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곡골 목소리] 실질적인 대화와 정보의 장 만들기 위한 마인드 필요
[지곡골 목소리] 실질적인 대화와 정보의 장 만들기 위한 마인드 필요
  • 김중훈 / 컴공 4
  • 승인 2000.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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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 성격은 사용자들이 정해가는 것

“대화의 장, 정보를 나누는 공간으로서의 게시판이 될 때에야 비로소 ‘사이버 스페이스’라는 것도 성립할 수 있고, 그것이 성립해야 네트워크을 통한 의사소통이 제 가치를 다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결정된 이재강·정혜영 학우에 대한 징계는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징계 자체가 부당함을 주장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이재강 학우의 경우는 논외로 하더라도 정혜영 학우의 징계는 온당치 못하다는 의견도 있었으며, 이중에는 징계의 철회를 직접적으로 탄원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편 정혜영 학우의 징계에 대한 동정성 여론이 일자 징계의 정확한 경위가 TIMS를 통해 밝혀지게 되었다.

정 학우에 대한 징계(징계가 아닌 ‘경고’라고 받아들이기에 30시간의 근로는 상당한 양의 벌이다)에 대해 결과적으로 정 학우의 ‘조그만’ 실수가 ‘큰’ 결과로 되돌아온 것은 음미해 볼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이것이 과연 바람직한 결과인가? 이렇게 된 이유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그것은 TIMS라는 공간이 갖는 권위의 문제나 인터넷이라는 매체가 가진 힘의 문제가 아니다. 가령 똑같은 내용의 글을 PosB에 올렸다면 분명 더 많은 사람들이 읽었을 테지만 아마도 유야무야 없었던 일로 지나갔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정 학우가 올린 글에 대해 관련된 사람들이 TIMS에 글을 올리고, TIMS상에서 잘못된 점들을 지적하고, 또한 정 학우가 그에 대해 사과하는 형식으로 일이 흘러갔다면 많은 이들에게 논란이 되지도 않았을 것이고 징계 또한 당연히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일이 그렇게 매끄럽게 풀리지 않은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 만약에 문제가 된 글이 특정 교수님에 대한 문제 제기가 아닌 대학의 행정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면 어떠했을까? 아마도 큰 탈없이 담당 부서의 해명 정도로 가볍게 넘어갔을 문제임이 분명하다. 사건은 그의 글이 TIMS가 아닌 교수회의로 넘어가면서부터 지나치게 커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필자는 이것이 포항공대의 네트워크 문화가 성숙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생각한다. TIMS의 게시판이라는 공간에 누군가 잘못을 했을 때, 그것이 왜 잘못된 것인지 다른 사람이 지적도 해주기 전에 그에 대한 대가부터 요구하는 사태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것은 게시판에서 일어나야 할 건전한 토론과 상호간의 이해를 근본적으로 막아버리는 것과 같은 것이다.
게시판은 공지를 위한 공간만이 아닌, 대화와 정보의 장이 되어야 한다. 애초에 ‘비업무적 공지를 올리는 곳’이라고 못박아놓은 TIMS의 게시판에 대한 설명 문구는 의미가 없다. 그 성격은 정해놓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들이 정해가는 것이다. 이 점은 PosB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운영자/개발자가 생각하는 방향대로 사용자들이 똑같이 행동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포항공대의 뜨거운 감자인 포스테키안 보드가 원래는 학교 생활 중의 자잘한 이야기들을 나누기 위한 공간이었는데 지금은 토론과 여론형성의 장으로 바뀌어 버린 것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포항공대는 과연 이것을 잘 이해하고 있는가?

대화의 장, 정보를 나누는 공간으로서의 게시판이 될 때에야 비로소 ‘사이버 스페이스’라는 것도 성립할 수 있고, 그것이 성립해야 네트워크을 통한 의사소통이 제 가치를 다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TIMS는 어디 있는가? TIMS에 게시판이라는 곳이 있다고 하는데 그곳은 도대체 뭐하는 곳인가? 대단한 네트워크 설비를 갖춘 포항공대에 그에 걸맞는 마인드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얼마나 더 시간이 흘러야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