채널 ‘너덜트’, ‘숏박스’ 등이 대표적인 스케치 코미디 채널이다. 이들은 일상을 극사실적으로 표현해 시청자와 공감대를 형성했다. 너덜트의 숏무비 ‘당근이세요’는 중고 거래에 아내 대신 나선 남편들의 어색한 모습을 세심하게 묘사해 웃음을 자아낸다. 이처럼 극사실주의 콘텐츠는 과장되지 않은 현실적인 모습이 시청자의 공감대를 불러일으켜 소소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을 통한 숏폼 콘텐츠의 유행과 함께 스케치 코미디는 대중에게 더 효과적으로 알려질 수 있었다.

스탠드업 코미디도 미국에서는 오랜 역사를 가졌지만, 국내에서는 대중에게 알려진 지 오래되지 않았다. 스탠드업 코미디는 한 명의 개그맨이 무대에 올라 입담만으로 웃음을 주는 코미디 장르이다. 아직 외국과 비교해 한국의 스탠드업 코미디쇼는 적은 편이지만, 스탠드업 코미디 클럽을 비롯한 다양한 무대에서 스탠드업 코미디가 시도되고 있다.

한때 국민의 일요일 밤을 책임지던 개콘처럼, 예전부터 코미디는 일상으로부터 지친 우리에게 웃음을 선사해주는 역할을 해왔다. 기나긴 코로나19 사태의 후유증도 웃음으로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다양한 장르가 개척되며 한국 코미디가 다시 부흥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