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돌이·집순이의 진화 … 재택 경제 활동 트렌드
집돌이·집순이의 진화 … 재택 경제 활동 트렌드
  • 김지원 기자
  • 승인 2022.05.02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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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이후 재택 경제 활동이 증가했다(출처: 중앙일보)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택 경제 활동이 증가했다(출처: 중앙일보)

 

집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집에서 홀로 시간 보내기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과거에는 소위 ‘집돌이’, ‘집순이’라고 불리는 이들을 대인관계 능력이 부족하다는 부정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2년여 동안 계속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을 호텔 못지않게 꾸미고, 영화관에 가는 대신 혼자 OTT 서비스로 영화를 보는 등 집에서 문화생활을 하는 것이 또 다른 삶의 방식이 됐다. 이처럼 집이 주거 공간으로서 기능을 넘어 휴식, 여가, 문화생활이 이뤄지는 공간으로 확대되면서 집에서 이뤄지는 경제 활동을 ‘재택 경제 활동’이라고 한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불안감과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며 집에 대한 애착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가구 기업 이케아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라이프 앳 홈 리포트 2021’에 따르면 우리나라 응답자의 48%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집에 대해 더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런 인식 변화와 함께 일과 여가의 조화를 중시하는 워라밸 문화의 확산은 집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계기가 됐다.
집의 가치를 더하고자 집안에 변화를 주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코로나19 사태로 주춤했던 경기 속에 인테리어 업계에는 봄이 찾아왔다. 2030세대 사이에서 필수 앱으로 자리 잡은 종합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 집’이 그 사례다. 오늘의 집은 이용자들이 인테리어 정보를 공유하고, 시공 전문가를 중개할 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소품 전자상거래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는 최근 2,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 가치가 약 1조 8,000억 원으로 1년 반 새 몸값이 두 배 팽창했다. 오늘의 집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자사 온라인 스토어에서 가구 제품이 7초에 한 개씩 팔릴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인테리어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인테리어 시장에 고급화 바람이 거세지는 추세다. 쓱닷컴(SSG.com)에 따르면 자사의 지난해 주요 프리미엄 가구 브랜드 매출은 직전 해보다 142%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수요에 힘입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매출 부족을 겪은 호텔이 자사 굿즈를 활용한 고객 잡기에 나섰다. 그 예로 복합리조트 기업 파라다이스시티는 호텔의 향기를 그대로 담은 ‘센트 오브 파라다이스’ 디퓨저 세트를 선보였다. 센트 오브 파라다이스의 향은 5가지이며 파라다이스시티의 호텔, 플라자, 원더박스, 씨메르 등 공간마다 각기 다른 향으로 구성된다. 제품 출시 직후 한 해 동안 판매량이 5배가량 증가하고, 재구매율이 60%에 육박할 만큼 인테리어에 대한 높은 관심을 엿볼 수 있다. 
재택 경제 활동 트렌드는 1인 가구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졌다. 지난해 10월 행정안전부에서 발표한 ‘주민등록 인구 통계 분석’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 수는 사상 처음으로 전체 가구 수의 40%를 넘어섰다. 1인 가구의 급증과 함께 ‘건강’이 현대인의 주요한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건강과 맛,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밀키트(간편 조리 식품)가 인기다.
밀키트 산업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외식 감소로 특수를 누렸다. 지난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밀키트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2,587억 원으로 코로나19 사태 발발 시점인 2020년 대비 85% 커진 데 이어 전년도 대비 37.5% 성장했다. 특히, 밀키트 산업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프레시지는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의 비빔국수를 간편식으로 만든 ‘박막례 할머니’ 시리즈를 출시해 1시간 만에 약 2만 개가 완판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런 시류를 반영하듯 정부는 올해부터 즉석 섭취·편의식품류 분류 기준에서 밀키트 유형을 신설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18일부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해제됨에 따라 이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런 우려 속에서도 식품업계는 여전히 밀키트 산업을 긍정적으로 전망한다. 밀키트가 신선함과 간편함으로 MZ세대뿐만 아니라 기성세대 모두에게 인기를 끌면서 견고한 소비층을 형성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더 나아가, 2025년에는 밀키트 시장 규모가 지금의 3배 가까이 성장한 7,000억 원을 넘길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사람들 사이에선 취미로 가정에서 식물을 키우는 ‘홈 가드닝(Home Gardening)’도 인기다. 이런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생활가전업계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식물 재배기 시장에 앞다퉈 뛰어드는 모양새다. 특히, LG전자가 지난달 3일 출시한 ‘LG 틔운 미니’는 사전 판매 물량이 6일 만에 조기 완판되는 성과를 올렸다. 이에 발명진흥회 지식평가센터는 식물재배기 시장 규모가 2019년 100억 원에서 2023년 5,000억 원 규모로 50배가량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 사태는 우리의 일상뿐만 아니라 산업 생태계까지 뒤바꿔 놨다. 18일부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돼 일상으로의 회복이 기대되는 만큼, 이 변화가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할지, 보편적 일상으로 자리 잡을지 주목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