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곡골 목소리] PENDP, 영어실력 향상을 위한 최상의 프로그램
[지곡골 목소리] PENDP, 영어실력 향상을 위한 최상의 프로그램
  • 추연진/컴공 3
  • 승인 2000.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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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기 기말고사가 다가올 무렵, 방학 때 개설되는 새로운 영어교육프로그램 ‘PENDP’에 대해 알게 되었다. 몇년 전까지 운영되어 오던 영어회화 프로그램이었던 PLEP에 이미 참여했던 경험이 있던 나에게는 너무도 반가운 소식이었다. 5주의 기간동안 기숙사 한 동에서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생활하며 영어로만 말을 하며 미국의 문화와 대화를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프로그램이었던 것이다.

나는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포항공대에 입학한 후 미국에 유학가 있는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그 학교에 포항공대 출신이 있는지 항상 묻곤 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명도 포항공대 출신이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왜일까? 학교생활을 하면서 스스로 답을 유추해 낼 수 있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영어를 못한다. 아니, 영어를 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가끔, 정말 가끔 그럴 기회가 주어지더라도 막연한 두려움과 긴장이 앞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능력의 절반 만큼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로서는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 나아가야 할 우리 포항공대생들이 언어의 장벽으로 인하여 전세계에 그 위상을 떨치지 못하고 우물 안 개구리로 지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도 아쉬웠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번 프로그램에 group leader로 지원하여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 주고 싶었다.

내가 생각하는 영어회화의 향상에 가장 첫걸음이 되는 것은 바로 ‘두려움의 극복’이다. 미국 사람들을 만나서 막상 얘기를 하게 되면 우선 긴장부터 하게 된다. 그들 앞에서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지 비웃음을 사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만 극복된다면 영어라고 해서 우리말과 전혀 다를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영어를 잘하고 못하고 하는 문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기에 손짓, 발짓을 모두 이용하면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럴려고 하는 노력조차 보이지 않으며 막연히 두려워하게 되면 ‘절대로’ 회화는 늘지 않는다.

그런 면에 있어서 이번 프로그램은 나에게 학우들로 하여금 그런 두려움을 없애주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아니, 나는 이 프로그램에 더 이상 만족할 수 없다.

무려 5주동안 일요일을 제외한 매일, 우리는 하루 평균 3시간 이상을 공유하며 영어만으로 생활하였다. 점심과 저녁을 같이 먹고, group discussion시간을 가지며 구성원 간에 조금이라도 더 많이 대화를 가질 수 있도록 권장했으며 부추겼다.

처음 한동안은 물론 그것이 쉽지 않았다. 인위적으로 프로그램을 위하여 만난 구성원이기에 서로 아직 충분히 친해지지 않았으며 덕분에 성격이 소극적인 대부분의 학우들은 남들이 질문하기 전에는 먼저 대화를 시작하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서서히 이런 문제는 극복되기 시작했다. group discussion 시간에 자신의 과거에 관련된 주제로 토론을 하기 시작한 우리는 이주일이 채지나기 전에 구성원 하나하나의 특이했던 경험들을 공유하게 되었으며 어찌 보면 동기들보다도, 어찌 보면 같은 과 선후배들보다도 더 서로에 대해 많이 알게 된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David 군, 중학교 시절 지금보다 15kg정도 체중이 더 나갔었던 Ria 양, 군대에서 내무반원들과 함께 나체로 사진을 찍었던 Jun 군, 옥상에서 떨어져 크게 다칠 뻔 했던 Jina 양 등, 다른 친구들과 공유하기 쉽지 않았던 얘기들을 영어로 대화하며 우린 매일같이 즐겁지 않을 수 없었다. 토요일이면 field trip이라는 명목하에 어디론가 다같이 놀러가곤 했었다. 감포에서 O-X quiz를 하며 태웠던 피부는 아직도 샤워하러 갈 때마다 그때를 연상하게 한다.

무작정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바쁜 스케쥴에 찌들어 있던 구성원들은 서로에게 짜증을 내기도 하였으며 때로는 서로에게 큰 상처를 주기도 했었다. 영어 연극을 준비하면서 Lina의 집에서 보냈던 하루는 내게 프로그램을 포기하게 할 정도로 힘든 경험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을 겪으면서 더더욱 우리는 서로를 신뢰하게 되었으며 나날이 영어회화는 늘어갔다.

4주가 지나던 때, 우리는 서로에게 영어로 농담을 하기 시작했다. 연극 때 써먹었던 대사들을 실제 상황에서 활용해 보며 자신들 스스로가 입에 붙게 된 영어 어구들에 놀라기도 했다. 심지어 어떤 구성원들은 자면서 영어로 꿈을 꾸기도 하였으며 술에 취하면 영어가 술술 나오는 이도 있었다. 영어는 이미 우리의 일상생활에 깊게 침투하였다. 더 이상 영어를 피해갈 수는 없다. 피해갈 수 없다면 떳떳이 맞서서 대처하는 태도… 5주동안 적어도 이것 만큼은 구성원들에게 충분히 피력했다고 생각한다.
이번이 첫 번째이기에 다른 때보다 유독 더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이제 제2, 제3의 PENDP가 개설되면 더욱 성숙된 모습으로 아직 경험해 보지 이들을 enlighten시켜줄 것이라는 사실을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