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에 바란다] 효과적인 opinion leading을 당부한다
[총학에 바란다] 효과적인 opinion leading을 당부한다
  • 이진원 / 기계 교수
  • 승인 2000.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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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학이 바로 서지 못하면 우리 대학 발전의 가장 중요한 생명력의 축 하나가 없어지는것이라는 점을 늘 상기하기를...

대학교육의 체제가 정신없을 정도로 급하게 변화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많은 논란을 일으키며 교과과정과 입시체제를 한꺼번에 대폭으로 바꾼 우리대학의 지난 1년 여 기간 동안, 총학이 없었다는 것은 가장 확실하고도 직접적인 모니터링 기능이 죽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는 총학이 구성된다니 우선 반갑고, 대학구성원 모두를 위하여 힘든 일을 자임한 용기있는 이들에게 심심한 격려를 보내면서, 한 가지 제안을 곁들여 본다.

총학의 필요성이나 위상은 여러 다른 방법으로 말해질 수 있겠지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대학생활을 성공적으로 하는데 필요한 여러 중요 이슈에 대하여, 학생들의 의견표출을 lead ing하여 결집하고, 결집된 학생들의 의견을 학생들 스스로나 필요시 학교측에 전달하여 시행되도록 하는 일이 핵심일 것이다.

의견 leading은 이 모든 과정의 시발점으로서, 일부가 내린 사전결론을 다수에게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판단에 필요한 자료를 적시에 충분히 제공함으로써 학생 각자가 가장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판단을 내리도록 도와주는 일이며, 이것이 오용되면 의견을 오도하여 극한적인 대립으로 치닫게 되거나 반대로 중대한 문제를 유야무야 없앨 수도 있는, 가장 중요한 기능이다. 여기에는 충분한 사실 확인과 자료의 수집, 그리고 당사자들간의 성의있는 토론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서, 확실한 자료에 근거한 사실확인이 선행되지 않으면 감정적인 성급한 판단만이 남아 객관적인 합의는 불가능해지고 감정적인 대립만이 남게 된다. 긴급한 문제가 생길 때마다 급하게 논란을 하지 말고, 학생들의 주도로 ‘정례적인’ 토론의 장을 만들어서, 총장이나 교수 또는 직원들 중 관련된 사람들을 초청하여 다양한 주요 이슈에 대해-예를 들면 무학과 신입생의 학과배정과 같은- 진지한 논의를 정례화하는 문화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싶다.

사실확인과 상황판단 이후에 각자의 판단과 의견을 결집하는 과정도 많은 사람들이 부담없이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분위기와 채널을 ‘미리’ 조성함으로써, 그렇지 않은 경우에 가장 강하고 감정적인 의견만이 겉으로 드러나고 객관적이며 조정적인 의견은 표출되지 않아 (겉보기)결론이 편파적으로 치우치게 되고 결국 행동의 합법적인 근거로 받아들여지지 않게 되어 지속적인 논란의 불씨가 되는 경우가 많았던 과거의 전례를 개선하는 방향으로의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결집된 의견을 대학에 요구하는 경우에, 이것을 저렇게 바꿔달라는 식으로 행동지침을 내미는 형식을 취하지 말고 이런 효과/결과가 필요하니 그렇게 되도록 조처를 취해달라고 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학교의 운영에는 대내외적으로 여러 제약조건들이 있을 수 있으므로, 원하는 최종효과만은 ‘확실히’ 요구하되 방법은 학교에 맡기는 지혜를 발휘하면 훨씬 많은 합의를 얻어낼 수 있으리라고 본다.

대의기구란 참 어려운 것이다.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으로 인하여 항상 불만의 소리는 있게 마련이고, 본부와의 논의는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과 같은 경우가 태반이다. 본부와의 문제는 자부심으로 참고 넘긴다고 해도, 구성원과의 문제는 힘을 쭉 빠지게 만들고 이런 노력 전체가 무의미하다고 느껴지게 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총학이 바로 서지 못하면 우리 대학 발전의 가장 중요한 생명력의 축 하나가 없어지는 것이라는 점을 늘 상기하면서, 인내를 가지고 명분과 논리를 개발하여 꼼짝 못하게 원하는 바를 얻는 지혜를 발견해 주기를 바란다. 아무리 돌아가는 것이 ‘꼴’같지 않아도 우리가 우리나라를 사랑할 수 밖에 없듯이, 포항공대를 사랑하지 않으면 안되는 우리의 팔자를 오히려 가슴깊이 보듬어 안고 울어가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