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을 통한 실생활 속 사각지대 제거
인공지능을 통한 실생활 속 사각지대 제거
  • 서영주 / 컴퓨터공학과 교수
  • 승인 2022.02.26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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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과 다수의 비콘을 통해 요구조자의 위치 특정
▲스마트폰과 다수의 비콘을 통해 요구조자의 위치 특정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사물 인터넷과 이동통신,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다양한 기술의 결합이 경제 및 산업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카메라를 통해 수집되는 정보를 가공하기 위한 컴퓨터 비전 기술과 인공지능 기술이 근래 눈부신 발전을 이뤘고, 이는 우리 실생활의 사소한 부분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례로, 사람들은 스마트폰 잠금을 해제하기 위해 특정 패턴을 손으로 그리는 대신 스마트폰의 카메라에 얼굴을 비춘다. 이는 카메라에 담긴 사용자의 모습을 통해 신원을 확인하는 컴퓨터 비전 기술의 눈부신 발전을 실감케 하는 한편, 카메라를 이용한 기술의 명확한 한계를 드러낸다. 카메라가 수집할 수 있는 정보는 카메라가 향하는 방향의 장면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용자는 본인의 얼굴을 카메라 센서의 반경에 비춰 얼굴 인식을 해야 한다.
이런 한계는 카메라 센서뿐만 아니라 레이더(Radar), 라이다(Lidar) 등 다른 센서에도 존재한다. 센서의 제한적인 감지 반경이나 주변 환경에 의해 정보를 감지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필연적으로 존재한다. 이는 서비스 제공에 있어 다양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사람의 안전과 생명이 관련된 서비스의 경우 이런 사각지대는 치명적이다.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취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센서를 추가로 설치하는 것이다. 하지만 서비스 제공 범위가 넓어질수록 초기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점에서 비효율적이다. 
본 연구실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곳곳에 설치된 무선 통신망에 주목했다.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해 와이파이(Wi-Fi)나 블루투스(Bluetooth)와 같은 무선주파수를 사용하는 기존 통신인프라를 활용해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인 감지를 위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다. 무선주파수의 특성상 구조물을 투과할 수 있어 저렴한 가격으로 넓은 반경을 감지할 수 있다.
 

카메라 사각지대의 해결
최근 컴퓨터 비전 기술과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카메라를 이용해 안면, 홍채, 사물 등을 인식하는 여러 앱이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카메라 센서는 단점이 명확히 존재한다. 우선, 어두운 환경에서는 인식률이 현저히 떨어지고, 시야를 가리는 장애물의 뒷모습은 담아낼 수 없다. 또한, 지속적인 감시·관찰을 하는 서비스의 경우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예를 들어, 집 안에서의 사용자 행동을 인식하는 앱을 위해 카메라를 설치했다고 가정해보자. 수집된 정보는 행동 인식의 알고리즘을 수행할 서버로 전송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의 사생활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최근 상기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통신에 사용되는 무선주파수와 딥러닝을 활용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해당 연구는 사용자의 행동에 따라 무선주파수의 전파 경로가 달라지는 점에 착안해 그 변화 패턴을 바탕으로 사용자의 행동을 인식한다. 빛의 유무와 관계없이 동작이 가능하고 구조물을 투과할 수 있으면서도 사용자의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는다. 본 연구실에서는 와이파이 송수신 장비 간 채널 상태 정보 변화를 이용해 사용자의 행동을 인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기존 연구의 경우 주변 환경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는 와이파이 신호의 특성과 사용자에 따라 달라지는 채널 상태 정보 변화로 인해 정확한 사용자 행동 인식에 한계가 있었다. 본 연구실에서는 최신 와이파이 표준에서 지원하는 채널 결합 기술을 이용해 넓은 대역폭을 관리하며 여러 무선 공유기로부터 송신되는 와이파이 신호를 활용했다. 이를 통해 사용자의 위치 및 행동 방향의 변화를 더욱 정확히 인식할 수 있었다. 또한, 목표 환경의 데이터와 기존 학습 데이터 사이의 관계를 고려해 학습하도록 하는 ‘Few-shot Domain Adaptation’ 기법을 적용해 다른 공간에서도 소량의 추가 데이터만으로 정확한 행동 인식을 가능케 했다.

GPS 신호의 사각지대 해결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등의 스마트기기 보급이 증가함에 따라 우리는 실생활에서도 위치 기반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됐다. 우리는 낯선 도시에서 목적지까지 길 안내를 받기도 하고, 사고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현재 위치를 구조 신호로 보내기도 한다. 대부분의 위치 기반 서비스는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의 현재 위치를 추정한다. GPS 기술은 모든 환경에서 정확하게 사용자의 위치를 추정할 수 없다. 특히 건물 내부, 지하, 터널과 같은 환경에서는 GPS 신호를 온전히 수신할 수 없어 위치 추정이 불가능하거나 정확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이런 GPS의 사각지대에서 특정 사용자가 사고를 당하게 되면 신속한 구조를 기대하기 어렵다. 
본 연구실에서는 GPS 신호가 제대로 수신되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사고를 당해 구조가 필요한 사람(이하 요구조자)의 위치 추정의 필요성을 느꼈다. 이를 위해 연구실은 스마트폰, 외부 전력 공급 없이 배터리로 오랜 기간 동작 가능한 저전력 블루투스, 초광대역 무선을 활용한 실내 위치 추정 기술을 개발했다. 멀리 전파될수록 신호 세기가 약해지는 무선주파수의 특성을 이용해 주기적으로 광고 패킷(Advertising Packet)을 전송하는 비콘(Beacon)과 스마트폰 사이의 거리를 추정하는 모델을 구축했고, GPS 사각지대 내 설치된 블루투스 비콘과 요구조자의 스마트폰의 거리를 추정하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다수의 비콘으로부터 스마트폰까지의 거리를 추정해 기하학적으로 위치를 결정하는 삼변측량법으로 요구조자의 위치를 특정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통신망의 사각지대 해결
자연재해나 화재와 같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통신망 자체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터널 및 지하 공간에서 화재 때문에 셀룰러(Cellular) 통신 중계기 등의 통신 인프라가 파손된다면 해당 공간에서 통신이 마비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팀은 신속한 구조 활동을 위해 와이파이 장비로 요구조자의 스마트폰과 구조대원 단말 간의 D2D (Device-to-Device) 통신망을 구축해 의사소통을 가능케 하는 시스템을 구현했다. 또한, 인프라 없이 구조대원 단말 간의 연속적인 통신이 가능한 애드 혹(Ad Hoc) 통신망을 구축했다. 본 연구를 통해 자연재해나 사고 현장에서도 긴급 통신망을 구축해 통신망의 사각지대를 없앴고, 앞서 언급한 위치 추정 기술과 융합해 국민 안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통합 구조 시스템 개발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본 연구실은 연구 결과물이 국민 안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산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이를 다양한 앱으로 구현해왔다. 앞서 언급했던 무선 신호를 활용한 사용자 실내 측위 기술이나 행동 및 움직임 인식 기술은 공장에서 위험한 상황을 감지해 예방하는 앱으로 개발했다. 이는 GPS로 위치 특정이 어려운 곳에서 사고 발생 시 인명 구조에 활용할 수 있다. 본 연구실 인원들은 이 기술이 미래에 국민 안전을 보장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연구 중이다.

▲요구조자와 구조대원 간 의사소통을 가능케하는 재난안전망 구축
▲요구조자와 구조대원 간 의사소통을 가능케하는 재난안전망 구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