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의 정체성 무은재학부, 5주년을 맞이하다
우리대학의 정체성 무은재학부, 5주년을 맞이하다
  • 강민영, 고평강, 이태훈 기자
  • 승인 2022.05.15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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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대학은 지난 2017년까지 학과별로 학생들을 모집했다. 그러나 2018년부터는 무학과 제도를 시행해 전체 학생들이 무은재학부라는 단일계열로 입학했다. 무은재학부는 ‘학문에는 경계가 없다’라는 의미의 김호길 초대총장의 호 ‘무은재(無垠齋)’에서 유래한 것으로, 단일계열로 입학하는 학부생들이 무한한 잠재력을 펼칠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올해는 지난 2018년부터 시행된 무은재학부가 5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본지는 무은재학부 시행 5주년을 맞아 무은재학부의 지난 5년을 돌아보고자 무은재학부장을 비롯한 다양한 교수진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또한, 전체 학부생과 우리대학 출신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무은재학부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학생들의 인식과 의견을 알아봤다.

 

무은재학부의 5년

무은재학부는 입학 이후 전공을 선택하는 2학년 2학기 전까지 대학생활 적응 지원, 학습 지도, 생활 지원을 통해 학생 주도적으로 적성과 진로를 탐색하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예비 POSTECHIAN 프로그램 △새내기새로배움터 △대학생활과 미래설계 교과목 △학과탐색 교과목 △새내기연구참여 프로그램 △여러 지도그룹을 통한 다양한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여러 지도그룹을 통한 360°밀착 멘토링은 우리대학이 자랑하는 양질의 프로그램이다. 분반 지도교수를 통해서는 학업, 대학생활, 전공 탐색, 진로 등에 관한 상담을 받을 수 있고, 희망학과 부지도교수를 통해서는 희망 전공에 관한 학업과 진로, 연구 등에 대해 상세한 자문을 구할 수 있다. SA(Student Advisor)는 분반 학생들에게 교과목 수강 지도, 분반 친목 활동 지도 및 생활 적응 상담을 지원하고 있으며, RC(Residential College)에서는 RA(Residential College Advisor)가 함께 RC 생활관에 거주하며 학생 주도적으로 기획해 운영하는 △층별 프로그램 △둥지 △봉사활동 △튜터링 △전체 행사를 통해 전인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SMP(Student Mentoring Program)를 통해 무은재학부생들이 기초필수 과목 학습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윤건수 무은재학부장은 “이런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라며 “우리대학이 30여 년 동안 가꿔온 선배가 후배를 돕는 캠퍼스 문화, 소수정예 문화 그리고 방대한 연구 인프라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만든 프로그램이라고 자부한다”라고 말했다.

18학번부터 22학번까지의 학부생들이 무은재학부로 입학함에 따라 현재 재학 중인 학부생 대부분이 무은재학부를 거쳐 갔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은재학부는 단순히 전공 학과를 결정하기 전 거쳐 가는 학부를 넘어, 자신의 성격과 적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전공 분야에 대해 제대로 경험하고 탐색할 기회를 제공하는 학부가 됐다. 윤 학부장은 “앞으로도 각종 교과목과 프로그램, 멘토링 제도를 심화·발전시켜 우리대학 학부 교육의 첫 번째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또한, “무은재학부 시스템으로 인해 각 학과에서의 소속감이 낮아졌다는 우려도 있는데, 이 점에 대해서는 우리대학 구성원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보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무은재학부 인식 조사 결과
▲무은재학부 인식 조사 결과

무은재학부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

그렇다면 무은재학부를 실제로 경험한 학생들의 인식은 어떨까? 본지가 진행한 무은재학부 인식 조사에는 총 127명의 학생이 참여했으며 17학번 이상부터 22학번까지 모든 학번 학생들이 비교적 고르게 응답했다. 각 항목에 대한 만족도를 1점(매우 그렇지 않다)부터 5점(매우 그렇다)으로 환산한 결과, 무은재학부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는 4.23점으로 나타났다. 만족하는 이유로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학과 선택에 신중을 기할 수 있다’가 63.6%(77명)로 가장 많았고, ‘학교 적응에 도움이 된다’가 28.9%(35명)로 뒤따랐다. 반면 만족하지 않는 이유로는 ‘무은재학부의 교과 및 비교과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과정에서 들이는 노력과 시간에 비해 얻을 수 있는 경험이 적다’가 64.7%(22명)로 주를 이뤘으며 기타 의견들도 대부분 교과목 내용과 난이도에 대한 불만이었다. 무은재학부가 대학 적응에 도움이 됐는가에 대한 답변은 4.37점으로 높은 점수를 보였다. 도움이 된 이유로는 ‘동기 및 선후배들과 친목을 다질 수 있다’가 48.0%(59명)로 가장 많았으며 ‘학교의 문화 및 시스템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쌓을 수 있다’(39.0%), ‘처음 배우는 과목에 관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11.4%)가 순서대로 꼽혔다. 

