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책 한 권의 여유를
새해에는 책 한 권의 여유를
  • 박준우 기자
  • 승인 2022.01.07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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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시대가 도래한 이후, 유튜브와 같은 비디오 플랫폼에서부터 최근 급성장한 넷플릭스, 디즈니+ 등의 OTT 서비스까지 점점 다변화되고 역동적인 ‘디지털 미디어’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누구나 손쉽게 정보를 얻고 즐길 수 있는 디지털 매체에 열광하면서, 기존 정보와 문화 교류의 중심이었던 책 읽기의 입지는 크게 줄었다. 지난해 초 방영된 EBS 다큐멘터리 ‘당신의 문해력’에서는 디지털 시대 독서의 부족으로 인한 문해력 저하를 사회적 문제로 조명, 독서의 필요성과 읽기의 즐거움을 강조한 바 있다. 사람들이 점점 요약된 글을 선호하고, 의미를 이해하며 읽는 행위 자체를 기피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TL;DR(Too Long; Didn’t Read)’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독서 부족 문제는 실무에서 문서 작성 능력 미달로 이어지는 등 사회 전반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대학 구성원 중에도 박태준학술정보관(이하 도서관)을 독서의 창구로 이용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이에 포항공대신문은 우리대학 구성원의 독서 실태 및 도서관 이용 현황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학부생 대상 설문조사와 학술정보팀 인터뷰를 진행했다.

우리대학 학생들의 독서 실태
독서의 중요성에 관한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 52명 중 94.3%(49명)에 달하는 절대다수의 학생이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독서의 목적으로 ‘새로운 지식 및 정보의 습득(40.4%)’을 가장 많이 꼽았으며, ‘문해력 증대 및 작문 능력 향상(23.1%)’과 ‘자기계발·동기부여(19.2%)’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독서 활동을 하는 장소는 대부분 기숙사 또는 자택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한 학기(6개월 기준) 동안 읽는 책의 권수를 묻는 질문에서는 ‘3권 미만’과 ‘3~5권’이 각각 61.5%와 26.9%로 총합 88.4%에 달하는 높은 비율을 보였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한 ‘2019 국민독서 실태조사’의 성인 연간 종이책 평균 독서량인 6.1권(한 학기 3.0권)과 유사했는데, 해당 조사 결과에서 독서량 급감이 지적됐던 만큼 우리대학 학생들 역시 독서량이 다소 낮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20대 평균 독서량인 8.0권(한 학기 4.0권)과 비교하면 더욱 낮은 수치다. 3권 미만의 책을 읽는다고 응답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독서를 거의 하지 못하는 이유에 관해 질문한 결과 △다른 여가 활동 수행(34.4%) △학업 부담으로 인한 여가 활동 시간 부족(31.3%) △책 이외 다른 콘텐츠 이용(21.9%) 등을 꼽았다. 한편, 즐겨 읽는 책의 장르는 소설(71.2%)과 인문교양 서적(48.1%)이 확연히 높았는데, 책을 읽는 학생들의 대다수가 전공에 얽매이지 않는 독서 활동을 수행하고 있었다.

도서관 이용 현황
우리대학 학생들의 주된 도서관 방문 목적은 3~5층 열람실에서 공부하기 위함이 80.8%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도서를 대출하거나 전자책 및 저널을 자주 이용하는지를 묻는 문항에서는 긍정 응답이 15%로 매우 낮았다. 대부분 학생에게 도서관이 독서의 창구보다는 학습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 이유로는 대부분 ‘딱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함’과 ‘소설, 자기계발서, 교양서적 등 비전공 도서의 부족’을 꼽았다.
2020년부터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고 3~5층 레노베이션 공사가 진행되면서 도서관 이용이 원활하지 않았던 영향으로 연간 대출 건수는 2019년 19,431건에서 2020년 14,747건으로 감소했고, 같은 시기 학부생 출입 횟수는 142,199회에서 42,237회로 2/3 이상 줄어들었다. 주제별 대출 순위는 △문학(4,364건) △순수과학(3,366건) △사회과학(2,745건) 순이다. 특히 전체 학부생의 대출 권수는 2,622권으로, 도서관 등록자 수가 1,315명임을 감안하면 평균적으로 학부생 1인당 2권의 책을 대출했음을 알 수 있다. 학술정보팀에서 지난해 1월부터 12월 15일까지의 대출 내역을 바탕으로 한 분석에 따르면 최고의 인기 도서는 ‘달러구트 꿈 백화점: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로 대출 횟수 29건을 기록했으며, 개인 학부생 최다 대출자는 59권을 대출했다고 밝혔다. 한편, 우리대학 도서관은 약 26만 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중 단행본은 16만여 권, 제본 학술지가 9만여 권이다.
학부생의 도서관 이용과 관련해 한지연 학술정보팀장은, “5층 콜라보레이션 존을 아직까지도 조용한 열람실 분위기로 알고 있는 이용자가 많은 것 같다”라며 “본래의 취지에 맞게 활발한 토론이 이뤄지는 역동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하기를 희망한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릴렉스 존의 리클라이너 소파 등 가구를 사용한 후에는 스스로 정리정돈해 주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우리대학 독서 프로그램
우리대학에서는 학생들의 독서 활동 장려를 위해 다양한 문화 행사와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도서관협회가 주관하는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사업에 선정돼 운영한 여러 인문학 프로그램이 있다. 해당 사업의 일환으로 2020년에는 ‘술과 커피의 인문학’을 주제로 한 3회의 강연과 체험 프로그램, 그리고 후속 모임을 오프라인 및 온라인 생중계를 병행해 진행한 바 있다. 또한, 대학 구성원의 독서 습관 형성 및 독서 문화 확산을 위해 ‘책 읽는 포스테키안’ 프로그램이 지난 2016년 2학기부터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에서는 멘토-멘티 기반 독서토론 모임인 POSTECH Reader’s Club을 비롯해 포스테키안의 서가, 독서 다이어리 발간 등이 활발히 운영됐다. 재작년에는 운영되지 못했지만 지난해 10월 8기 회원을 새로 모집하면서 ‘밀리의 서재’ 등 전자책 플랫폼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개편해 연말까지 진행됐다. 학술정보팀은 독서 활동 장려를 위한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많은 참여를 바란다고 전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생 대부분이 독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다른 여가 활동이나 전공 공부에 대한 부담 등으로 인해 책을 충분히 읽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26만여 권의 장서를 보유한 도서관이 대학 내에 있음에도 도서 대출이나 소장자료 이용을 위해 방문한 사례는 9.6%에 불과했다. 학부생 1인의 연간 대출 권수 역시 2권 가량으로 매우 낮아 대한민국 20대 평균과 비교했을 때 전반적으로 독서 활동과 도서 대출이 다소 부족한 편이었다.
독서에는 오직 책을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고유한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 담겨있다. 또한, 글을 읽으면서 의미를 파악하는 능력인 문해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수단이며 의사소통, 문서작성, 발표에 이르기까지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능력 전반에도 영향을 준다. 새해를 맞아 버킷리스트에 책 한 권 읽기의 여유를 추가하고 몸소 실천해보기를 추천한다.