한편, 무은재학부가 학과 선택에 도움이 됐는가의 항목은 3.98점의 점수를 보였다. 도움이 되지 않은 이유로는 ‘기초필수 과목만으로 학과 선택에 필요한 경험을 쌓기 어렵다’가 42.3%(22명)로 가장 많았고 ‘관심 없는 학과의 수업이나 설명을 듣는 것이 불필요하다’(38.5%)가 그 뒤를 이었다. 또한, 무은재학부가 우리대학의 수준 상승에 도움이 됐는가의 항목은 4.00점의 점수를 보였다.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로는 ‘자신의 적성을 고려하기보다는 주변 동기들의 학과 선택을 좇는 경향이 발생한다’가 44.4%(20명)로 가장 많았고 ‘학과 선택이 늦어지면서 전문성이 떨어진다’(28.9%) ‘학업 외에 많은 시간을 쏟으면서 학업에 집중하기 어렵다’(24.4%) 등의 응답이 있었다.

무은재학부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는 △분반 지도교수제 및 SA 4.22점 △교과 프로그램(학과탐색, 학과입문, 새내기연구참여, 대학생활과 미래설계) 4.02점 △Residential College(RC, RA) 4.39점 △새내기새로배움터 4.27점 △무은재학부 SMP 4.59점을 보였다. 무은재학부 SMP가 압도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분반 지도교수제와 SA, 다양한 교과 프로그램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무은재학부 프로그램에 대한 추가 의견으로 △분반 지도교수의 편차 △SA의 편차 △학과탐색 과목과 대학생활과 미래설계 과목과 교과 과목의 의무화 및 어려운 난이도를 문제점으로 꼽으며 무은재학부에서 본인의 관심 분야를 더 깊이 배울 기회를 제공하자는 의견 또한 다수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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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은재학부의 360°밀착 멘토링

무은재학부를 바라보는 교수진

무은재학부 도입 이후 무은재학부생들을 위한 기초필수 교과목들은 다양한 변화를 겪어왔다. 일례로 일반물리 과목은 ‘honor’와 ‘개론’을 포함해 기존 세 개로 나눠져 있던 과목을 하나로 통합했으며 △강의 형식의 소형화 △분반 수 추가 △과제량의 감소를 통해 강의 방향성을 꾸준히 조절해왔다. 또한, 앞선 무은재학부 인식 조사에서도 언급된 심도 있는 학습에 대한 학생들의 바람을 의식해 교수진 간의 본격적인 방안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기초필수 교과목의 변화만큼이나 무은재학부 도입 이후 학과 지원생의 수의 변동이 일어났고, 이는 교수진들에게 있어 가장 큰 관심거리이자 어려움이다. 한승진(물리) 교수는 “고정돼있던 신입생 수가 학과별로 수 배 이상으로 늘어나거나 절반 또는 그 이하로 줄어드는 현상이 생겼고, 학과마다 평소에 고려하지 않았던 새로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라며 “각 학과에서 무은재학부생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매우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는 어떤 면에서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홍보에 각 학과의 많은 자원을 사용하게 되므로 내실 있는 교육을 위한 노력에 소홀해지지 않도록 함께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여러 교수진의 의견을 통해 들어본 자율적인 학과 선택으로 인한 문제점은 단순히 정원이 초과 혹은 축소되는 문제라기보다는 그 수의 변동이 심해져 발생하는 어려움에 가깝다. 정원의 급격한 변동은 기초 강의에서 심화 강의로 이어지는 내실 있는 교육 체계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주는 만큼, 전공 선택의 동기를 부여하는 교육과 선택 후 전공 실력을 갖추게 하는 교육의 적절한 균형을 위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무은재학부는 5년간 많은 변화를 통해 코로나19 사태라는 위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우리대학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시스템으로 자리 잡아 왔다. 하지만 학생들과 교수진이 제시한 다양한 의견만큼, 앞으로 무은재학부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 또한 많이 남아있다. 꾸준한 피드백과 의견 수렴, 그리고 충분한 논의를 통해 학부생들의 만족과 우리대학의 발전을 위해 나아가는 무은재학부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